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예초기 벌초 사건

돌지둥[宋錫周] 2016. 9. 3. 22:27

     刈草機[예초기]

 

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예전 부터 조상을 모시는 전통의 유교 덕분에,

집집마다 추석을 맞기 전에 조상님 산소를 찾아 뵙고

벌초하는 행사가 가을 수확의 계절과 맞물려,

큰 행사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76년도에 일본에서 예초기가 처음 수입되면서,

보리나 밀 또는 벼 수확용으로 시범적인 분배가 있었던 바.

 

야산의 잡목 제거와 퇴비 증산에는 안성맞춤 이었지요....

과수원 잡초를 제거하다보면 토끼 등짝도 벗겨 날리고,

뱀도 동강 나서 제거 되니 웬만한 수풀 속은 거리낌 없이

정리 정돈하기 쉬운 기계더군요.....

 

뒷산 선영, 산소 부근에 밤나무가 많은 관계로

낫으로 벌초 작업을 하려면  곤혹스러운 작업인지라,

 

큰 맘 먹고 예초기로 묘전과 주변부터

이발기계로 밀어 대 듯이 싹쓸이를 하다보니,

에라 ! 

봉분까지 깨끗하게 밀어놓고 보니 마음속이 흡족하더이다.

갈퀴 들고 잡풀 긁어 모으려는데.....

 

"이런 興[흥] 할놈 장 조카야 !

조상님 산소를  기계로 깍아내는 놈이 어딨어 ? "

 

작대기 들고 펄펄 뛰시는 숙부님의 불호령에

멍하니 쩌억 벌어진 알밤만 쳐다보구 말았지요.

 

옛날엔 조상님 산소의 봉분은 

잘 드는 낫으로  정성을 다하여 풀을 베어 냈는데,

요란한 굉음을 내며 선조님의 산소를 벌초하는 불경을 저질렀으니

역경을 내실만도 하셨지요......

 

그런데 지금 숙부님께선

서울에서  벌초하러 내려오시면서,

예초기 기름을 한 말 씩 사 가지고 오십니다.

 

아마 처음 예초기 가지고

벌초한 인간을 잡아 들인다면

돌지둥이 제일 먼저 잡혀가겠지요.....

 

76년도 박정희 대통령께서 일본에서 5대 구입해다가 

각 도에 한대씩 배정해 준 것을

집안 조부님께서 농협 조합장을 엮임하신 관계로 

우리 집안에 배급되어  

군 입대하기 전에 벌초 작업을 하다보니

웃음짓는 추억을 만들어 보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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