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大雪[대설] 張維[장유]

돌지둥[宋錫周] 2014. 12. 25. 13:22

 

               大雪[대설]              張維[장유]

 

朔風驅雪滿天來[삭풍구설만천래] : 북풍이 눈을 몰고와 하늘 가득 내리니

一夜茅簷壓欲摧[일야모첨압욕최] : 밤새워 초가집 처마를 짓눌러 꺽어지려 하는구나.

枯樹乍聞寒響急[고수사문한향급] : 메마른 나무에 오싹한 소리 빠르게 언뜻 들리고 

小窓全覺曙光催[소창전교서광최] : 작은 창문은 모두 깨우듯 새벽 빛을 재촉하네.

 

村童晩汲通新徑[촌동만급통신경] : 마을 아이 느즈막에 물 긷느라 새 길을 뚫고 

竈婦晨炊撥舊灰[조부신취발구회] : 부엌의 아낙 새벽 밥짓느라 묵은 재 걷어 내네. 

靑苗埋不凍[편롱청묘매부동] : 밭 둑의 푸른 싹은 깊이 묻혀 얼지 않을테니

豊年賸待麥秋迴[풍년승대맥추회] : 보리 수확 철 되면 늘고 더해주어 풍년이 들겠구나.

 麥秋[맥추] 보리 수확기.

 

海天漠漠海雲垂[해천막막해운수] : 바다와 하늘은 고요하고 쓸쓸하니 어두운 구름 드리우고
雪勢風威倂一時[설세풍위병일시] : 눈보라에 바람의 위세까지 한꺼번에 아우르네 .
凍逼蟄龍號大壑[동핍칩룡호대학] : 숨어있던 용들 추위의 핍박에 큰 골짜기에서 울부짓고
寒侵栖雀墮空林[한침서작타공림] : 둥지속 참새들 추위가 엄습하니 빈 숲에 떨어지네.

 
望中不辨斜斜逕[망중불변사사경] : 비탈져 굽은 오솔길 어디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堆處平埋短短籬[퇴처평매단단리] : 눈 쌓인 곳 짧고 작은 울타리들 가지런히 묻혀 있네.
閑擁地爐燒榾柮[한옹지로소골돌] : 마들가리 나무 불살라 한가히 화로만 껴안을 형편에다 
病來孤負灞橋詩[병래고부패교시] : 병이 드니 패교시도 기대에 어긋나는구려
.

灞橋詩[패교시] : 눈 오는 날 밖에 나가 한껏 흥취를 누리며 짓는 시를 말한다.

詩思在灞橋風雪中驢子上[시사재패교풍설중여자상] : 詩興[시흥]은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 말을 타고서 패교 위를 거닐 때에 일어난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

全唐詩話[전당시화] 5 鄭綮[정계]

孤負[고부] : 직접, 간접으로 도와줌에도 달갑게 여기지 않고 본의나 기대에 어긋나는 짓을 함.

 

谿谷集[계곡집]   谿谷先生集卷之三十    1643 간행본에서 인용

 

張維[장유 : 1587 - 1638] 자는 持國[지국], 호는 谿谷[계곡].
저서에 谿谷漫筆[계곡만필], 谿谷集[계곡집], 陰符經注解[음부경주해]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