宿道峯書院[숙도봉서원]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도봉서원에서 머물며 三絶[3절]
道峯霜色隱寒林[도봉상색은한림] : 서리 빛의 도봉산은 쓸쓸한 숲에 숨어있는데
深磵響空生薄陰[심간향공생박음] : 헛되이 울리는 깊은 골짜기 얇은 그늘 만드네.
石老苔荒人去遠[석로태황인거원] : 오래된 돌에 거친 이끼 사람은 멀리 가버리고
峩洋誰和絶絃琴[아양수화절현금] : 아양곡을 누구와 응하며 거문고 줄을 끊을까.
朝廷未肯用虛名[조정미긍용허명] : 조정에선 헛된 이름 쓰는걸 즐기지 못하였고
野外無田可耦耕[야외무전가우경] : 들 밖에는 가히 나란히 밭을 갈 밭도 없다네.
進退卽今難着脚[진퇴즉금난착각] : 지금 곧 나가고 물러나도 다리 붙이기 어려워
乞爲留院老書生[걸위류원로서생] : 정원에 머무는 늙은 서생이 되기를 구걸하네.
山中一夜笑聲和[산중일야소성화] : 산 속에서의 하루 밤은 웃는 소리로 화목하고
山外紛紛誶語多[산외분분수어다] : 산 밖에서는 어수선하니 꾸짖는 말만 많구나.
今日吾儕幸無事[금일오제행무사] : 오늘의 우리 무리는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
枕流堂裏一長歌[침류당리일장가] : 침류당 가운데서 길게 한 번 노래를 읊네.
聖徽同宿[성휘동숙]夜半[야반]使子歌之[사자가지]
: 성휘와 함께 묵으며 밤중에 아들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하였다.
道峯書院[도봉서원] :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서원.
1573년(선조 6) 지방유림의 공의로 趙光祖[조광조]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려 위패를 모심.
峩洋[아양] : 峩洋誰和絶絃琴[아양수화절현금], 知己之友)[지기지우] 없음을 탄식한 말.
옛날 伯牙[백아]는 거문고를 잘 타고, 種子期[종자기]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어서,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탈 적에는,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峩峩兮若泰山[아야혜약태산] : 훌륭하도다, 험준하기가 태산 같구나” 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탈 적에는,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洋洋兮若江河[양양혜약강하] : “훌륭하도다, 광대히 흐르는 것이 강하와 같구나.”하여,
백아의 생각을 종자기가 다 알고 있었다.
종자기가 죽은 뒤에는 백아가 자기 거문고 소리를 알아줄 사람이 없다 하여
줄을 끊어버리고 다시 타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列子[열자] 湯問[탕문].
朝廷[조정] : 나라의 政治[정치]를 議論[의논], 執行[집행]하던 곳.
紛紛[분분] : 떠들썩하고 뒤숭숭함, 흩날리는 모양이 뒤섞이어 어수선함,
의견 등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많고 어수선함.
白沙先生集卷之一[백사선생집1권] 詩[시] 1629년 간행본 인용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이항복[1556-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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