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用計得官[용계득관]

돌지둥[宋錫周] 2025. 2. 25. 08:23

用計得官[용계득관]

꾀를 써서 벼슬하다.

 

一[일]武科出身[무과출신]

好身手智能[호신수다지능]

登科十餘年[등괴십여년]

未得[미득]第仕[제사]

可謂墻壁無依[가위장벽무의]

  

한 무과 출신자가

신수도 훤하고

지혜와 능력도 있으나

과거 급제한 후 

10여 년이 지났느나

관직에 나가지 못했으니

든든한 후원자가 없는 탓이었다.

 

 

忽心生一計[홀심생일계]

得一活雉[득일활치]

而以箭貫其目[이이전관기목]

往當時第一權宰家後園墻外

[왕당시제일권재가후원장외]

投雉于園中후[투치후원중후]

腰帶箭[요대전]手執弓[수집궁]

急來門前[급래문전]

大聲呼之曰[대성호지왈]:

"吾之雉[오지치]

落宅之後園墻垣內

[낙택지후원담원내]

卽爲持來給我[즉위대래급아]."

 

문득 마음에

꾀를 하나 생각하여

살아있는 꿩을 한 마리 얻어

화살로 꿩의 눈알을 꿰뚫고는

당시 제일 권세 있는

재상집 후원 담 밖에 가서는

마당 한가운데에

꿩을 던져 넣은 뒤

허리에는 화살을 차고

손에는 활을 잡고

급히 문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외치기를

"내 꿩을 이 댁 후원

담장 안에 떨어뜨렸으니

곧 가져다 내게 달라."

 

 

語聲甚高[어성심고]

宰問之曰[재문지왈]:

"何人以何事[하인이하사]

來鬧乎[래뇨호]?"

奴輩告以[노배고이]:

"一武夫持弓矢來言曰:

[일무부지궁시래언왈]

'宅後園內[댁후원내]

有渠雉云云[유거치운운]

欲推來矣[욕치래의].'"

 

말소리가 매우 높으니

재상이 듣고 묻기를

"누가 무슨 일로 와서

시끄럽게 떠드는고?" 하니

종들이 아뢰기를

"한 무부가 활과 화살을

가지고 와서 말하기를

'이 댁 후원 안에

자기 꿩이 있으니 찾

아가려고 왔다.’ 

하나이다." 하니

 

 

宰命召武人[재명소무인]

武人持弓矢而來[무인지궁시이래]

立軒下[입헌하]

好風采[호풍채]能言語[능언어]. 

宰問[재문]: "君何人也[군하인야]?"

武夫曰[무부왈]:

"小人則武科出身[소인즉무과출신]

而家貧閑遊故[이가빈한유고]

有時行獵有射才[유시행렵유사재]

俄者[아자]持弓矢[지궁시]

而適過宅後園墻外

[이적과택후원장외]

見一雉坐樹上故[견일치좌수상고]

小人射中其目[소인사중기목]

落于園中[낙우원중]

欲爲推去[욕위치거]

回來門前[회래문전]

請于奴輩矣[청우노배의]

驚動尊聽[경동존청]

不勝[불승]惶悚矣[황송의]"

 

재상이 무인을 부르니

무인이 활과 화살을 가지고 와서

마루 아래 서니

훤한 풍채에 말도 잘하는지라

재상이 묻기를

"그대는 어떤 사람인고?"하니

무인이 말하기를

"소인은 무과 출신으로

집이 가난하여 할 일 없이

노는 고로

틈만 나면 사냥을 다녔는데

활 쏘는 재주가 있어

조금 전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마침 댁의 후원 담 밖을

지나다가

꿩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은 것을 보고는

소인이 그 눈을 쏘아 맞혀

후원 가운데 떨어뜨리고

찾아가고자 문 앞으로

돌아 나와 종들에게 청했는데

대감 듣는 데서 놀라게 하여

황송함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

하니

 

 

宰曰[재왈]:

"射中其目[사중기목]

可謂神武[가위신무]."

武夫曰[무부왈]:

"小人射無虛發[소인사무허발]

而其於中其目[이기어중기목]

亦偶然耳[역우연이]."

宰卽命奴入園中[재즉명노입원중]

持來其雉[지래기치]

果箭貫其目[과전관기목]

尙有生氣[상유생기].

宰稱之不已[재칭지불이]

仍問曰[잉문왈]:

"君之[군지]地處何如[지처하여]

科甲當爲其年[갑과당위기년]?"

 

재상이 말하기를

"눈을 쏘아 맞히다니

신통한 무술이로고."하니

무인이 말하기를

"소인이 활을 쏘면 헛방이 없으나

그 눈을 맞춘 것은 우

연일 뿐입니다."하니

재상이 즉시 종에게 명하여

후원에 들어가 그 꿩을

가져오게 하니 과연 화살이

그 눈을 꿰뚫고

아직 생기가 있었다. 

