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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隱者一絶[송은자일절]

돌지둥[宋錫周] 2023. 12. 4. 08:03

送隱者一絶[송은자일절]  杜牧[두목]

은자를 보내며 쓴 절구 한 수

 

無媒徑路草蕭蕭[무매경로초소소] : 안내하는 이 없는 좁은 길 잡초만 쓸쓸하고

自古雲林遠市朝[자고운림원시조] : 예로부터 구름 숲은 저자와 조정을 멀리했네.

公道世間唯白髮[공도세간유백발] : 세상 사이 공평한 도리 오직 흰 머리 뿐이라

貴人頭上不曾饒[귀인두상부증요] : 귀인의 머리 위라도 이미 너그럽지 않다네.

 

無媒[무매] : 은사가 재능을 썩힘, 연줄이 없음, 중매쟁이가 없다.

徑路[경로] : 소로, 지름길, 작은 길.

蕭蕭[소소] : 바람이나 비 소리 따위가 쓸쓸함.

雲林[운림] : 구름이 걸친 숲, 隱者[은자]들이 지내는 곳. 

市朝[시조]: 시정과 조정, 즉 명리를 다투는 속세를 가리킨다. 조야朝野를 가리키기도 한다.

公道[공도]: 공평하고 올바른 도리, 국가에서 관리하는 도로.

 

시 속의 은자는 평소

‘이끌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문인지

삭막한 길을 가야 했고,

끝내는 ‘깊은 숲에 묻혀 세속과 멀어졌을’ 것이다.

시인은 현실의 불공평에 대해

‘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라곤 백발 하나뿐’이라 일갈하며 은자를 위로한다.

 

모순되게도 정작 두목 자신의 급제에 청탁이 개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의 급제를 도운 이는 태학박사 吳武陵[오무릉],

그는 시험 주관자에게 두목의 ‘阿房宮賦[아방궁부]’를 보여주며

장원 급제를 부탁했고 설왕설래 끝에 5등으로 낙착되었다.

급제자가 이미 내정된 불공정한 경쟁에서

그나마 5등이 된 건 5등까지의 답안지만 황제에게 올라가는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두보나 맹호연은 낙방을 거듭하며 여기저기

干謁詩[간알시]를 보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만은 청탁을 부끄러이 여긴다’라 했던 두보도

여러 차례 고위층에게 간알시를 올렸다. 

시인이 대놓고 청탁하기는 거북살스러웠을 테지만

시를 지어 권력자에게 스스로를 천거하는 건

당나라 사대부 사회에서는 관행처럼 통용되었다.

과거를 통해 입신양명을 꿈꾸는 자들은

시험에 앞서 權門勢家[권문세가]에게 자신의 자질과 재능을 어필해야 했다.

그들로부터 천거를 받는 방법은 이른바 行卷[행권],

평소 써놓은 시문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홍보하는 게 중요했다.

행권은 윗사람과의 첫 만남이란 의미에서 干謁詩[간알시]라고도 했다.

 이게 아니면 권력자와 두터운 교분을 쌓아 천거를 받아야 했다.

왕유는 시서화에 능숙했던 덕에

王公[왕공]들과 어울려 지내다 순조로이 장원 급제했고,

이백은 그 시재에 반한 재상 賀知章[하지장]이 현종에게 천거함으로써 무시험으로 등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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