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去婢[증거비] 崔郊[최교]
떠나가는 여종에게 주다.
公子王孫逐後塵[공자왕손축후진] : 공자와 왕손들은 티끌 뒤를 쫓았지만
綠珠垂淚滴羅巾[녹주수루적라건] : 녹주가 흘린 눈물 비단 수건에 떨어졌네.
侯門一入深如海[후문일입심여해] : 제후의 문에 한번 드니 깊은 바다와 같고
從此蕭郞是路人[종차소랑시로인] : 이로부터 소랑은 길을 오가는 사람이구나.
去婢[거비] : 시인의 고모 집 여종으로 둘은 한때 연인 사이기도 했다네요. 그
그러다 여종이 襄州司馬[양주사마] 于頔[우적]의 집안에 팔려 가면서
둘은 서로 남남이 되고 말았답니다.
後塵[후진] : 사람이나 마차가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먼지.
綠珠[녹주] : 西晉[서진]의 부호 石崇[석숭]의 애첩.
후일 王公[왕공]의 집안에 끌려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함.
한시에서는 비운의 미녀로 통용 됨.
蕭郞[소랑] : 梁武帝[양무제] 蕭衍[소연], 미남 혹은 총각의 대명사로 쓰임.
路人[노인] : 길을 오가는 사람.
당나라 헌종 때의 秀才[수재]였던 崔郊[최교]는
그의 고모 집에 사는 侍婢[시비] 端麗[단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용모도 아리땁고 음률에도 능한 단려 또한 최교를 마음에 두었는데,
고모 집이 가세가 기울어 단려를 고관대작의 집에 팔아 버림으로써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단려를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 고관대작의 집 주변을 서성거렸으나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중,
한식날이 되어 단려는 밖으로 일을 보러 나왔다가
집 근처의 버드나무 그늘 아래 서 있는 최교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아는 체하지도 못하고
애끓는 정만 간직한 채 또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그 애끓는 심정을 남긴 최교의 시가 바로 이 시랍니다.
미녀를 놓친 한 사내의 체념 어린 넋두리인 듯하지만 사연은 단순치 않습니다.
귀족 자제들이 반했다는 이 미녀는 원래 시인의 고모 집 여종으로
둘은 한때 연인 이었으니 이게 시에 나타난 사연의 전모입니다.
한데 이 시에 뒷얘기가 따르니, 심해처럼 깊숙한 곳에서 눈물만 떨구던 미녀를 우
연히 재회하게 되자 시인은 그간의 응어리를 이렇게 시로 풀어냈답니다.
뜻밖의 반전. 시를 접한 우적이 둘의 사연을 듣고는 미녀를 방면했고
혼인까지 주선해 주었다네요. 시 한 수로 사랑을 되찾았다는 이 일화는
范攄[범터]의 ‘雲溪友議[운계우의]’에 수록돼 있답니다.
소설집이라 호사가의 취향에 맞춰 윤색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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