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遊廣桑山詩序[몽유광상산시서]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꿈에 광상산을 유람하며 읊은 시의 서문
乙酉春[을유춘]余丁憂[여정우]寓居于外舅家[우거우외구가]
을유(1585년 23세] 봄, 나는 丁憂[정우, 어머니 상을 당함]하여 외삼촌 집에 우거하였다.
夜夢登海上山[야몽등해상상]山皆瑤琳珉玉[산개요림민옥]
밤 꿈에 바다 위 산에 오르니, 산은 모두 옥돌 구슬에 아름다운 옥이었고
衆峯俱疊[중봉구첩]白璧靑熒明滅[백벽청형명멸]眩不可定視
뭇 봉우리 모두 잇닿아, 흰 구슬과 푸른 등불 깜빡이며, 아찔하여 바로 볼 수 없었네.
霱雲籠其上[휼운롱기상]五彩姸鮮[오운연선]
상서로운 구름 그 위를 뒤덮고, 다섯가지 빛깔 곱고 선명하여
瓊泉數派[경천수파]瀉於崖石間[사어애석간]
옥 샘물 편 갈래가, 벼랑의 돌 사이에 쏟아지며
激激作環玦聲[격격작환결성]
빠르고 세차게 돌며 패옥 소리가 일어났습니다.
有二女年俱可二十許[유이녀년구가이십허]顏皆絶代[안개절대]
두 여인이 있는데 나이는 다 이십 쯤이며, 얼굴은 모두 절대가인이었고
一披紫霞襦[일피자하유]一服翠霓衣[일복취예의]
하나는 자주빛 노을 저고리를 입고, 하나는 푸른 무지개 옷을 입었다.
手俱持金色葫蘆[수구지금색호로]步屣輕躡[보사경섭]揖余[음여]
손에는 모두 금 빛 호리병을 들고, 가벼운 신에 가볍게 걸어와 내게 읍하였네.
從澗曲而上[종간곡이상]奇卉異花[기훼리화]羅生不可名[나생불가명]
굽이진 산골물을 따라 오르니, 기이한 풀과 진귀한 꽃이, 싱싱하게 늘어서 가히 이름도 없네.
鸞鶴孔翠[난학공취]翺舞左右[고무좌우]
난새와 학, 공작과 물총새가 좌우에서 날며 춤추며
衆香馚馥於林端[중향분복어림단]
많은 향기 향기롭고 단정한 숲에 의지하였네.
遂躋絶頂[수제절정]東南大海[동남대해]接天一碧[접천일벽]紅日初昇[홍일초승]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동남 쪽에 큰 바다요, 오로지 푸른 하늘 접하고 붉은 해가 비로소 올라왔다.
波濤浴暈[파도욕훈]峯頭有大池湛泓[봉두유대지침홍]
파도는 햇무리를 씻고 봉우리 꼭대기 큰 못에 잠겨 있구나.
蓮花色碧葉大被[연화색벽엽대피]霜半褪[상반퇴]
연 꽃들은 색이 푸른 큰 잎들을 덮고서, 서리가 한창이라 색이 바랬다.
二女曰[이녀왈]此廣桑山也[차광상산야]在十洲中第一[재십주중제일]
두 여인이 이르길, 이는 광상산이오니, 십주 가운데 제일입니다.
君有仙緣[군유선연]故敢到此境[고감도차경]盍爲詩紀之[합이시기지]
당신은 신선의 인연이 있는 까닭에 이 경계에 감히 왔으니, 어찌 시로서 기념하지 않으리오
余辭不獲已[여사불획이]卽吟一絶[즉음일절]
나는 사양하다 마지 못하여, 곧 하나의 절구를 읊으니
二女拍掌軒渠曰[이녀박장헌거왈]星星仙語也[성성선어야]
두 여인이 박수치며 갑자기 깔깔 웃으며, 별같은 점이 신선의 말이시라 이르네.
俄有一朶紅雲[아유일타홍운]從天中下墜[종천중하추]
갑자기 잠시 움직이는 붉은 구름 있어 따르던 하늘 가운데 아래로 떨어져
罩於峯頂[조어봉정]擂鼓一響[뢰고일향]
봉우리 정상을 덮고 북을 치는 한 울림에
醒然而悟[성연이오]枕席猶有煙霞氣[침석유유연하기]
잠이 깨어 깨달으니 잠자리엔 그대로 안개와 노을 기운이 있었다.
未知太白天姥之遊[미지태백천모지유]能逮此否[능체차부]聊記之云[료기지운]
이태백이 천모산 유람에 능히 미칠지 알지 못하지만 에오라지 적으니 이와 같다.
詩曰[시왈] 시에 이르길
碧海浸瑤海[벽해침요해] : 깊고 푸른 바다에 아름다운 바닷물이 번지고
靑鸞倚彩鸞[청란의채란] : 푸른 난새는 난새의 고운 빛깔에 의지하는구나.
芙蓉三九朶[부용삼구타] : 부용꽃 스물 일곱 휘늘어진 꽃송이
紅墮月霜寒[홍타월상한] : 붉게 떨어지니 달빛에 깨긋한 절개만 쓸쓸하구나.
姊氏於己丑春[자씨어기축춘] 捐世[연세] : 자씨가 기축년(1589) 봄에 세상을 버리니
時年二十七[시년이십칠] : 향년 27세였다.
其三九紅墮之語乃驗[기삼구홍타지어내험] : 그 삼구에 붉게 떨어진다는 말이 이에 맞는다.
허균의 표현을 풀어봅니다. 3 * 9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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