謝文禪老惠米與綿[사문선로혜미여면]
李奎報[이규보]
문선로가 쌀과 함께 솜을 보내옴에 사례하다.
我家全盛時[아가전성시] : 나의 집이 때마침 한창 왕성하여
壓甑炊香玉[압증취향옥] : 시루에 눌러 옥밥 향기롭게 지었지.
厭飫不下匙[염어불하시] : 싫증나 물려도 수저 내리지 않고서
况肯喰脫粟[황긍식탈속] : 더욱더 현미밥을 즐기어 먹었다네.
雪色蜀蠶綿[설색촉잠면] : 하얀 빛깔의 촉나라의 누에 솜털은
十斤方一掬[십근방일국] : 열 근이라야 바야흐로 한 줌이라네.
費之下甚珍[비지하심진] : 재화를 써가며 많은 보배 없앴으니
柳絮空飄撲[유서공표박] : 버들솜처럼 허공 가득 나부끼었네.
坐此今困窮[좌차금곤궁] : 이에 마침내 어렵고 궁핍한 지금은
家無擔石蓄[가무섬석축] : 집에는 떠맡아 모은 녹봉도 없구나.
饞口長流涎[참구장류연] : 걸신들린 입에는 침만 길게 흐르고
浪撫雷鳴腹[낭무뢰명복] : 물결이 치듯 배에선 우뢰 소리 내네.
九月霜天高[구월상천고] : 구월에는 하늘 높이 서리가 내리니
一夜風落木[일야풍락목] : 하룻 밤 바람에 나무들 꺾여버리네.
單衾劇鐵寒[단금극철한] : 홑 이불은 쇠같은 추위가 혹독하고
身若凍鼈縮[신약동별축] : 몸은 얼음에 오그라든 자라 같구나.
忽得一緘信[홀득일봉신] : 갑자기 한통의 봉한 편지를 받으니
贈我心所欲[증아심소욕] : 내 마음에 갖고 싶은 걸 보내주었네.
晩炊寒竈中[만취한조중] : 썰렁한 부엌 안에서 저녁밥 지으니
靑煙今生屋[청연금생옥] : 푸른 연기가 집에서 바로 생겨나네.
披向薄衣中[피향박의중] : 엷은 옷 가운데로 솜을 놓아 걸치니
如負冬日燠[여부동일완] : 겨울 날에 따뜻함을 등진 것 같구나.
爲感仁者心[위감인자심] : 어진 사람의 마음에 감응하게 되니
蛟眼淚相續[교안루상속] : 교룡의 눈에 눈물 이어져 따르는구나.
東國李相國全集卷第十[동국이상국전집10권] 古律詩[고율시]
李奎報[이규보, 1168-1241] : 자는 春卿[춘경], 호는 白雲居士[백운거사]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우리 민족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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