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恒福

甲寅除夕[갑인제석]夜坐口占[야좌구점]

돌지둥[宋錫周] 2024. 5. 29. 15:15

甲寅除夕[갑인제석]夜坐口占[야좌구점]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갑인(1614)년 섣달 그믐 날 밤에 앉아 입으로 읊다.

自念稟氣虗薄[자념품기허박]少多疾病[소다질병]

스스로 생각해보니 타고난 기가 약하고 엷어 젊어 질병이 많았고,

家貧祿仕[가빈록사]志在米鹽[지재미염虛名欺世[허명기세]

집이 가난하여 녹봉을 받는 벼슬 하다 보니,

뜻은 생활하는 데에 있고, 헛된 명성으로 세상을 속이며,

致位卿相[치위경상]攝養得効[섭양득효]歷險到今[역험도금]

卿相[경상]의 벼슬에 올라, 몸 攝養[섭양]에도 효험을 얻어

험난함을 겪으며 지금에 이르고 보니,

六十之年[육십지년]倐焉已至[숙언이지]

皆始願所未及[개시원소미급]

육십의 나이가 어느덧 다가왔으니 

바야흐로 모두 원하는 바가 미치지 못한 것이다.

凡物致極則危[범물치극즉위]

危而善持者鮮矣[위이선지자선의]

대체로 사물이 극에 이르면 곧 위태해지는데,

위태하여도 잘 유지되는 것이 좋은 것이다.

故建屋不成三瓦[고건옥불성삼와]忌盈也[기영지]

그러므로 집을 세움에 있어서 기와 석 장을 이루지 않음은 

가득함을 꺼린 때문이다.

龜藏雞伏[귀장계복]以不動免凶咎[이부동면흉구]

거북처럼 감추고 닭처럼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써 재앙을 면하는 것인데,

今旣藏矣[금기장부]庶幾免夫[서기면부]

지금 이미 감추었으니 거의 위태로움을 면하게 되었다.

古有祈死得死者[고유기사득사자]

吾取以爲法[오취이위법]

옛날에 죽기를 빌어 죽음을 얻은 자가 있었으니,

나는 받아들여 본받으려한다.

乙卯正月一日[을묘정월1일]書[서]

을묘[1615]년 정월 초하룻날에 쓰다.

 

爲生迄可已[위생흘가이] : 삶을 생각하니 이미 다할 때 쯤이니

六十亦云多[육십역운다] : 육십(예순)도 또한 많다고 이르리라.

寥落新居冷[요락신거랭] : 쓸쓸하니 새로운 거처는 한가한데

蒼茫暮景賖[창망모경사] : 어렴풋하니 밤 경치는 아득하구나.

全歸幸知免[전귀행지면] : 온전히 돌아가 다행히 면함을 아는데

物極復何加[물극부하가] : 만물이 다했는데 다시 무엇을 더하나.

時至聊乘化[시지료승화] : 때가 이르면 편안히 조화를 타리니

輿徒浩浩歌[여도호호가] : 많은 무리와 크고 넓음 노래하리라.

 

除夕[제석] : 섣달 그믐 밤, 음력 12월 말일.

米鹽[미염] : 쌀과 소금,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

虛名[허명] : 실상이 없이 헛되게 난 이름,

   실제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실질 이상의 명성.

致位[치위] : 높은 벼슬에 오름.

卿相[경상] : 宰相[재상], 三政丞[삼정승]과 六判書[육판서].

攝養[섭양] : 養生[양생], 오래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노력함.

不成三瓦[불성삼와] : 盈滿[영만]을 경계하는 뜻. 

   "物安可全乎[물안가전호] : 사물을 어떻게 완전하게 할 수 있겠는가.

   天尙不全[천상부전]故世爲屋[고세위옥] : 하늘도 오히려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을 짓는데도

   不成三瓦而陳之[불성삼와이진지]以應之天[이응지천] :

   기와석 장을 덜 얹어서 하늘에 응하는 것이다." 하였다

   史記[사기] 龜策傳[귀책전].

祈死得死[기사득사] : 춘추시대 晉[진]나라 대부 范文子[범문자]가 일찍이

   임금이 무도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짐을 보고는 난리가 날 것을 예측하고

   宗祝[종축]에게 이르기를, "나를 위하여 죽기를 기도해 달라.

   난리가 나기 전에 죽어서 난리를 면하리라."고 하였는데,

   과연 그 후 얼마 안 되어 그는 죽었고,

   그가 죽은 뒤에 과연 난리가 났었다는 데서 온 말.

   國語 晉語[국어 진어].

知免[지면] : 부모님의 遺體[유체]를

   조금도 毁傷[훼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여 죽는 것.

   曾子[증자]가 병이 났을 때 제자들을 불러 이르기를,

   "啓予足[계여족] 啓予手[계여수] : 이불을 열고서 내 손발을 보아라

   而今而後吾知免夫[이금이후오지면부] : 지금에야 내가

   몸 훼상됨을 면한 줄 알겠다." 하였다.

   論語 泰伯[논어 태백].

物極[물극] : 物極則反[물극즉반],

  만물의 변화가 極[극]에 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함을 이름.

 

白沙先生集卷之一[백사선생집1권] 詩[시] 1629년 간행본 인용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李恒福[이항복, 1556-1618] : 일명 鰲城大監[오성대감].

   자는 子常[자상], 호는 弼雲[필운]·白沙[백사]·東岡[동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