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湛軒[동담헌], 燕嵓[연암], 炯庵[형암]登僧伽寺[등승가사]
炯庵先歸[형암선귀]約以歸路會普通亭[약이귀로회보통정]
而歷北漢遊曹溪[이력북한유조계]再合觀軒[재합관헌],
炯庵宿[형암숙] 紀行之什[기행지십]
朴齊家[박제가]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형암 이덕무와 함께 승가사에 올랐다.
형암이 먼저 돌아가며 돌아가는길에 보통정에서 모이기로 했다.
북한산을 거쳐 조계를 유람하며 다시 모인 관헌 서상수와
형암과 묵으며 기행의 시편을 짓다.
湛軒[담헌] : 洪大容[홍대용, 1731-1783]의 당호, 자는 德保[덕보], 호는 弘之[홍지].
湛軒書[담헌서], 醫山問答[의산문답], 燕記[연기] 등을 저술한 유학자. 실학자.
燕嵓[연암] : 朴趾源[박지원, 1737-1805]의 호, 자는 仲美[중미].
熱河日記[열하일기].
炯庵[형암] : 李德懋[이덕무, 1741-1793]의 호, 자는 懋官[무관],
다른 호는 雅亭[아정], 靑莊館[청장관], 嬰處[영처], 東方一士[동방일사].
僧伽寺[승가사] : 서울특별시 북쪽 북한산 碑峯[비봉]의 동쪽에 있는 절.
觀軒[관헌] : 徐常修[서상수, 1735-1793]의 호, 자는 汝五[여오], 佰吾[백오], 旂公[기공]
광흥창봉사를 역임한 화가. 고동감식가.
太古以來開北漢[태고이래개북한] : 아주 오랜 옛날에 그 뒤로 북한산이 열렸으니
穹林鉅石相雄長[궁림거석상웅장] : 깊은 숲과 큰 돌들이 항상 뛰어나게 다스리네.
燕嵓先生飛雲履[연암선생비운리] : 연암 박지원 선생은 날아가는 구름을 밟으며
湛軒夫子靑藜杖[담헌부자청려장] : 담헌 홍대용 스승은 명아주 지팡이를 짚었네.
高秋正値長者遊[고추정치장자유] : 바로 높은 가을의 때를 맞아 어른들과 즐기려
我不辭家聞卽往[아불사가문즉왕] : 나는 집에 알리지 못했는데 곧 떠난다 들었네.
蕩春㙜畔水逶迆[탕춘대반수위이] : 탕춘대 지경엔 물이 경사져 구불구불 흐르고
僧伽寺末斜陽朗[승가사말사양랑] : 승가사의 꼭대기에는 기우는 햇살이 밝구나.
樵路參差隱前侶[초로참치은전려] : 나뭇꾼의 길은 들쭉 날쭉 벗은 앞에서 숨고
隔林唯諾空山響[격림유락공산향] : 막힌 숲에는 오직 텅빈 산의 울림만 허락하네.
縱橫崩石夾如陛[종횡붕석협여폐] : 거침 없이 무너진 돌들이 계단 같이 좁은데
麗王馳道依稀想[여왕치도의희상] : 고려 왕이 다니던 길에서 성긴 생각 견주네.
西南水陸俱分披[서남수륙구분피] : 서 남쪽의 강과 육지를 함께 나누어 헤치며
快哉始登庵前望[쾌재시등암전망] : 먼저 올라가니 통쾌하여 앞의 암자 바라보네.
木覓山尖出半眉[목멱산첨출반미] : 목멱산은 뾰족하니 눈썹 반쪽만 나타나고
可憐城邑人煙漲[가련성읍인연창] : 가련한 성안 마을엔 인가의 연기가 가득하네.
煌煌大星懸東方[황황대성현동방] : 번쩍 반짝이는 큰 별 동쪽 방향에 매달렸고
木葉飛入潮音唱[목엽비입조음창] : 날아 드는 나뭇잎은 바닷물 소리로 노래하네.
郞當鈴護磨崖佛[낭당령호마애불] : 사내들은 마땅히 방울로 마애불로 통솔하며
憔悴楓依秀台像[초췌풍의수태상] : 초췌한 단풍에 의지하니 이끼 형상 빼어나네.
逢僧問路且止宿[봉승동로차지숙] : 스님을 만나 머물러 묵을 곳과 갈 길을 물으니
明日褰衣踰疊嶂[명일건의유첩장] : 내일은 옷 걷고 겹쳐진 높은 산 넘어야한다네.
是時朝陽白欲漬[시시조양백욕지] : 이 때에 아침 햇살이 분명하게 물들려 하는데
霜深澗谷多悽愴[상심윤곡다처창] : 무성한 서리에 산 골짜기 애달픈 슬픔 많구나.
