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 크신 어머님

돌지둥[宋錫周] 2017. 3. 12. 19:19

  손 크신 어머님 !

 

첫 주 내내 모임에 10일까지 계속되는 월중 행사 대충 마무리하고

오늘은 부모님께 찾아 뵙는 날이라

부모님 댁으로 출발하면서 전화드리니

고추장 담을 메주 좀 사서 빻아 오라 하십니다 !

 

지난 가을에 엿질금(엿기름, 麥芽) 두말을 빻으면서

메주 가루 빻아 간 생각에 "모자라요 ?" 여쭈니

여동생이 텃 밭에 고추 농사지어서 김장거리로 빻아서 가져온 것이 두근 넘는다네요. 

하시면서 찹쌀 가루도 빻아야 하신다기에 그냥 집으로 갔지요.

 

댁에 가면서 지난 봄에 커다란 김장 절이는 고무통( 물 서른 말이 더 들어감)에

가득 담던 생각이 나서 그걸 다 드셨냐고 여쭈니

(저희 집은 꿀병으로 한 통 가져와 지금도 남았씀)

아버님께서 고추장 비빔 국수를 워낙 좋아하시고

밥상엔 늘 된장 찌개와, 새우젓, 간장, 고추장이 필수로 올라가는 반찬이라

그렇게 다 먹었다고 넋두리를 하시는데.....

 

울 엄니 남 주는거 좋아해서

경노당에 몇 통 퍼 나르고, 지인들 만나면 자랑 겸 퍼 주시니

남아 날 리가 없지요 ! 

 

할 수 없지요 !

당신께서 좋아서 주시는 일인데.....

근데 저만 유독 속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고추장 담아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

 

오늘도 김장용 고추가루 자루에 담아

찹쌀 한 말 등짝에 메고 방앗간으로 향하니

고추 빻는 아재 말씀이

들 말랐으니 집에가서  전기장판 쎄게 틀어놓구 한 둬시간 말려 오랍니다,

쌀가루는 다른 방앗간에서 빻고서 다시 부모님 댁에가서

한쪽 빈 방에서 세시간 정도 건조 시켜 빻았습니다 !

 

다음 주에는 이마에 땀 좀 제대로 흘리고

저녁엔 몸 살 좀 나겠지요.....

 

다시는 다른 집에 퍼주시지마세요 !   당부하지만

고추장 끓어 넘을 때 쯤엔 이집 저집

빈 고추장 통들이 베란다를 차지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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