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님들의 역사자료

絶筆[절필]

돌지둥[宋錫周] 2024. 1. 23. 22:58

絶筆[절필]  權韠[권필]

붓를 꺾다.

先生一日[선생일일]

出所著詩稿[출소저시고]裏以小袱[이이소복]

付甥沈某[부생침모]仍書此一絶於袱背[잉서차일절어복배]

後三日[후삼일]被追諸理[피추제리]遂卒[수졸] :

선생이 하루는

평소에 지으신 詩稿[시고]를 꺼내어 작은 보자기로 싸서

조카 沈某[심모]에게 주시고는 그 보자기 뒷면에 절구 한 수를 쓰셨다.

그리고 사흘 뒤에 체포되어

禁獄[금옥]에 갇혔고 그길로 마침내 운명하셨다.

 

平生喜作徘諧句[평생희작배해구] : 평생 노닐며 어울리는 시구 짓기 좋아하며  
惹起人間萬口喧[야기인간만구훤] : 인간 세상 끌어 일으켜 만인이 시끄러웠네.  
從此括囊聊卒歲[종차괄낭료졸세] : 이 뒤로 주머니 묶고 에오라지 해를 마치니 
向來宣聖欲無言[향래선성욕무언] : 저번 때의 공자께서도 말 없고자 하셨다네.  

 

宣聖[선성] : 孔子[공자]의 이칭, 공자를 성인으로 이르는 말.

   공자가 " 予欲無言[여욕무언] : 나는 말이 없고자 하노라." 하니,

   子貢[자공]이 " 子如不言[자여불언] : 스승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

   則小子何述焉[즉소자하술언] : 저희들이 어떻게 도를 전해 받겠습니까." 하였다.

   이에 공자가 " 天何言哉[천하언재] :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四時行焉[사시행언] : 사시가 운행하고

   百物生焉[백물생언] : 만물이 생장하나니,

    天何言哉[천하재언] :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 하였다. 《論語 陽貨[논어 양화]》

 

권필이 하루는 자기가 지은 시 원고를 꺼내어 보자기에 싸서

   제자인 沈器遠[심기원]에게 맡기면서 보자기 뒤에다가 위 시를 적고는,

   그 사흘 뒤 잡혀가 심문을 받고 끝내는 죽게 되는데 그 사연은 아래와 같다.

 

권필의 宮柳詩[궁류시, 곧 聞任茂叔削科[문임무숙삭과] 시 사건이 있고난 뒤,

   봉산군수 申慄[신률]이 어떤 도둑을 잡아서 매우 혹독하게 고문을 했고,

   이에 도둑이 죽음을 늦추려 문관 金直哉[김직재]가 모반하였다고 허위 실토를 했고,

   그 일로 김직재도 서울로 압송되어 취조를 받게 되자,

   晉陵君[진릉군]의 외할아버지인 黃赫[황혁]과 함께

   진릉군을 새 임금으로 추대하려 했다고 거짓말하였고,

   이에 황혁의 집을 수색하다가 권필의 궁류시가 발견되어,

   이에 유씨 형제들이 광해군에게 나아가

   시구 가운데 임금을 원망하고 비방하는 뜻이 있다고 아뢰어,

   결국 권필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고 죽게까지 되었으나

   좌의정 이항복이 왕에게 나아가 울면서 간한 덕분에 죽음을 면하고

   해남으로 귀양 가게 되었으나, 그동안 너무나 심하게 매를 맞아

   바로 귀양처로 떠날 수가 없어, 홍인문 밖에 있는 민가에 잠시 머물렀을 때

   찾아온 벗과 행인들이 주는 술을 폭음하고 그 다음날 죽게 됩니다.

   (1623년 인조반정 뒤 사헌부지평에 추증됨)

 

石洲集卷之七[석주집7권] 七言絶句[칠언절구]

權韠[권필, 1569-1612] : 자는 汝章[여장], 호는 石洲[석주]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다.

  시재가 뛰어나 자기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을 토로하고,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 풍자하는 데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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