재상이 칭찬해 마지않으며

거듭 묻기를

"그대는 어떤 집안 출신이며

과거 급제한 지는

올해 몇 해나 되는가?"하니

 

 

武人曰[무인왈]:

"小人之父[소인지부]

邊地武弁[변지무변]早死[조사]

祖曾祖以上[조증조이상]

或經防禦[혹경방어]

或有[혹유]閫任矣[곤임의]."

宰曰[재왈]:

"然則 好地處武弁也."

[연즉 호지처무변야]

 

무인이 말하기를

소인의 아비는 변방 무변으로

일찍 죽고

할아버지와 증조 이상은

혹은 방어사도 지냈고

혹은 병사나 수사도 있나이다."

하니, 재상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지체 좋은 무변이다."

하였다.

邊地[변지]; 나라의 경계가 되는

 가장자리 땅'

武弁[무변]; 武官[무관],

閫任[곤임]; 나라 문호를 지키는

 병마절도사나 수군절도사.

 

 

武人曰[무인왈]:

"小人早失嚴父[소인조실엄부]

更無至親[갱무지친]

獨依老母[독의노모]

貧不自存[빈부자존]

登科亦已十餘年[등과역이십여년]

以無勢之故[이무세지고]

至今作閑遊客矣[지금작한유객의]."

宰曰[재왈]:

"君之凡百如此[군지범백여차]

潦倒如許[이요도여허]

可矜也[성가긍야]

君須在吾側[군수재오칙]

以爲發身之道[이위발신지도]

如何[여하]?"

 

무인이 말하기를

"소인이 일찍 아비를 잃고

또 형제도 없이

홀로 노모에 의지해

가난하여 스스로 살지도 못하며

과거에 급제한 지도

이미 10여 년이지만

세력이 없는 고로 지금까지

건달 신세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니, 재상이 말하기를

"그대의 모든 것이 이와 같고

그러면서도 허송세월을 했으니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다. 

자네 내 곁에 있으면서

입신출세할 길을 생각 해 봄이

어떨고?" 하니,

 

 

武人曰[무인왈]:

"不敢請[불감청]固所願[고소원].

下念及此[불념급차]

不勝惶感[불승황감]."

宰乃置左右[재내치좌우]

武人竭誠事之[무인갈성사지]

果是能幹而[과시능간이]

無處不當[무처부당]

宰甚愛之[재심애지].

 

무인이 말하기를

"감히 청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진실로 원하던 바입니다. 

생각해 주심이 이에 이르니

황송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하니
재상이 곧 좌우에 두고
무인은 정성을 다해 섬기니
과연 능란하고 제주가 있으며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지라

재상이 매우 사랑했다.

 

 

過數月武人告曰[과수월무인고왈]:

"聞宣傳官方有闕[문선전관방유궐]

若得大監一札於[약득대감일찰어]

兵判則似無慮矣[병판즉사무려의]

伏未知何如[복미지하여]."

 

몇 달이 지나자 무인이 아뢰기를

듣자하니 선전관 자리가

마침 비어 있다 합니다. 

만약 대감께서 병판한데

부탁한다는 편지 한 통만 주시면

염려 없을 것 같은데, 

엎드려 바라건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宰曰[재왈]:

"吾當圖之[오당도지]."

卽爲書札於兵判[즉위서찰어변판]

兵判回答[병판회답]:

"以今審則[이금심즉]

適有親切人求處者.

[적유친절인구처자]

後窠[후과]卽施云云[즉시운운]."

宰以書示之曰[재이서시지왈]:

"兵判答狀[병판답장]如此[여차]

姑俟後窠[고사후과]好矣[호의."

 

재상이 말하기를

"내 마땅히 시도해보지." 하고

즉시 병판에게 편지를 써주니

병판이 회답하되 

이번에는 마침 친하고

간절한 사람이

자리를 구하는지라

다음에 비는 자리가 생기면

즉시 시행할 것이니 라고

하는 것이었다. 

재상이 편지를 보이며 말하길

"병판의 답장이 이와 같으니

아직은 다음 자리를

기다리는 것이 좋으리라." 하자,

 

 

武人[무인]黙然出外[묵언출외]

言于[언우]守廳曰[수청왈]:

"吾方欲歸家[오방욕귀가]

汝入告大監[여입고대감]

向自吾之生雉價[향자오지생치가]

推來也[치래의].

吾欲持去矣[오욕지거의]."

 

무인이 말없이 밖으로 나와

청지기에게 말하기를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는 들어가 대감께 아뢰어

지난 번 내 꿩 값을 찾아오너라.

