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正月十五日大雪[무술정월십오일대설]
李奎報[이규보]
무술년 정월 15일 큰 눈이 오다.
胡奈冬小雪[호내동소설] : 어찌하여 겨울엔 눈이 적더니
至春乃盈尺[지춘내영척] : 봄 이르자 이에 한 자나 내렸네.
麥苗潤校遲[맥묘윤교지] : 보리 싹 적시기는 늦은 듯하나
猶愈便無澤[유유편무택] : 오히려 연못 없는 것보단 낫구나.
欲驗歲何如[욕함세하여] : 올해 농사 어떠한가 징험하려고
書之爲准的[서지위준적] : 이 일을 참으로 본받아 쓰는 걸세.
如看隴上靑[여간롱상청] : 두둑 위에 푸른 빛을 보게 된다면
何必臘前白[하필랍전백] : 어찌 납일 전의 눈만을 기대할쏜가
或譬之絮鹽[혹비지서염] : 혹은 솜과 소금에 비유하기도 하고
或況以璐璧[혹황이로벽] : 혹은 아름다운 옥 구슬에다 견주네.
玆惟詞人事[자유사인사] : 이는 오로지 시문 짓는 사람의 일
歌詠所自作[가영소자작] : 스스로 지은 것 시가를 읊는다네.
我特書國祥[아특서국상] : 내 특별히 나라의 상서를 기록함은
但效春秋則[단효춘추칙] : 다만 춘추의 이치 본받으려함이네.
有人展花牋[유인전화전] : 넉넉한 사람이 꽃 종이를 펼치면서
請我筆一擲[청아필일척] : 나에게 붓 하나를 던지시며 청하네.
前人所未導[전인소미도] : 예전 사람이 인도하는 말이 없으니
雖老儻可得[수로당가득] : 비록 늙었지만 갑자기 쉬이 얻을까
臘前白[납전백] : 冬至[동지] 뒤에 셋째 戌日[술일]을 臘[납]이라 하는데,
이 납전에 오는 눈은 그 해의 채소나 보리에 아주 좋다고 한다.
本草綱目[본초강목] 臘雪[납설].
詞人[사인] : 시문등을 짓는 사람.
歌詠[가영] : 시가를 읊음.
東國李相國後集卷第二[동국이상국후집2권] 古律詩[고율시]
李奎報[이규보, 1168-1241] : 자는 春卿[춘경], 호는 白雲居士[백운거사]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우리 민족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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