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奎報

戱作雨中小牡丹歌[희작우중소모란가]

돌지둥[宋錫周] 2023. 10. 25. 12:07

戱作雨中小牡丹歌[희작우중소모란가]

李奎報[이규보]

비를 맞고 있는 작은 모란꽃을 두고 농으로 노래를 짓다

 

春欲去萬物各悽然[춘욕거만물각처연] : 봄이 가려 하니 온갖 물상 각각 처연하여 
相將欲設餞春筵[상장욕설전춘연] : 서로 나아가 봄 보내는 연회를 베풀려 한다네.  
烟籠高柳展翠幙[연롱고류전취막] : 자욱한 연기 높은 버들에 푸른 장막을 벌리고  
霧爲祖帳張其前[무위조장장기전] : 안개는 전송의 장막을 만들어 그 앞에 벌렸네.  
落花先作錦茵舖[낙화선작금개포] : 떨어진 꽃들이 먼저 비단 깔개를 만들어 펴고  
餘花含露涕漣漣[여화함로체련련] : 이슬 머금은 남은 꽃들 눈물 줄줄 흘리는구나.  
酴醾花是餞春醴[도미화시전춘례] : 도미화는 무릇 봄을 막 보내려는 맑은 술이라 
蝶釀蜂嘗灑以雨[접양봉상쇄이우] : 나비가 빚어내고 벌이 맛 보고 비로 써 뿌리네.  
鶯爲送春歌[앵위송춘가] : 꾀꼬리는 봄을 위해  전송하는 노래하고  
䴏爲送春舞[연위송춘무] : 제비는 봄을 전송하는 춤을 배우네.  
東君大醉倒且顚[동군대취도차전] : 봄의 신이 크게 취하고 또 거꾸로 넘어지더니  
是夜不去許留連[시야불거허류련] : 이날 밤 가질 못하여 연이어 묵기를 허락했네.  
夜深欲命薦枕女[야심욕명천침녀] : 밤이 깊어 잠자리 도와줄 여인을 명하려 하니  
桃頑杏鄙無可憐[도완행비무가련] : 도화는 완고하고 행화는 질박하여 가엾지 않네.  
唯有花王小女子[유유화왕소여자] : 오직 화중왕(모란꽃)의 작은 여자아이 있는데  
年少嬌饒顔最美[연소교요안최미] : 나이 젊고 요염하고 너그러워 얼굴도 제일 곱네.  
此花是夜嫁東君[차화시야가동군] : 이 꽃이 이날 밤에 봄의 신에게 시집가려니  
含羞尙未開笑齒[함수상미개소치] : 부끄러움 머금고 오히려 활짝 웃지를 아니하네.  
東君貧翫留數日[동군빈완류수일] : 봄의 신이 품위 없이 희롱하며 며칠을 머무니  
日夕花心方嫵媚[일석화심방무미] : 낮과 밤 꽃의 마음은 예쁘고 아름답게 견주네.  
炎帝駸駸交代來[염제침침교대래] : 여름의 신이 빠르게 달려 교대하여 이르니 
東君歸意何由弭[동군귀의하유미] : 봄의 신 떠나려는 마음을 무엇으로 멈추겠나.  
君去也花慘然[군거야화참연] : 그대 떠나가 버리니 꽃은 슬프고 참혹하여 
紅臉至今猶帶淚[홍검지검유대루] : 지금까지 붉은 뺨에 눈물 짓는 것 같구나. 

 

悽然[처연] : 쓸쓸하고 구슬픈 모양.

餞春[전춘] : 봄철을 마지막으로 보냄.

祖帳[조장] : 송별연을 베풀다, 전송하는 자리 祖筵[조연]에 치는 장막.

酴醾花[도미화] : 장미과에 속하는 덩굴 식물,

   초 여름에 푸른 빛을 띤 하얀 꽃이 피는데

   그 빛이 酴醾[도미, 잘 익은 술]와 비슷하다.

東君[동군] : 봄의 신, 해, 청제.

薦枕[천침] : 첩이나 기생, 시녀 따위의 여자가

   웃사람을 모시고 잠자리를 같이 함. 侍寢[시침].

花王[화왕] : 花中王[화중왕], 꽃 중의 왕이라는 뜻으로,

   ‘모란꽃’을 달리 이르는 말.

炎帝[염제] : 여름의 신, 불의 신, 태양의 신.

駸駸[침침] : 나아감이 썩 빠름.

駸駸[침침]  : 슬프고 참혹한 모양.

 

東國李相國全集卷第十[동국이상국전집10권] 古律詩[고율시] 

李奎報[이규보, 1168-1241] : 자는 春卿[춘경],  호는 白雲居士[백운거사]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우리 민족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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