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事遣悶[기사견민]題戒淳上人詩卷[제계순상인시권]
漢陰 李德馨[한음 이덕형]
답답한 속을 푼 일을 적어 계순 스님의 시권에 쓰다.
前湖氷泮綠生漪[전호빙반록생의] : 앞 호수의 얼어 버린 물가에 푸른 물결이 일고
驀野春陰近午垂[맥야춘음근오수] : 들판 넘은 봄은 몰래 가까이 거슬러 드리우네.
出戶偶逢西崦釋[출호우봉서엄석] : 집을 나와 서쪽 산의 석가를 짝하여 만났으니
坐談還滯釣魚期[좌담환체조어기] : 다시 머물러 앉아 담소하며 낚시를 기약하네.
廊廟江湖摠繫憂[낭묘강호총계우] : 조정의 일 강과 호수에 모든 근심을 묶어두고
萬般人事雪蒙頭[만반인사설몽두] : 일만 가지 사람 일들에 어린 머리는 희어졌네.
王良屑屑眞堪笑[왕량설설진감소] : 왕량은 잗달게 굴어서 참으로 비웃음 참아내고
不向隣僧道去留[불향린승도거류] : 이웃의 스님 보지도 못하고 가고 머물음 말하네.
廊廟[낭묘] : 正殿[정전], 政事[정사]를 보는 곳, 곧 朝廷[조정]을 이르는 말.
廟堂[묘당], 議政府[의정부]. 朝廷[조정]의 大政[대정]을 보살피는 殿舍[정사].
萬般[만반] : 갖출 수 있는 모든 것, 여러가지의 전부.
王良[왕량] : 後漢[후한] 사람으로 滎陽[형양]으로 부임하는 길에
병이 위독해져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친구의 집을 찾아갔는데
그 친구가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충성스런 말과 기막힌 계책으로 높은 자리에는 오르지 못하고,
어찌하여 꺼리는 마음도 없이 잗달게 굴면서 쏘다니는 것인가"
[不有忠言奇謀而取大位 何其往來屑屑不憚煩也]”라고 하자,
왕량이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는 부름에 응하지 않았던 고사가 있다.
[後漢書[후한서] 王良傳[왕량전]
屑屑[설설] : 잗단 모양, 부지런한 모양,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모양, 애달프게 구한다.
漢陰先生文稿卷之一[한음선생문고1]詩[시]七言絶句[7언절구]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1
李德馨[이덕형 : 156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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