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父思[자부사] 徐伐[서벌]
어버이를 그리며 !
괭이며 호미며 지게, 낫, 쇠스랑 그런 것 밖에
더는 모르셔서 一字無識[일자무식]이셨으나
내게는 언제까지나 하늘이신 울 아버님
괭이 쇠스랑으로 밭 일구고 호미로 김매시며 낫 갈아 곡식거두시고
겨우내 땔나무 해 날르시고 모든 들고 남을 지게로 대신하시던 아버님 !
당신 이름도 못쓰는 일자 무식이라 한탄하시지만 제게는 하늘같은 분
우리 아버님 !
뒷골 무논배미 무삶이 하시다가
내 중참 가지고 가 잠시 쉬시던 그 때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무슨 속맘 주셨을까.
뒷산 골짜기 물논에 써레질( 논에 물을 채워 논 바닥을 고르는 일) 하시는 날
제가 가져간 막걸리 주전자에 열무 김치 안주 드시며 짬내어 쉬시 던 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무슨 마음속의 다짐을 주셨는지 ?
돌지둥은 주전자 주딩이로 막걸리 쭈욱 빨아 먹고 갔다 드리면
아버님은 뚜껑을 열어보시곤 ' 주모 이 여편네가 이리 짜졌나 ?'
고개를 갸우뚱 하셨답니다.
무삶이:논에 물을 대고 써레질로 논을 고르는 일
중참 :일을 하다가 중간에 먹던 새참
어느 무덥던 날 발목 삐어 못 걷는 나를
십리 학교까지 업고 오가셨는데,
이 천치, 이 막심한 불효는 그래드리지 못했구나.
아마 지은이가 1939년생이시니 6.25직전의 일이겠지요.
뛰어 놀다 발목을 삐어 걷기 어려워 아버님 등에 업혀 학교를 오가게 되는데
천치(어리섞기 짝이없는 사람) 같은 나는 아버님 등에 업힌것을 좋아 할 줄만 알았지
당신을 업어드리면서 즐겁게 해 드릴 기회 한번 만들지 못했으니
바보이며 불효 막심한 자식이랍니다.
돌지둥도 등교길에 물이 불어 돌다리가 잠기면 한 겨울에도 아버님이
업어 건너주시던 기억이 있네요.
누우신 병상 햇수 자그마치 스물 두 해
애간장 속속들이 끓고는 다 녹으셨으리
지금도 신음소리 들려 가슴 막 저미누나.
지은이의 아버님께선 사십 이전에 병석에 누우신듯 하며
22년간 투병 생활을 하셨으니 환갑은 넘으신 듯 하네요
그 긴 긴 병상생활에 아버님의 괴로운 심정이 어떠셨을지
지금도 아버님의 신음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답니다.....
작가 서벌[徐伐]님은 본명이 서봉섭[1939-2005]이십니다.
경남 고성[固城]출신으로 한국시조시인연합회 회장님으로
시조문학 보급에 힘쓰신 분이십니다.
정인보의 자모사[慈母思]를 올리고 나니 이 시가 떠올라 올려봅니다.
처서[處暑]에 맞게 오전에 내린비로 더위를 잊어봅니다.
돌지둥이 자란 시골 생활이 떠오르네요......
지금쯤 청포도가 향을 풍기고 백수박이 넝쿨속에서 모습을 자랑 할 때인데.....
2013년도에 올린 글이라
삭제될 것 같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