내 가지고 떠나련다."하니

 

 

奴入告, 宰大怒曰: “渠背°愛恤之恩, 敢言雉價, 不告而去耶? 今知其°無狀漢.” 出給一兩錢曰: “給此而卽爲驅出.” 怒氣不止, 仍又作書於兵判曰: “°俄者所托武人, 亦非親切人, 今知其爲人之°萬萬不可, 非但今番, 雖後窠, 勿爲°檢擬也.” (-보금자리 과, 빈자리 과)

종이 들어가 아뢰니, 대감이 대노하여 말하기를, “제 놈이 내가 아끼고 사랑해준 은혜를 배반하고 감히 꿩 값을 말하며 알리지도 않고 떠난단 말이야? 이제 보이 형편없는 놈이로다.” 하고 돈 한 냥을 내어 주며, “이것을 주고 당장 내쫓아라.” 하며 노기를 그치지 못하고, 거듭 또 병판에게 편지 쓰기를 조금 전 부탁한 무인은 역시 친하고 간절한 사람도 아니오, 이제 그 사람됨이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으니,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비록 다음 번 자리가 있더라도 고려하지 마시오.’ 했다.

[愛恤之恩(애휼지은)]; 불쌍히 여겨 사랑하고 보살펴 준 은혜,

[無狀(무상)]; 예의가 없음, [俄者(아자)]; 조금 전,

[萬萬不可(만만불가)]; 도저히 안 됨, [檢擬(검의)]; 검토하여 헤아림,

兵判以爲此台怒於後窠之說, 有此不快之言, 方欲作答書之際, 忽有口傳宣傳官°差出之命, 兵判卽以其武人, 首擬°蒙點. 武人旣得之, 乃往宰家入拜, 宰怒責曰; “君何面目, 敢來見我乎?”

병판은 이 재상이 다음 번 자리라는 말에 화가 나서 이 같이 불쾌한 말을 하는구가 생각하여 바로 답장을 쓰려는 차에 문득 선전관을 차출하라는 명이 구전으로 오니 병판이 즉시 그 무인으로 첫머리에 낙점을 찍었다. 무인이 이미 벼슬을 얻고 곧 재상집에 들어가 절하니 재상이 노하여 꾸짖기를, “그대가 무슨 낯으로 감히 와서 나를 보느냐?” 하니,

[差出(차출)]; 관원을 임명함,

[蒙點(몽점)]; 관리를 임명할 때 후보자 가운데 적당한 사람에게 점을 찍어 표시했다 이것을 낙점(落點)이라 하는데 몽점은 낙점을 찍은 은혜를 입었다는 뜻,

武人答曰: “小人寧死, 何敢忘大監愛恤之恩? 見兵判之不諾, 小人出外而推雉價, 自外退去則, 大監必°觸怒, 而以°勿施小人職, 更報於兵判, 兵判則, 必以大監之怒, 於不卽施, 知之, 不安而則施之矣. 故如是生計矣. 大監與兵判, 果然 中於小人之°計巧. 而小人則得此官矣, 伏望大監°下察而諒恕罪如何?”

무인이 대답하기를, “소인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찌 대감께서 아끼고 사랑해 주신 은혜를 입겠습니까? 소인이 병판의 허락하지 않음을 보고 밖으로 나가 꿩 값을 찾고 물러간 것은 대감께서 반드시 화를 내어 소인에게 벼슬을 주지 말라는 것으로 다시 병판에게 알릴 것이고, 병판은 반드시 대감의 화가 즉기 시행치 아니함에 있다고 알아 불안하여 즉시 시행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꾀를 낸 것입니다. 대감과 병판께서 과연 소인의 계교에 빠졌기에 소인은 이 벼슬을 얻었으니 엎드려 바라옵건데 대감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죄를 용서하심이 어떠합니까?” 하니

[觸怒(촉노)]; 웃어른의 마음을 거슬리어서 성을 내게 함,

[勿施(물시)]; 시행하지 말라, [計巧(계교)]; 요리조리 생각해 낸 꾀,

[下察(하찰)];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살핌,

宰回嗔作喜, 拍案奇之曰: “能哉! 君也, 奇特哉! 君也, 汝可將材.” 無數稱道, 武人自此, 永爲心腹之人, 宰亦以力主獎用, 武人官至閫帥, 後爲統制云爾. (-성낼 진)

재상이 화를 풀고 기뻐하며 무인을 기특히 여기며, “능란하다! 그대여, 기특토다! 그대여, 자네가 가히 장수 재목이로다.” 하고 극구 칭찬하니 무인이 이로부터 영원히 재상에게 충성하고, 재상도 역시 힘껏 주장하여 등용하니 무인은 벼슬이 병마절도사, 수군절도사에 이르고 뒤에 통제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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