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蓮峰早朝賞雪[백련봉조조상설] 朴齊家[박제가]
백련봉에서 이른 아침 눈을 완상하다.
卷簾寒多不妨寒[권렴한다불방한] : 발을 거두니 추위가 겹쳐도 추위를 거리끼지 않고
襟曠帶脩當欄干[금광대수당란간] : 가슴을 넓히고 술잔을 두르고서 난간을 마주보네.
梅花炯炯欲明滅[매화형형욕명멸] : 매화 꽃이 밝게 빛나면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微陰猶在牎屛閒[미음유재차영한] : 흐릿한 날씨에 오히려 창을 가리고 한가히 살피네.
前山一色無皴坼[전산일색무준탁] : 앞의 산은 한가지 색으로 주름지고 터진곳도 없고
遠雪微黃射日腳[원설미황사일각] : 많은 눈을 엿보는 늙은이 구름 사이 햇살이 비추네.
巖下如菌村屋頭[엄하여균촌옥두] : 바위 아래에는 버섯 같은 집 머리는 꾸밈이 없는데
擧尾翛翛坐雙鵲[거미소소좌쌍작] : 찟겨진 날개 꼬리를 들고서 까치 한 쌍이 앉아있네.
黑烟豎空久不斜[흑연수공구불사] : 검은 연기가 하늘에 곧게 오래도록 굽히지 않는데
一半界天爲蒼霞[일절계천위창하] : 하나의 반을 사이에 둔 하늘 푸른 노을이 다스리네.
出門四顧只茫然[출문사고지망연] : 문을 나서며 사방을 바라보니 다만 아득하기만한데
金絲襞積交眼花[금사벽적교안화] : 금빛 실 주름진 옷에 동시에 눈 앞이 아물아물하네.
莫敎兒童踏狼籍[막교아동답랑적] : 어린 애들이 어지럽게 밟고 걷는 걸 가르치지 말라
政恐堦庭汙人跋[정공계정오인발] : 정말로 뜰의 섬돌을 사람이 밟아 더럽힐까 두렵구나.
我身徹底將化冰[아신철저장화빙] : 나의 몸 빈틈 없이 장차 깨끗한 것을 본받으려하고
山骨入地皆應白[산골입지개응백] : 산의 의기가 땅으로 드니 모두 깨끗하게 화답하네.
憶得夜來月明時[억득야래명월시] : 밤 되면 생각이 분명하며 때 맞추어 달빛은 밝은데
隔岸幻出河之麋[격안유출하지미] : 막힌 언덕에 기이하게 나타난 물가의 사슴같구나.
老屋堆積鹽山重[노옥퇴적염산중] : 낡은 집에 많이 덮쳐 쌓이니 소금 산처럼 무겁고
繚垣崢嶸粉堞疑[요원쟁영분첩의] : 한껏 높이 담장에 두르니 흰 성가퀴인가 의심하네.
窪隆起伏不可際[와륭기복불가제] : 쇠하고 성함과 지세의 높고 낮음 가히 끝도 없는데
此意畫師誰相契[차의화사수상계] : 이 정취를 그림 선생은 누구와 서로 약속을 할까.
滿繪山水彈粉弓[만회산수탄분궁] : 산과 강물에 가득히 그리며 흰 활로서 연주하니
淡墨更灑蒼茫外[담묵경려창망외] : 먹 빛을 계속하여 뿌리며 아득히 벗어나 싸늘하네.
白蓮峰[백련봉] :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북악의 한 봉우리.
炯炯[형형] : 반짝 반짝 빛나면서 밝은 모양.
明滅[명멸] :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함, 깜박거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함.
日腳[일각] :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
茫然[망연] : 아득함, 아무 생각없이 멍함.
襞積[벽적] : 옷의 폭 따위를 접어서 줄이 지게 한 것.
徹底[철저] : 태도나 상태가 속속들이 꿰뚫어 미치거나 부족함이나 빈틈이 없음.
之麋[지미] : 臨江之麋[임강지미], 강에 임한 고라니(사슴)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처지를 재난에 대처하여야 한다는 의미.
崢嶸[쟁영] : 산의 형세가 가파르고 한껏 높은 모양.
粉堞[분첩] : 석회를 바른 성가퀴, 城堞[성첩].
窪隆[와륭] : 우묵한 곳과 높은 곳, 쇠함과 성함.
起伏[기복] : 지세의 높고 낮음, 일어남과 내리 앉음, 일어났다 엎드림.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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