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夢得沽酒閑飮且約後期[여몽득고주한음차약후기]
白居易[백거이]
유우석과 더불어 술을 사다 한가로이 마시다가 후일을 기약하며.
少時猶不憂生計[소시유불우생계] : 젊었을 때도 오히려 생계 걱정 않했거늘
老後誰能惜酒錢[노후수능석주전] : 늙은 뒤에도 누가 능히 술 값을 아낄까. ?
共把十千沽一斗[공파십천고일주] : 만 냥을 함께 잡아서 팔어온 술 한 말을
相看七十欠三年[상강칠십결삼년] : 서로 바라보는 칠십에 삼년이 모자라네.
閑征雅令窮經史[한정아령궁경사] : 한가히 경사를 취해 고상하게 연구하고
醉聽淸吟勝管弦[취청청음승관현] : 취해 듣는 맑은 시가는 관현악보다 낫네.
更待菊黃家醞熟[갱개국황가온숙] : 다시 노란 국화와 집의 술이 익길 기다려
共君一醉一陶然[공군일취일도연] : 그대와 한 번 취하고 함 거나하게 취하세.
夢得[몽득] : 劉禹錫[유우석,772-842]의 자, 中唐[중당]의 시인.
經史[경사] : 경서와 사기.
陶然[도연] : 거나하게 술에 취함.
백거이와 유몽득(유우석)은 비교적 순탄하게 관직에 올랐지만
중당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관직 생활은 부침이 극심했습니다.
수차례 중앙과 지방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
문학과 삶의 지향에서 의기투합했고 자주 시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마침 둘은 洛陽[낙양]의 태자궁에서 같이 근무할 기회를 맞습니다.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마음으로만 교류했던 두 지기는
70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술값 따질 것 없이
두 사람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술자리를 마련하지요.
격정의 젊음을 보내며 파란만장한 辛苦[신고]를
치른 후에야 마침내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지요.
권주의 유희로 상대에게 술을 강권하기도 하고 불콰해진 채 목청을 돋우어 시도 읊조립니다.
경전과 역사를 논하는 것은 사대부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道樂[도락],
그 어떤 아름다운 음악도 이 재미를 능가하진 못하겠지요.
이런 자리가 동갑내기 친구 사이엔 다시없는 즐거움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또
지난날의 광영과 열정을 반추해 보는 아련한 회한의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 회한을 애써 다독이려는 심사일까. 시인은 ‘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느긋하게 취하자’는 훈훈한 다짐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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