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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兒戱作[세아희작]

돌지둥[宋錫周] 2024. 4. 1. 08:31

洗兒戱作[세아희작]  蘇軾[소식]

아이를 씻기며 희롱하며 짓다.

 

人皆養子望聰明[인개양자망총명] : 사람들 모두 자식 기르며 총명하길 바라지만

我被聰明誤一生[아피총명오일생] : 나는 총명함을 받아서 한 평생을 그릇쳤다네.

惟願孩兒愚且魯[유유해아우차로] : 오직 원함은 어린 아이 어리석고 또 누둔하니

無災無難到公卿[무재무난도공경] : 재앙도 없고 어려움도 없이 공경에 이르기를.

 

公卿[공경] :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公[삼공]卿[구경].

   官[고관]의 총칭.

 

소동파는 재능이 출중했지만

강직한 성품에 소신껏 바른 소리를 곧잘 하는 바람에

관료 생활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정쟁의 와중에서 사형의 위기까지 맞았지만

멀리 湖北[호북, 후베이]성 黃州[황주,항저우]로 좌천되면서

목숨만은 부지했다.

그곳에서 얻은 아들이 넷째 蘇遁[소둔].

아기가 출생한지 만 한 달이 되는 날,

풍습에 따라 ‘洗兒會[세아회, 배냇머리를 깎고 목욕시키는]

잔치 자리에서 이 시를 읊었다.

자식이 총명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련만

동파는 아들이 어리석고 아둔해도 무탈하기만을 소원했다.

그러고도 공경대부를 기대한다니 여간 모순이 아니다.

言外[언외, 말 밖]의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 공경대부에 오른 이들이 결국은 어리석고 아둔했기에

무탈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빈정댄 것이거나,

자신의 총명이 오히려 일생을 그르친 화근이었다는 회한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큰 지혜를 가진 자는 자기 재능을 과시하지 않기에

언뜻 어리석어 보인다’는 노자의 ‘大智若愚[대지약우]’를 강조한

아비의 당부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화답한 시가 있는데 청대 전겸익(錢謙益)의 ‘반동파세아시(反東坡洗兒詩)’가 흥미롭다. ‘동파는 자식 키울 때 총명할까 걱정했지만/나는 우둔한 탓에 일생을 그르쳤나니./내 자식은 의견 굽히지 말고 수완도 잘 부려서/수단방법 안 가리고 공경대부 되었으면.’ 시제와 표현도 동파를 반박한 듯하지만, 그 역시 수단껏 수완을 잘 부린 자가 공경대부에 올랐다는 ‘일그러진 총명’을 질타한 점에서는 판박이다. 재치가 번뜩인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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