次疇孫夜坐吟韻[차주손야좌음운] 宋時烈[송시열]
손자 주석의 야좌음 운을 차하다.
其一
帬蜂詩語正凌兢[군봉시어정를긍] : 치마폭 벌의 시 이야기에 바로 벌벌 떨리니
夢寐寧望報赦蠅[몽매녕망보사승] : 꿈 속에라도 어찌 사면 알리는 파리를 바랄까.
草野封章爭峻截[초야봉장쟁준절] : 초야에서 간하는 글들이 위엄있게 논쟁하고
霜臺白簡劇威稜[상대백간극위릉] : 사헌부의 흰 종이 편지 존엄한 위력 혹독했지.
存身有術須安土[존신유술수안토] : 몸 보전 할 재주 있어 결국 고향에 편히 살고
學道無成笑鏤氷[학도무성소루빙] : 도를 배워 이룸이 없으니 얼음 조각 우습구나.
老去其如昏惰甚[노거기여혼타심] : 늙을 수록 어찌 이리 심히 게으르고 어리석나
靜中還愧瑞巖僧[정중환괴서암승] : 고요한 가운데 도리어 서암승이 부끄럽구나.
帬蜂[군봉] : 치마 폭의 벌, 伯奇[백기]의 고사.
송시열이 德源[덕원]에서 長鬐[장기]로 유배 가다가
襄陽[양양]의 勿淄村[물치촌]에 들렀을 때,
"시장에 호랑이 나타났다고 세 번 전하니 사람들이 다 믿고,
한 번 치마폭 벌 잡으니 아버지도 의심하네.
세상 공명에 대해선 나무와 오리를 보고,
앉아 담소할 적에는 뽕나무와 거북 조심하라."라는 시가
村舍[촌사]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宋子大全 卷51 答金延之》
'치마폭의 벌을 잡으니 아버지가 의심하였다'는 것은
周[주]나라 宣王[선왕] 때의 신하 尹吉甫[윤길보]에게
伯奇[백기]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계모를 지성으로 섬겼는데도
계모는 그를 모함하기 위해 자기 치마에 벌을 붙인 뒤
백기에게 떼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백기가 떼려 하자
큰소리를 지르면서 자기를 유혹한다고 모함하였다고 한다.
《太平御覽[태평어람] 蟲豸部[충치부] 蜂[봉]》
여기서는 송시열 자신에 대해 모함하는 말들이 매우 두렵다는 말.
凌兢[능긍] : 몹시 무섭거나 두려워 몸이 벌벌 떨림.
夢寐[몽매] : 잠을 자며 꿈을 꿈.
報赦蠅[보사승] : 사면을 알리는 파리, 前秦[전진] 왕이었던 符堅[부견]이
사면하는 글을 작성할 때 큰 파리가 방에 들어와 자꾸 큰소리를 내면서
성가시게 하기에 여러 번 몰아내었는데도 다시 들어오곤 하였다.
그런데 이때는 대외적으로 아직 사면령을 반포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이 이미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으므로 부견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힐난하자,
사람들이 말하기를 "어떤 靑衣童子[청의동자]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외쳤다."라고 하였다.
그것이 바로 방에 들어와 성가시게 하던 그 파리였던 것이다. 《宋子大全隨箚 卷1》
草野[초야] : 풀이 난 들, 窮僻[궁벽]한 시골을 이르는 말.
封章[봉장] : 임금에게 글을 올리던 일. 또는 그 글.
주로 간관이나 三館[삼관]의 관원이 임금에게 정사를 간하기 위하여 올렸다.
峻截[준절] : 산이 깎아 세운 듯 험하고 높음, 매우 위엄있고 정중함.
霜臺[상대] : 司憲府[사헌부]를 달리 이르는 말.
白簡[백간] : 아무 내용도 적지 않고 흰 종이만 넣은 편지.
威稜[위릉] : 존엄한 위력, 능위.
安土[안토] : 고향 땅에 편안히 삶.
鏤氷[누빙] : 아무런 보람이나 이득이 없이 헛되이 쓰는 힘,
漢[한]나라 때의 신하 桓寬[환관]이 쓴 《鹽鐵論[염철론]》 〈殊路[수로]〉에
"안으로 바탕이 없이 겉으로 문만 배운다면
아무리 어진 스승이나 훌륭한 벗이 있더라도
마치 기름 덩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얼음에 조각하는 것과 같아서
시간만 허비하고 보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瑞巖僧[서암승] : 마음을 修養[수양]하는 것, 台州[태주]의 瑞巖院[서암원]에 있던 高僧[고승].
心經[심경]에 따르면, 謝良佐[사양좌]가 "공경은 바로 惺惺[성성]한 법이다."라고 한 데 대하여,
朱熹[주희]가 이르기를 "서암의 중은 매일 항상 스스로에게 ‘주인옹은 성성한가?’라고 묻고는
‘성성하다.’라고 스스로 대답하곤 했다."라고 하였다. 《心經附註[심경부주] 敬以直內章[경이직내장]》
매일 항상 성성하게 마음이 깨어 있었던 서암의 중처럼 그렇지 못하므로 부끄럽다는 말이다.
宋子大全卷四[송자대전4권] 詩[시] 七言律詩[칠언률시]
송시열[1607-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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