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歇臺[진헐대]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진헐대에서.
眞歇可眞歇[진헐가진헐] : 진헐이라 가히 참으로 쉴 수 있는 곳
塵蹤淨如掃[진종정여소] : 티끌 자취를 깨끗이 쓸어낸 것 같구나.
千峯俯可掇[천봉부가철] : 많은 봉우리가 가히 찌르듯 숨어있고
百川流浩浩[백천류호호] : 여러 냇물은 가없이 드넓게 흘러가네.
山鳥語靑嵐[산조어청람] : 산의 새들은 맑은 남기 속에 소리내고
令人心境灝[영인심경호] : 어진 사람의 마음 상태는 밝고 넓구나.
長松蘚紋剝[장송선문박] : 헌출한 소나무의 이끼 주름 벗겨지고
下有皤皤老[하유파파로] : 아래는 허옇게 센 노인이 독차지하네.
相對談無生[상대담무생] : 서로 마주하여 열반에 일컬음 말하니
雅妙多天藻[아묘다천조] : 아름답고 오묘한 하늘 무늬 뛰어나네.
搖談塵是松[요담진시송] : 새매는 으슥히 여기 소나무에 묵으며
敷座氈是草[부좌전시초] : 무릇 잡초를 깔개로 담요처럼 폈구나.
蕩我平生懷[탕아평생회] : 방탕하던 나는 한 평생을 위로만하고
造我十年道[조아십년도] : 글만 쓰던 외고집에 십년을 의존했네.
和南各分去[화남각분거] : 합장을 하고서 제각기 나누어 가려니
小徑寒煙葆[소경한연보] : 좁은 지름길엔 찬 연기만 더부룩하네.
浩浩[호호] : 호수나 강이 가없이 드넓음.
令人[영인] : 착하고 어진 사람, 善人[선인].
皤皤[파파] : 허옇게 센 모양.
無生[무생] : 모든 법의 실상은 나고 없어짐이 없다는 뜻.
다시 미계에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阿羅漢[아라한] 涅槃[열반]을 일컬음.
和南[화남] : 승려가 합장함을 이르는 말.
梅梅月堂詩集卷之十[매월당시집권지십] 詩○遊關東錄[시 유관동록] 1583년
金時習[김시습 : 1435-1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