浮嵐不重皴勢微[부람부중준세미] : 뜨는 바람 무겁지 않아 작은 기세에 주름지고
古松相疊瀉痕漾[고송상첩사흥양] : 옛 소나무 서로 겹쳐 출렁이는 자취 드러내네.
昌陵店屋隱樹中[창릉점옥은수중] : 창릉의 여관과 집들 초목 가운데로 숨어있고
此閒一曲猶堪賞[차한일곡유감상] : 이 한가로운 한 굽이 마땅히 완상하며 견디네.
崎嶇暗門入山城[기구암문입산성] : 가파르고 험한 암문을 통해 산성에 들어가니
圓覺岧嶤隣扶旺[원각초요린부왕] : 험한 것 원만히 깨달은 왕성한 이웃이 부축하네.
數里身入樹中行[수리신입수중행] : 대 여섯리에 몸이 떨어져 초목 사이로 가려니
雨點踈踈葉聲仰[우점소소엽성앙] : 드문 드문 비가 떨어지며 잎사귀 소리 높구나.
到寺雨大不得前[도사우대부득전] : 절에 이르니 비는 심하여 앞이 분명하지 않아
數牛之鳴宿已兩[수우지명숙이량] : 몇 마리 소울음 거리에 이미 짝하여 머문다네.
露積峰頂若倒甕[노적봉정약도옹] : 노적봉 꼭대기는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것 같고
山映樓圍可載象[산영루위가대상] : 산이 덮어 에워싼 누각이 가히 올라탄 모습이네.
信是奇偉心所服[신시기위심소복] : 확실히 이에 훌륭하게 뛰어나 마음 다스리니
水石楓林恣跌宕[수석풍림자질탕] : 단풍 숲 물과 돌은 제멋대로 거꾸러져 호탕하네.
東門戌削瞰東郊[동문술삭감동교] : 동쪽 문 아름답게 깎여 동쪽 교외를 내려다보니
地氛初霽天晴曠[천지초제천청광] : 땅의 기운 비로소 개이니 하늘은 맑고 공허하네.
泓渟蕭瑟不可言[홍정소슬불가언] : 맑게 머무는 가을 바람 소슬하여 가히 말도 없이
遠雁流哀菊初放[원안류애국초방] : 많은 기러기 슬프게 방랑하니 처음 국화 꽃피네.
羣山聚似襞積皺[군산취사벽적추] : 많은 산이 함께 보이니 접힌 주름이 쌓여있고
大道橫如匹帛颺[대도횡여필백양] : 큰 길을 가로지르는 것 같이 비단 필이 날리네.
曹溪瀑名擅百年[조계폭명천백년] : 조계 폭포의 명성은 일 백년을 멋대로하는데
距玆無多遂轉向[거자무다수전향] : 더욱 큰 것 많지 않으니 방향을 바꾸어 나아가네.
不從前入還倒尋[부종전입환도심] : 따르지 않고 앞서 들다가 도리어 갑자기 넘어져
峻岅之下難於上[준판지하난어상] : 가파른 비탈의 아래에서 올라가기가 어렵구나.
危石蹲蹲被全壑[위석준준피전학] : 위태로운 돌들 빽빽하니 온 골짜기에 퍼져있고
聞道霖時水頗壯[문도림시수파장] : 들으니 장마 때에는 도로에 강물이 자못 성했다네.
覽極神疲旋出洞[남극신피선출동] : 하늘을 보니 혼이 지쳐 골짜기를 멋대로 나가니
黑崖過盡纔白壤[흑애과진재백양] : 검은 빛 언덕 다 지나가니 토양이 겨우 깨끗하네.
屨頭栗殼遍步武[극두률곡편보무] : 짚신 앞의 밤 까시에도 두루 굳세게 걸어가니
禾間草蟲跳尋丈[화간초충도심장] : 벼 사이의 풀 벌레가 한 길 높이로 뛰어넘네.
普通亭子今何如[보통정자금하여] : 보통정의 정자는 지금은 어떠할까나
主人有約曾三訪[주인유약증삼방] : 주인과의 약속이 있어 전에 세 번 심방했다네.
粉墻周遭水聲深[분장주조수성심] : 칠한 담장 모퉁이서 만나니 강물 소리 심하고
古槐離立庭陰敞[고괴리립정음상] : 옛날 느티나무 떨어져 서있어 그늘진 뜰 시원하네.
於焉邂逅若合契[어언해후약합계] : 어느새 우연히 만나니 약속하여 모인 것 같은데
握手非意還惝怳[악수비의황창황] : 악수는 생각지 않았지만 도리어 매우 황급하였네.
炯庵山人聯騎出[형암산인련기출] : 형암(이덕무) 상인이 연이어 말을 타고 나타나더니
鬅頭小奚携新釀[붕두소해휴신양] : 헝클어진 머리의 어린 종이 새로 빚은 술 들고왔네.
