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墮水赴衙[타수부아]

돌지둥[宋錫周] 2024. 4. 15. 07:27

墮水赴衙[타수부아]

물에 떨어저 관아에 나아가다.

 

陽川縣有辛姓者[양천현유신성자]

性甚[성심]誕妄[탄망]

 一日渡楊花津[일일도양화진] 

淸風[청풍]徐來[서래] 

江水如練[강수여련]

辛乃倚船而歎曰[신내의선이탄왈]:

"若使黃思叔在此[약사황사숙재차] 

可與[가여]賦詩矣[부시의]."

 

양천현에

신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성품이 심하게

허탕하고 망령되었다. 

하루는 양화진을 건널 때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고

강물이 잔잔하거늘

신씨가 배에 의지하여

탄식해 말하기를,

"만약 황사숙이 여기 있다면

시를 읊을 수 있을텐데."하니,

 

 

思叔卽秋浦黃慎[사숙즉추포황신]

字也[자야]. 

[시]秋浦[추포]

丁憂服襄[저우복양]

適同一船[적동일선]

秋浦[추포]諦視之則[체시지즉]

曾未識面者也[증미식면자야] 

低聲問曰[저성문왈]:

"公知熟黃思叔乎[공지숙황사숙호]?"

 

사숙은 곧 추포 황신의 자다. 

그때 추포는

부모님 상을 당하여 복을 입고

마침 같은 배에 있었는데

추포가 자세히 보니

도무지 알지 못하는 얼굴이라, 

낮은 목소리로 묻기를

 "그대는 황사숙을 잘 아시오?"하니,

 

丁憂[정우] : 부모의 喪[상]을 당함.

 

 

曰[왈]: "吾與此友[오여처우]

自少同榻[자소동탑]

其親莫言[기친막언] 

思叔非獨能詩[사숙비동능시] 

又善於四六[우선어사륙] 

曾製[증제]

'魏野謝命畵幽居表'

[위야사명화유거표]

得句曰[득구왈]:

翠竹蒼松[취죽창송] 

逕東西之彷彿[경동서지방불].’

 

신씨가 말하기를

"나는 그 벗과는

어려부터 함께 배웠고, 

그 어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사숙은 시만 잘 짓는 것이 아니라

사륙문도 잘 지으니

일찍이 <위야사면화유거표>라는

글을 지을 때

글귀를 얻어 말하기를

푸른 대 푸른 소나무는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하도다.’하고 

 

同榻[동탑] : 함께 배움

四六[사륙] : 사륙문, 한문체의 하나.

 

 

良久沉吟[양구침음] 

未得未偶[미득미우]

余卽應之曰[여득응지왈]:

靑山綠水[청산록수] 

屋上下之依稀[옥상하지의희]. 

非[비]的對也[적대야].’ 

思叔喜而用之[사숙휘이용지] 

此句膾炙一世[차구수회자일세] 

而實賴吾而成也[이실뢰오이성야]."

 

한참을 깊이 음미하나

對句[대구]를 얻지 못하였는데

내가 곧 응해 말하기를,

푸른 산 푸른 물은, 

집의 위아래가 한결같도다. 

이것이 적합한 대구가 아닌가요?’

했더니, 사숙이 기뻐하며 썼는데, 

이 글귀가 드디어

세상에서 널리 말해졌는데, 

실은 나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요."하니,

 

依稀[의희] : 변함이 적음, 한결같음.

的對[적대]; 접합한 대구.

膾炙[회자]; 회와 구운 고기, 

  칭찬 받는 화제거리로서

 널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림.

 

 

秋浦心窃笑[추포심절소] 

而不爲之辨矣[이불위지변의]

俄而[아이]舟泊將下[주박장하]

辛謂秋浦曰[신위추포왈]:

"同舟而濟[동주이제]

半晌談話[반오담화] 

亦非偶然[역비우연]

願聞子人姓名[원문자인성명]."

 

추포가 마음에 몰래 웃고는

변명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배가 닿아서 내리자 

신씨가 추포에게 말하기를

 "같은 배를 타고 건너오고, 

반나절이나 서로 이야기한 것이

또한 우연이 아니니

원컨대 그대의 성함을

듣고자 합니다."하니,

 

 

秋浦曰[추포왈]:

"我名黃慎也[아명황신야]"

[신]驚悟慙恧[경오참뉵] 

不覺墮水[불각타수]

 一時聞者[일시문자]

莫不[막불]捧腹[봉복]. 

 

추포가 말하기를

"나의 이름은 황신이요."하니

신씨가 놀라 깨닫고
크게 부끄러워하여

모르는 사이에 물에 떨어졌는데

한때 이를 들은 사람들이

배를 움켜쥐고

웃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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