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 솔이라 한이 무슨 솔만 넉이는다
千尋絶壁[천심절벽]에 落落長松[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아래 樵童[초동]의 졉 낫시아 걸어볼 꼴 잇시랴
솔이솔이라 하니 무슨 솔인 줄로만 여기느냐
높은 절벽위의 가지늘어진 훤칠한 소나무가 나 이니라
길아래 나무꾼의 낫으로는 걸어보기도 어렵나니.....
절벽위에 우뚝 서있는 키큰 소나무가 바로 나이니
하찮은 나무꾼들이 겸[鎌:낫]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고고[孤高]하면서도 오만[傲慢 ?]한 모습을 볼 수 있네요.
기생이라고 지조[志操]가 없는 줄 아느냐 ?
오히려 너희들보다 더 굳고 곧은 절개[節槪]가 있으니
무시하지 말거라 ! 이런 뜻이 아닐런지요......
돌지둥에 대한 일침[一針] !
양반놈들이 솔이라 한들 어찌나와 비교하겠느냐 !
저 높은 절벽위의 낙락장송인 나 만큼이나 하겠는가 !
돌지둥 오늘도 삼가 머리숙여 반성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송[松]을 '솔아 솔아'와
'낙락장송'은 다같은 松이 아니므로 내 지조[志操]를
건들지 말라는 뜻이 당당하게 나타나네요.....
기생[妓女] 松伊에 대한 정확한 기록[記錄]은 없지만
해동가요[海東歌謠: 김수장,1755영조31년 刊]에
9명의 명기[名妓 : 황진이,소춘풍,소백단,한우,구지,
송이,매화,다복, 홍장]로 소개되고 있고 그중 14수의
송이 작품이 실려 있지요.[후에 7수로 수정됨]
위 시조는 해주유생[海州儒生] 박준한[朴俊漢]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중 객사에 유숙[留宿]하다 주모로부터
송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유혹[誘惑]하려는 시를 읊어옴에
그 시에 대한 답시로 알려져 있는 바 그 후의 일화를 올립니다.....
송이[松伊]가 강화[江華]에 머물고 있을때 해주[海州]유생[儒生]
박준한[朴俊漢] 과거[科擧]에 응시[應試]하러 가다가, 강화에서
유숙[留宿]하게됨에 객사[客舍]의 주모로부터 송이 이야기를 듣고
정절[貞節]이 곧다는 말에 한번 꺽어보려는 남성의 본심을 드러내고
주모를 이용해 송이와의 만남을 갖게 됩니다.
술이 몇 순 돌아감에 박유생[朴儒生]은 송이를 위한 시라며
아래의 시 한수를 던집니다.
瑤琴橫抱發纖歌[요금횡포발섬가]: 거문고 빗겨 안고 아름다운 노래부르니
宿昔京城價最多[숙석경성가최다]: 옛날엔 경성에서도 그이름 높아썼지.
春色易凋鸞鏡裏[춘색이조란경리]: 봄색이 거울뒤로 시들어 사라지니
白頭流落野人家[백두유락야인가]: 흰 머리 흐르는 세월에 야인이 되었나니.
시를 듣는 송이는 묵묵부답이니 박유생이 화답을 독촉[督促]한 즉
송이는 응답을 못하겠다 합니다. 이유인즉 이 시는 서경[西坰] 유근[柳根]의
노래로 증송도기[贈松都妓:송도기생에게]라 설명하니그제야 박 유생은
송이의 미모 뿐 아니라 재능 있음을 시인하게 되지요.
그리하여 송이가 저 위에 올린 시조를 노래하니 박 유생 꼴이 말이 아닌지라.....
문득 박 유생은 쩐없고 벼슬 못한 나같은 놈은 넘보지 말란 말이냐며
되 물었을테고, 송이는 죄송하오나 서방님은 지금 과거를 보러 가는데
객주에 퍼질러 게으름 피우면 되겠느냐는 타이름으로 설명하고 과거장으로
보내게 됩니다.
박준한[朴俊漢]은 6개월뒤 초동[初冬]에 진사시에 급제하고 떳떳하게
송이와 만나게 되니 그간의 회포를 풀게 되는건 뻔한 일일 터.
꿈같은 첫날밤을 맞은 둘의 사랑이 어떠했는지 상상해 보시길.....
밤이 너무 짧게 느껴짐은 당연한 일인지라 송이가 한 수 올립니다.
닭아 우지마라 닐 우노라 자랑마라
半夜秦關[반야진관]에 孟嘗君[맹상군]이 아니로다
오늘은 님 오신날이니 아니운들 어떠리
닭아 울지마라 잘 우노라 자랑마라
한밤중에 함곡관에서 닭울음소리 흉내내어 도망친 맹상군이 아니다
오늘은 님이 오신 날이니 아니울면 어떠랴.....
운우지정[雲雨之情]에 초가집 지붕위 첫눈이 다 녹아내리고
떠나 보내야 할 박준한에게 시 한수 첨가[添加]하니
내思郞[사랑] 남주지말고 남의思郞[사랑] 탐치마소
우리 두思郞[사랑]에 雜思郞[잡사랑] 섞일세라
아마도 우리사랑에 류가 없는가 하노라
일생에 이사랑 가지고 괴어 살자 하노라.
