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情一疊[한정일첩]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한과 정이 잠시 겹쳐지다.
春風和兮百花開[춘풍화혜백화개] : 봄 바람은 온화하여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節物繁兮萬感來[절물번혜만감래] : 계절 산물이 무성하니 온갖 감회 돌아오네.
處深閨兮思欲絶[처심규혜사욕절] : 처소를 감춘 안방에서 사념을 끊으려 하나
懷伊人兮心腸裂[회이인혜심장렬] : 생각하는 그 사람에 심장은 찢어지는구나.
夜耿耿而不寐兮[야경경이불매혜] : 깊은 밤 마음에 잊히지 못해 잠 못 이루니
聽晨鷄之喈喈[청신계지개개] : 새벽 닭의 꼬꼬오 소리 아련히 들리네.
羅帷兮垂堂[나수혜수당] : 비단 휘장을 대청에 늘어뜨리니
玉階兮生苔[옥계혜생태] : 옥 섬돌에는 이끼가 싱싱하구나.
殘燈翳而背壁兮[잔등예이배벽혜] : 희미한 등불 물리치고 벽을 등지니
錦衾悄而寒侵[금금초이한침] : 비단 이불이 차가워지지 근심에 잠기네.
下鳴機兮織回文[하명기혜직회문] : 소리 없는 베틀로 회문시를 짜려니
文不成兮亂愁心[문불성혜난수심] : 문장 이루지 못해 시름겨운 마음 다스리네.
人生賦命兮有厚薄[인생부명혜유후박] : 인생의 타고난 운명 후함과 박함 있으니
任他歡娛兮身寂寞[임타환오혜신적막] : 남들은 환오하지만 이 몸은 적막하구나.
喈喈[개개] : 화한 소리가 멀리 들리는 것, 꼬꼬, 지지배배, 둥둥.
回文[회문] : 織錦回文[직금회문], 비단에 回文[회문]을 짜 넣다.
아내의 서신이나 여자들의 뛰어난 창작력 혹은 창의력을 비유하는 말.
‘回文[회문]’은 修辭[수사] 기법의 하나로, 앞에서부터 읽으나
끝에서부터 읽으나 다 뜻이 통하게 지어진 글을 말한다.
東晉[동진] 때 前秦[전진]의 왕 苻堅[부견]의 밑에서 秦州刺史[진주자사]를 지낸
竇滔[두도]에게는 재주 많고 덕이 있는 아내 蘇蕙[소혜] 외에도
趙陽臺[조앙대]라는 寵姬[총희]가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둘이 보기만 하면 말다툼을 하고 싸웠기 때문에 두도는 종종 골머리를 앓았다.
훗날 두도는 좌천되어 西域[서역] 지역으로 가게 되었는데
총희 조양대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이를 본 아내 소혜는 따라가지 않았다.
임지에 간 두도가 점차로 아내를 잊게 되자 소혜는 이로 인해 몹시 상심했다.
하지만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정성스런 마음으로
가로세로 8치의 비단에 글자를 짜 넣어 回文詩[회문시]를 지어 두도에게 보냈는데,
이를 ‘璇璣圖[선기도]’라고 한다. 두도는 이 시들을 읽고 크게 감동하여
곧 총희를 돌려보내고 융숭한 예의를 갖춰 아내를 데려왔다.
晉書[진서] 列女傳[열녀전] 竇滔妻蘇氏[두도처소씨]
賦命[부명] : 타고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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