榛子店[진자점]題壁詩[제벽시] 季文蘭[계문란]
진자점 벽에 써있는 시
椎髻空憐昔日粧[추계공련석일장] : 순박한 머리 헛되이 옛날의 단장 가련하고
征裙換盡越羅裳[정군환진월라상] : 길 가는 치마 모두 월나라 비단 치마로 바꿨네.
爺孃生死知何處[야냥생사지하처] : 부모님의 삶과 죽음을 어느 곳에서 알까나 ?
痛哭春風上瀋陽[통곡춘풍상심양] : 봄 바람에 슬피 울며 심양으로 올라갑니다.
밑에다가 또 이렇게 썼다.
"나는 江右[강우] 虞尙卿[우상경] 秀才[수재]의 처로서
남편은 잡혀 죽고 이제 王章京[왕장경]에게 팔려
심양으로 가는 길입니다.
무오년 정월 21일 눈물을 뿌려 벽을 털고 이 글을 쓰옵니다.
다만 바라옵건대 천하에 마음 있는 분은
이 글을 보시고 구원해 주소서.
저의 나이는 스물한 살이외다."
연암 박지원의 熱河日記[열하일기]
避暑錄[피서록 8-1]에 이르길
강희 무오년(1678년)에 강우에 살고 있는
季文蘭[계문란]이라는 여인이
되놈들의 노략을 당하여 심양으로 가다가
榛子店[진자점]에 이르러서
바람벽 위에 시 한 절을 썼으되,(위 시)
그 후 6년이 지난 계해년(1683년)에
淸城府院君[청성부원군] 金錫胄[김석주]가
사신으로 이곳을 지나면서 베껴 가지고 왔다.
그 후로 30여 년이 지나
老稼齋[노가재] 金昌業[김창업]이 이곳을 지날 때
바람벽에 위에 쓴 글씨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고 한다.
金昌業[김창업]이 화답하기를,
江南女子洗紅粧[강남여자세홍장] : 강 남의 아름다운 여자가 붉은 단장을 씻어내니
遠向燕雲淚滿裳[원향연운루만상] : 멀리 따르는 연나라 구름 치마에 눈물 가득하네.
一落殊方何日返[일락수방하일반] : 다른 나라에 한번 떨어지니 어느 날에 돌아오나
定憐征鴈每隨陽[정련정안매수양] : 가련하네 먼길 가는 기러기 매양 하늘 따르는데.
금번에 나는 노가재가 다녀간 지 60여 년 뒤에
또 이곳을 지나면서 글을 읊어 회상하고 배회하였으나
벽 위에 글씨는 볼 수 없었다.
우연히 이 시를 奇豐額[기풍액]에게 이야기하였더니,
그는 알 듯 모를 듯 눈물을 지으면서
진자점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에
산해관 밖에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절구 한 수를 지었다.
紅粧朝落鑲黃旗[홍상조락양황기] : 붉은 단장 아침에 누런 기에 끼워 떨어지니
笳拍傷心第五詞[호가상심제오사] : 호드기 박자에 마음 상해 다섯 차례 호소하네.
天下男兒無孟德[천하남아무맹덕] : 온 세상에 남자 다운 남자 같은 맹덕이 없으니
千金誰贖蔡文姬[천금수속채문희] : 천금이 있다손들 누가 채문희와 바꾸었겠나.
笳拍傷心[가박상심] : 한말 蔡文姬[채문희]가 되놈에게 팔리자
'胡笳十八拍[호가십팔박]'을 지어 스스로 슬퍼하였다는 고사.
孟德[맹덕] : 曹操[조조], 조조는 천금을 주고 채문희를 贖還[속환] 하였다네요.
燕巖集卷之十四[연암집14권]別集[별집]
熱河日記[열하일기] 避暑錄[피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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