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218

登白雲㙜絶頂[등백운대절정] 3수

登白雲㙜絶頂[등백운대절정] 三首 朴齊家[박제가] 백운대 정상에 올라. 一 三峰初日射微頳[삼봉초일사미정] : 세 봉우리에 비로소 해의 어렴풋한 붉은 빛 비치니 千仞都將一劈成[천인도장일벽성] : 천 길 높이로 쌓아서 문득 한번에 갈라 이루었구나. 鳥獸俱含鍾聲響[조수구함종성향] : 새들과 짐승들 모두 품었으니 종 소리 메아리치고 雲霞常現石金精[운하상현석금정] : 구름과 안개 항상 드러나니 금빛 돌들은 뛰어나네. 人方履頂吾看趾[인방리정오간지] : 사람들과 함께 꼭대기 밟고서 나의 자취를 바라보니 仰似懸疣俯眩睛[앙사현우부현정] : 매달린 혹처럼 높이 보이고 굽어보니 눈이 아찔하네. 高處茫茫惟遠勢[고처망망유원세] : 넓고 아득하니 높은 곳에서 심오한 형세를 생각하며 縈靑繚白指端橫[영청료백지단횡] : 푸르게 얽히고 ..

박제가 2022.05.31

扶旺寺[부왕사]夜逢李儒東[야봉이유동]

扶旺寺[부왕사]夜逢李儒東[야봉이유동] 朴齊家[박제가] 부왕사에서 밤에 이유동을 만나다. 拱立天風逼素欄[공립천풍핍소란] : 하늘 높은 바람에 팔짱끼고 서서 흰 난간 가까이 하니 石門淸絶夜吹湍[석문청절야취단] : 돌로 만든 문은 매우 맑은데 깊은 밤 여울에 바람부네. 烟霜迥似涵銀汞[연상형사함은롱] : 안개와 서리가 빛나는 듯 보이니 은빛 수은이 적시고 檜栢高應敵颿竿[회백고응적번간] : 전나무 잣나무 높이 화답하며 상앗대 빠르게 겨루네. 初地依依燈照白[초지의의등조백] : 조용한 처지에 한들 거리며 등불이 밝게 비추어주고 孟冬歷歷葉渝丹[맹동역력엽투단] : 초겨울이 뚜렷한데도 잎들은 붉은색으로 변하는구나. 逢君不作尋常喜[봉궁부작심상희] : 그대를 만나려 행하지 못해도 항상 즐겁게 생각하고 佳㕛名山湊合難[가우명산주..

박제가 2022.05.26

踰文殊門[유문수문]

踰文殊門[유문수문] 朴齊家[박제가] 문수문을 넘다. 遙遙行李入雲閒[요요행리입운한] : 여행 차림으로 멀고 아득한 한가한 구름 속에 들며 鳥道縈紆摠是攀[조도영우총시반] : 얽히고 구부러진 험한 길에 무릇 모두 다 매달리네. 落日烟生懸度國[낙일연생현탁국] : 지는 해에 안개 일어나니 고향을 미루어 헤아리며 秋風客在鐵圍山[추풍객재설위산] : 가을 바람에 의탁한 곳에는 산이 쇠처럼 에워쌌네. 禪房掩映霜千樹[선방엄영상천수] : 참선하는 방은 서리가 무성한 나무가 막아 가리고 畫角蒼茫水一灣[화각창망수일만] : 뿔피리 소리에 푸르고 아득한 강물 한 번 굽이치네. 且喜時淸空險阻[차희시청공험조] : 보다 기쁜일은 계절이 맑으니 어려운 일도 부질없어 女城高倚片雲間[여성고의편운간] : 작고 연약한 성의 조각 구름 사이에 높..

박제가 2022.05.23

北漢[북한]

北漢[북한] 朴齊家[박제가] 북한(한수 북쪽). 山川應接不須忙[산천응접불수망] : 산과 내가 응하여 가까이 하니 본래 어수선하지 않고 到處翛然萬事忘[도처소연만사망] : 이르는 곳마다 얽매이지 않으니 모든 일들을 잊는다네. 流水之邊最蕭瑟[유수지변최소슬] : 흐르는 강물의 변방에는 거문고 소리가 가장 쓸쓸하고 古人於此定彷徨[고인어차정방황] : 옛날 사람들 이에 의지하며 이리저리 헤매길 그만두네. 楓林徹底塡霜暈[풍림철저전상운] : 단풍나무 숲에는 빈틈 없이 어지러운 서리가 가득하고 名士通身貯酒香[명사통신저주향] : 이름난 선비는 몸으로 알기에 향기로운 술을 담는다네. 前去伊何看我指[전거이하간아지] : 앞서 가버린 저이는 어찌하여 나를 가리키며 바라보나 諸天縹緲入斜陽[제천표묘입사양] : 모든 하늘 끝없이 어렴풋..

박제가 2022.05.20

洗釖亭水上[세검정수상]余結趺石坡草畫處[여결부석파초화처]

洗釖亭水上[세검정수상]余結趺石坡草畫處[여결부석파초화처] 朴齊家[박제가] 세검정 물 위에서 나는 석파가 초원을 그린 곳에 가부좌로 앉아서. 出郭二三里[출곽이삼리] : 성곽에서 나온지 이 삼리 뿐인데도 胸中略有詩[흉중략유시] : 마음 속에는 다스린 시 넉넉하구나. 可憐眞物態[가련진물태] : 가엾게도 만물의 모습은 뚜렷한데 不襲古姸媸[불습고연치] : 예전의 곱고 추함을 숨기지 않았네. 小硏泉聲歷[소연천성력] : 작은 벼루에는 샘물 소리 뚜렷하고 空鞋菊影窺[공혜국영규] : 곤궁한 신발은 국화 그림자 엿보네. 後人應見異[후인응견리] : 후세 사람 아마도 다르게 보겠지만 此刻定如斯[차각정여사] : 지금 시각엔 모두 같이 편안하리라. 洗釖亭[세검정] : 洗劍亭[세검정]인지 확인 못함. 石坡[석파] : 金龍行[김용행,..