落落離家三四日[낙락리가삼사일] : 멀리 떨어진 집에서 남과 어울리지 않은지 삼 사일
忽然圓聚皆無恙[홀연원취개무양] : 홀연히 도두 온전하게 모였으니 근심하지 않는구나.
洞簫南榮怨秋音[동소남영원추음] : 남쪽의 영예로운 퉁소는 가을의 소식을 원망하고
松明北院催夜餉[송명북원최야형] : 북쪽 정원의 관솔 불은 밤 음식 보내주길 재촉하네.
沈吟却憶前度年[침음각억전도년] : 속으로 생각하니 다시 앞서 떠나간 해가 생각나고
絮話各叙來時狀[서화각서래시장] : 장황한 이야기 각각 진술하니 편지가 때맞춰 오네.
惟將眞率破拘束[유장진솔파구속] : 문득 진솔하게 생각하니 구속하는것을 깨뜨리고
大笑呵呵仍抵掌[대소가가잉지장] : 한바탕 크게 껄껄 웃으며 인하여 손뼉을 쳐댔네.
誰令此夜久不朽[수령차야구불후] : 누구로 하여금 이 밤이 오래도록 변치 않게 하나
願將文字傳吾黨[원장문자전어당] : 원하기는 장차 문자로 나의 무리에게 전해주리라.
莫待悠悠事過後[막대유유사과후] : 침착하고 여유있게 일이 끝난 뒤를 기다리지 말게
繁華寂寞俱怊悵[번창적막구초창] : 번화하고 화려함과 적막함을 함께 근심하게된다네.
我作此詩已隔晨[아삭차시이격신] : 내가 창작하는 이 시는 이미 새벽이 되어 막혔으니
不如眞境終難忘[불여진경종난망] : 실지 그대로의 경계만 못하고 항상 잊기 어렵구나.
靑藜杖[청려장] :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
高秋[고추] : 하늘이 맑고 높아지는 가을.
長者[장자] : 윗사람, 어른. 德望[덕망]이 있는 老成[노성]한 사람.
蕩春㙜[탕춘대] : 종로구 신영동 136번지에 있던 돈대.
연산군 11년(1505) 이곳에 탕춘대를 마련하고 앞 냇가에 수각을 짓고 미희들과 놀았던 데서 유래된 이름.
參差[참치] : 參差不齊[참치부제], 길고 짧고 들쭉날쭉하여 가지런하지 아니함.
馳道[치도] : 예전에 임금이나 귀인이 다니던 길, 진나라가 건설한 황제전용 도로.
진시황 27년 기원전 220년 공사를 시작했다. 함양을 중심으로 2개의 간산도로가 있었다.
快哉[쾌재] : 마음먹은 대로 잘되어 만족스럽게 여김. '痛快[통쾌]하다'고 하는 말.
木覓山[목멱산] : 예전의 서울 남산을 이르던 말.
磨崖佛[마애불] : 자연의 암벽, 구릉, 동굴 벽 따위에 새긴 불상.
悽愴[처창] : 몹시 슬프고 애달픔.
昌陵[창릉] : 西五陵[서오릉]의 하나. 조선 시대 8대 審宗[애종]과 예종비 安順 王后[안순 왕후]의 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에 있다.
崎嶇[기구] : 산이 가파르고 험함.
暗門[암문] : 성벽에 다락집이 없이 만들어 놓은 문.
數牛之鳴[수우지명] : 몇 마리의 소 울음 소리가 들리는 거리.
소 한마리 울음 소리는 5리까지 들린다 함. 두마리는 10리.
露積峰[노적봉] : 북한산에 있는 봉우리.
奇偉[기위] : 뛰어나게 훌륭함.
蕭瑟[소슬] : 소슬하다, 가을 바람이 쓸쓸히 부는 모양.
蹲蹲[준준] : 덩싱 덩실 춤추는 모양이 멋들어짐, 쪼그리고 앉다, 마무르다. 웅크려 앉다. 빽빽이 나있다.
邂逅[해후] : 邂逅相逢[해후상봉], 누구와 우연히 만남.
惝怳[창황] : 매우 황급한 모양.
眞率[진솔] : 진실하고 솔직함, 참되어 꾸밈이 없음.
拘束[구속] : 자유를 억제함, 拘引[구인]하여 속박함.
悠悠[유유] : 아득하게 먼 모양, 때가 오랜 모양,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
繁華[번화] : 번창하고 화려함, 얼굴이 귀하게 될 빛이 있어 환함.
怊悵[초창] : 근심하는 모양, 失意[실의]한 모양, 마음에 섭섭하게 여김.
貞蕤閣初集[정유각초집] 詩[시]
朴齊家[박제가 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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