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孫必大[손필대]의 재미있는 野話[야화]

돌지둥[宋錫周] 2017. 1. 11. 18:06

 

     孫必大[손필대]의 재미있는 野話[야화]

 

平海孫氏[평해손씨] 가문의 孫夢說[손몽열]의 아들 孫必大[손필대 :1599-?]

  자는 而遠[이원]이고 호는 歲寒齋[세한재].

1624년 仁祖[인조] 2년에 문과 及第[급제] 密陽副使[밀양부사],

公淸道 都事[공청도 도사 : 관리의 감찰을 맡아보던 종5품 벼슬]

司僕寺正[사복시정 : 궁중의 가마나 말을 관리하던 관청의 정3품 벼슬]을 지내고

通禮知製敎[통례지제교 : 임금이 頒布[반포]하던 敎書[교서]의 글을 지어 바치던 벼슬]에 이르고

1660년 현종 1년 試官[시관]을 지냄. 

그는 시문이 탁월하여 당대에 이름난 시인으로 명망이 높았슴.

 

손 필대가 淸州府尹[청주부윤]으로 재직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청주에는  ㅎ씨와 ㄴ씨가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었답니다.

한번은  손필대가 白日場백일장]을 열었는데 應募[응모]한 글 중에

다음과 같은 시가 나왔으니.....

 

ㅎ亦大姓ㄴ大姓[ㅎ역대성ㄴ대성]

生子必大孫必大[생자필대손필대]

 

ㅎ氏大姓[한씨대성] : ㅎ씨는 대성이오

ㄴ亦大姓[노역대성] : ㄴ씨 또한 대성이라.

大姓相姻[대성상혼] : 대성끼리 혼인하니

生子必大[생자필대] : 낳은 아들 반드시 크고

生孫必大[생손필대] : 낳은 손자 반드시 크구나.

 

마지막행의 '生孫必大[생손필대]'는 얼른 보면 "낳은 손자 반드시 크구나"이지만

잠시만 눈여겨보면 '손필대를 낳았다'는 뜻이 되니 '청주부윤 손필대를 嘲弄[조롱]하는 글'이 되지요.

시문에 능한 손필대가 이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있겠는가?

 

손필대가 이 글이 적힌 시험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그렇군!"하며 큰대자 위에 점을 찍으니

'大[큰 대]자'는 '犬[개 견]자'가 되고 .

全文[전문]에 나오는 '큰대자' 다섯 개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과 동시에 다섯 개의 '개견자'가 되니 '시의 내용'의 뜻이 전혀 달라지네요.

 

ㅎ亦犬姓ㄴ犬姓[ㅎ역견성ㄴ견성]

生子必犬孫必犬[생자필견손필견]

 

ㅎ氏犬姓[한씨견성] : ㅎ씨는 개의 성이요

ㄴ亦犬姓[노역견성] : ㄴ씨 또한 개의 성이라.

犬姓相姻[견성상혼] : 개놈의 성끼리 혼인하니

生子必犬[생자필견] : 낳은 아들 반드시 개요

生孫必犬[생손필견] : 낳은 손자 반드시 개로구나.

 

시문에 능했던 손필대가 한 젊은이가 터주대감의 텃세를 하며

자신을 凌蔑[능멸]하려던 자를 점잖게 골탕 먹이는 장면이 사뭇 통쾌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漢字[한자]에서 點[점] 하나를 찍어 문장의 의미가 전혀 다른 의미로 顚倒[전도]되는

 點[점] 한 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만큼 크다는 교훈이 되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