박제가 2022.05.16

贈別白韌齋[증별백인재]

贈別白韌齋[증별백인재] 東脩[동수] 客東萊水營[객동래수영] 朴齊家[박제가] 인재 백동수와 헤어지며 드리다. 동래 수영에 의탁함에. 墮地爲男子[타지위남자] : 이 땅에 떨어져 태어나 남자가 되었으니 生當報君父[생당보군부] : 살면서 마땅히 임금과 아비께 보답하리라. 何必自做官[하필자주관] : 무슨 필요가 있어 스스로 벼슬을 맡아서 編氓亦水土[편맹역수토] : 호적에 편입되어 강물과 토양을 다스리나. 閥閱矧如君[벌열신여군] : 문벌있는 집안이 하물며 그대와 같을까 忠貞懷乃祖[충정회내조] : 충성과 곧은 절개 이에 조상을 생각하네. 君才寔穎脫[군재식영탈] : 그대의 재주 참으로 뛰어나게 우수한데 諒弗比鹵莽[양불비노망] : 난 살피지 않고 단순하고 경솔히 겨루네. 在私有知己[재사유지기] : 은혜로 살피니 참다운 ..

박제가 2022.05.12

秋齋聞雨[추재문우]

秋齋聞雨[추재문우] 朴齊家[박제가] 가을에 집에서 빗 소리를 듣다. 空齋白雨逐簾紋[공재백우축렴문] : 쓸쓸한 집에 소나기가 주렴의 무늬를 쫓아내고 塊坐如愚抵日曛[괴좌여우저일훈] : 우직 한 듯이 홀로 앉으니 해를 어둡게 막는구나. 道是胸中無宿物[도시흉즁무숙물] : 말하자니 마음 속 생각에 머무는 사람도 없기에 蹔聽書味一氤氳[잠정서미일인온] : 글 맛보며 잠시 살피니 날씨는 화창한 것 같구나. 白雨[백우] : 소나기, 큰 빗방울이 공중에서 갑자기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우박. 氤氳[인온] : 하늘 氣運[기운]과 땅 기운이 서로 합하여 어림.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함.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

박제가 2022.05.07

訪左穌山人[방좌소산인]

訪左穌山人[방좌소산인] 朴齊家[박제가] 좌소산인을 심방하다. 悠楊蝴蝶映天飛[유양호접앙천비] : 나부끼는 버들에 나비 날아가는 하늘은 희미한데 林屋初秋望翠微[임옥초추망취미] : 초 가을 숲 속 집에서 어렴풋한 푸른 빛 바라보네. 細雨冒來滋鬢髮[세우모래자빈발] : 가랑비를 무릅쓰고 오니 살쩍과 머리털 흐려지고 便衣徑出减腰圍[편의경출감요위] : 편한 옷차림에 지름길로 허리둘레 줄여 나아가네. 文禽接翼烟中語[문금접익연중어] : 공작새는 날개를 엇걸리어 안개 속에서 소리내고 遠水縈風柳底歸[원수영풍류저귀] : 먼 강물을 둘러싼 바람에 버들은 낮게 의지하네. 極目山河凉剪剪[극목산하량전전] : 눈길 다하는 산과 강을 잘라 없애니 쓸쓸한지라 小橋惆悵不堪依[소교추창불감의] : 작은 다리에서 실망하며 의지해도 견디지 못하네..

박제가 2022.05.03

苦熱[고열]

苦熱[고열] 朴齊家[박제가] 견디기 어려운 더위. 化身如可期[화신여가기] : 몸을 변화시키키 약속할 것 같으면 儂當作何念[농당작하념] : 나는 마땅히 어떤 생각을 일으킬까. 願作芭蕉心[원작파초심] : 원하기는 파초의 꽃술로 일어나서 淸晨白露點[청신백로점] : 맑은 새벽에 떨어진 이슬 깨끗하네. 苦熱[고열] : 견디기 어렵도록 심한 더위.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

박제가 2022.04.30

東郊[동교]

東郊[동교] 朴齊家[박제가] 동쪽에 있는 들, 동대문 밖. 春禽多舌柳多絲[춘금다설류다사] : 봄 날에 새 소리 뛰어나고 버들 실은 아름다운데 遊子紅閨暫別離[유자홍규잠별리] : 일 없는 나그네 여인의 거처에서 잠시 떨어지네. 節序平分如此晩[절서평분여차만] : 절기의 차례 편안히 나뉘어 이와 같이 저무는데 路歧無數自前悲[노기무수자전비] : 수 없이 많은 갈림 길의 앞에서 참으로 슬프구나. 三叉流水潺湲響[삼차류수잔원향] : 세 갈래로 흐르는 강물은 졸졸졸 맑게 흐르는데 一髮雲山綽約姿[일발운산작약자] : 구름 산 같은 한가닥 머리털 아리땁고 유순하네. 行到蘼蕪最深處[행도미무최심처] : 가는 곳마다 이르니 향초는 깊은 곳에 으뜸이니 有誰思我獨過時[유수사아독과시] ; 누가 있어 나를 생각하며 홀로 때맞추어 지나갈까..

박제가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