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時[감시]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계절을 느끼어
千村萬村蕎花開[천촌만촌교화개] : 수 없이 많은 시골 마을 메밀 꽃 피어나고
一聲兩聲鴻雁來[일성양성홍안래] : 한 소리 두 소리 기러기들 돌아오네.
節物崢嶸人已老[절물쟁영인이노] : 철 따른 산물은 한껏 높은데 사람은 이미 늙어
感時騷客心悠哉[감시소객심유재] : 계절을 느낀 시인은 마음이 한가롭구나.
已聞村舍收新稌[이문촌사수신도] : 마을 집엔 햇 찰벼 거두었다 이미 들었는데
復道火菑種牟來[부도화치종모래] : 화전 밭에 보리 심고 온다 거듭 말하네.
老子山中有生涯[노자산중유생애] : 늙은이는 산 속에 생계가 있으니
小圃紫豆垂纍纍[소포자두수누루] : 작은 채마밭엔 붉은 콩이 주렁주렁 드리웠네.
十年爲客西復東[십년위객서복동] : 십년을 나그네 되어 동과 서로 되돌다가
不覺寒暑相推移[불각한서상추이] : 추위와 더위 서로 밀려 옮긴것도 몰랐구나.
如今衰病臥山丘[여금쇠병와산구] : 오늘처럼 쇠하고 병들어 산 구릉에 누워
細觀一歲春復秋[세관일세춘복추] : 자세히 보니 잠깐 세월에 봄 가을이 되풀이하네.
功名世上好事耳[공명세상호사이] : 세상의 공명은 좋은 일이라 들었는데
我獨無心空白頭[아독무심공백두] : 나만 홀로 뜻도 없이 흰 머리되어 공허하네.
壯志未磨歲月遒[장지미마세월주] : 큰 뜻 갈지 못하고 세월만 끝나가니
亭畔蟪蛄鳴啁啾[정반혜고명조추] : 정자 가의 여치가 작은 소리로 조롱하네.
節物[절물] : 철에 따라 나는 산물.
崢嶸[쟁영] : (산의 형세가 가파르고) 한 껏 높은 모양.
紹客[소객] : 騷人[소인], 詩人[시인]
蟪蛄[혜고] : 여치[여치과의 곤충]
梅月堂詩集卷之一[매월당집 1권] 詩 述懷[시 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