내사랑 남주지말고 남의사랑 탐하지 말라
우리사랑 틈새삼아 잡사랑이 낄세라
평생에 이 사랑으로 버텨살까 하노라......
다시오마 약속하는 박준한을 보내고 난 후,
그리움으로 하루 하루를 손꼽아 기다려도
오마 약속한 날짜가 일년이 넘었어도 소식이 없는지라
까맣게 타들어 가는 그리움의 연시를 불러 달랩니다.
남은 다자는 밤에 내어이 홀로깨야
玉帳[옥장] 깊푼곳에 자는님 생각는고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남은 다자는 밤에 내어이 홀로 앉아
輾輾反側[전전반측]하야 님 둔 님 그리는고
차라리 내 몬제 죽어서 제 그리게 하리라
그님도 님 둔 님이나 생각할 줄이 있으랴
안절 부절 애간장 태우는 사랑하는 님은 따땃한 방에서 자고있겠지
나만 외로워 환장 하겄쏘 .....
은하에 몰이 지니 烏鵲橋[오작교] 뜨단 말가
소 이끈 仙郞[선랑]이 못 건너 오단 말가
직녀의 寸[촌]만한 肝腸[간장]이 봄 눈 스듯 하여라.
은하수 불어 나서 오작교가 떴는가
소를 이끈 그님이 건널수 없는가
직녀의 애간장도 봄 눈 녹 듯 하여라.....
1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직녀처럼 칠석날 은하수가 넘쳐
오작교가 떠내려갔는가 ?
새카맣게 탄 내 간장이 봄날 눈 녹 듯아 다 사그라져 가는데
이리하야 날 속이고 저리하야 날 속이니
怨讐[원수]이 님을 이졈 즉 하다마는
前前[전전]에 언약이 중하니 못 이즐가 하노라.
요리조리 속인님을 그냥 잊고 싶지만
전에 같이 한 약속이 너무 소중하여 도저히 못 잊겠습니다.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 !
이대로 영영 안 오시면 어쩌나 ? 또 한수 올립니다.
酒色[주색]을 삼간 연후에 一定百年[일정백년] 살쟉시면
酒施ㅣ들 관계하며 천일주ㅣ 를 마실소냐
아마도 참고 참다가 兩失[양실]할까 하노라
주색을 삼가한 연후에 백년 살길 보증한다면
아무리 미인인 서시인들 관계 할리가 있으며
아무리 좋은 천일주라 하더라도 마시겠느냐
아마도 참고 참다가 두가지 다 잃고 허송 세월 할까 걱정 되는구나...
떠나간 박준한만 기다리다 아까운 젊음만
보내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느낍니다.
玉 갓튼 漢宮女[한궁녀]도 胡地[호지]에 塵土[진토]되고
解漁花[해어화] 양귀비도 驛路[역노]에 바렷나니
閣氏[각씨] 내 一時花容[일시화용]을 앗겨 무삼하리오
옥같이 어여쁜 한의 궁녀 왕소군[王昭君] 오랑캐 첩이 되어
한 줌 먼지로 되어 버리고
해어화 양귀비도 마외역[馬嵬驛]의 이슬 되었으니
너의 한 때의 아름다움 아껴 두어 무엇 하리오.....
자포자기 무너져 버릴 즈음 박준한에게서 한통의 편지가
오는지라 반가움에 펼쳐보니 달랑 시 한수 뿐이라[병와가곡집]
月黃昏[월황혼] 기약을 두고 닭 우도록 아니온다
새 님을 만낫는지 舊情은 잡히 인지
아모리 一時[일시] 인연인들 이대도록 소기랴
달빛 아래 약속한 님이 닭이 우도록 아니온다
새님을 만났는지 옛 정든 님에게 잡혔는지
아무리 한 때의 인연인들 이렇게 속일수가 있을까
서찰을 읽는 송이의 눈물 !
그토록 그리워 나를 야속하게 생각했다니......
진즉 소식을 알았더라면 홍랑이 칠주야를 달려 낭군을 찾아 보듯
못 찾아갔을까 ?
서찰을 가져온 이에게 자초지종 물어보니
급제하고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이름모를 병으로 자리에 누워
노모[老母]의 극진한 병 간호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듯
끝내 숨을 거두게 되어 노모가 상을 치르고 아들의
짐을 챙기다보니 이 시가 있는 것을 보매,
이 시의 주인에게 전해주라 하고 노모는 불가에 귀의 하였다 하니
이 소식을 들은 송이의 대성통곡이 들립니다.
곳보고 춤추는 나뷔와 나뷔 보고 당싯 웃은 곳과
져 둘의 사랑은 節節[절절]이 오건마는
엇더타 우리의 사랑은 가고 아니 오나니
꽃보고 좋아 춤추는 나비와 나비보고 방긋 웃는 꽃과
저둘의 사랑은 때가 되면 다시 잊지 않고 돌아오건마는
어찌하여 우리의 사랑은 한번 가고는 영영 오지 못하는가 ?
이토록 애만 태우고 끝나버린 박준한과 송이의 사랑 !
이후 송이는 마음을 정리하고 박준한의 노모가 귀의한
황해도 암자로 들어가 님과의 재회를 바라는 염불만 외웠으리라.....
기나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네요.
돌지둥 [宋錫周] 감사드립니다.
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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