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

楓嶽贈小菴老僧[풍악산증소암노승]

돌지둥[宋錫周] 2015. 6. 24. 07:18

 

   楓嶽贈小菴老僧[풍악산증소암노승] 幷序[병서] 李珥[이이]
     풍악산 작은 암자의 노승에게 주다. 서문을 겸하여

 

魚躍鳶飛上下同[어약연비상하동] : 물고기 뛰고 솔개는 날아 위 아래가 한가지인데

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 이것은 色[색]도 아니요 또한 空[공]도 아니라오.

等閒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네] : 예사로이 여겨 한번 웃고 신세를 바라보니 

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 많은 나무 속에 해가 지는데 홀로 서있구나.

 

栗谷全書[율곡전서] 栗谷先生全書券一[율곡선생전서권1] 1814년 간행본 인용.

 

余之游楓嶽也。一日獨步深洞中。數里許得一小菴。有老僧被袈裟正坐。見我不起。亦無一語。周視菴中。

了無他物。廚不炊爨。亦有日矣。余問曰。在此何爲。僧笑而不答。又問食何物以療飢。僧指松曰。此我糧也。

余欲試其辯。問曰。孔子釋迦孰爲聖人。僧曰。措大莫瞞老僧。余曰。浮屠是夷狄之敎。不可施於中國。

僧曰。舜。東夷之人也。文王。西夷之人也。此亦夷狄耶。余曰。佛家妙處。不出吾儒。何必棄儒求釋乎。

僧曰。儒家亦有卽心卽佛之語乎。余曰。孟子道性善。言必稱堯舜。何異於卽心卽佛。但吾儒見得實。僧不肯。

良久乃曰。非色非空。何等語也。余曰。此亦前境也。僧哂之。余乃曰。鳶飛戾天。魚躍于淵。此則色耶空耶。

僧曰。非色非空。是眞如體也。豈此詩之足比。余笑曰。旣有言說。便是境界。何謂體也。若然則儒家玅處。不可言傳。

而佛氏之道。不在文字外也。僧愕然執我手曰。子非俗儒也。爲我賦詩。以釋鳶魚之句。余乃書一絶。僧覽後收入袖中。

轉身向壁。余亦出洞。怳然不知其何如人也。後三日再往。則小菴依舊。僧已去矣。

내가 풍악산에 구경 갔을 때에, 하루는 혼자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서 몇 리쯤 가니 작은 암자 하나가 나왔는데, 늙은 중이 가사(袈裟)를 입고 반듯이 앉아서 나를 보고 일어나지도 않고 또한 말 한마디 없었다. 암자 안을 두루 살펴보니, 다른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부엌에는 밥을 짓지 않은 지 여러 날이 되어 보였다. 내가 묻기를,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소.” 하니, 중이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또 묻기를, “무얼 먹고 굶주림을 면하오?” 하니, 중이 소나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것이 내 양식이오.” 하였다. 내가 그의 말솜씨를 시험하려고 묻기를, “공자(孔子)와 석가(釋迦)는 누가 성인(聖人)이오.” 하니, 중이 말하기를, “선비는 늙은 중을 속이지 마시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부도(浮屠)는 오랑캐의 교(敎)이니 중국에서는 시행할 수 없소이다.” 하니, 중이 말하기를, “순(舜)은 동이(東夷) 사람이고, 문왕(文王)은 서이(西夷) 사람이니, 이들도 오랑캐란 말이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불가(佛家)의 묘(妙)한 곳이 우리 유가(儒家)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하필이면 유가를 버리고 불가를 찾아야겠소.” 하니, 중이 말하기를, “유가에도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말이 있소.” 하자, 내가 말하기를, “맹자가 성선(性善)을 얘기할 때에 말마다 반드시 요순(堯舜)을 들어 말하였는데, 이것이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소. 다만 우리 유가에서 본 것이 실리(實理)를 얻었을 뿐이오.” 하니, 중은 긍정하지 않고 한참 있다 말하기를, “색(色)도 아니고 공(空)도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이오?” 하자, 내가 말하기를, “이것도 앞에서 말한 경우라오.” 하니, 중이 웃었다. 내가 이내 말하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색이오, 공이오?” 하니, 중이 말하기를,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오. 이는 진여(眞如)의 본체(本體)이니, 어찌 이러한 시(詩)를 가지고 비교할 수 있겠소.” 하자, 내가 웃으며 말하기를, “이미 말이 있으면, 곧 경계(境界)가 되는 것인데, 어찌 본체라 하겠소. 만약 그렇다고 하면 유가의 묘(妙)한 곳은 말로써 전할 수 없는데, 부처의 도(道)는 문자(文字)밖에 있지 않은 것이 되오.” 하니, 중이 깜짝 놀라서 나의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당신은 시속 선비가 아니오. 나를 위하여 시(詩)를 지어서,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글귀의 뜻을 해석해 주시오.” 하였다. 내가 곧 절구(絶句) 한 수를 써서 주니, 중이 보고 난 뒤에 소매 속에 집어 넣고는 벽을 향하여 돌아앉았다. 나도 그 골짜기에서 나왔는데, 얼떨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 뒤 사흘 만에 다시 가 보니 작은 암자는 그대로 있는데 중은 이미 떠나 버렸다.


魚躍鳶飛上下同。這般非色亦非空。等閒一笑看身世。獨立斜陽萬木中

율곡 선생께서 풍악산을 유람하다가 깊은 골짜기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아보고

그곳에서 참선하던 스님과 空과 色을 논하다

노승이 율곡선생의 논리에 탄복하며 글을 부탁하기에 이 시를 지어주고 나왔는데

누군지 궁금하여 3일 뒤 찾아갔지만 스님은 이미 떠나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