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유, 한유

酬張少府[수장소부]

돌지둥[宋錫周] 2023. 7. 7. 19:56

酬張少府[수장소부]   王維[왕유] 

장소부에게 부치다.

 

晩年惟好靜[만년유호정] : 노년의 시절엔 오직 고요한 것이 좋고
萬事不關心[만사불관심] : 모든 일들에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네.
自顧無長策[자고무장책] : 스스로 돌아봐도 좋은 계책이 없으니
空知返舊林[공지반구림] : 곤궁함을 알아 옛 숲으로 돌아가리라.
松風吹解帶[송풍취해대] : 솔 바람이 불어와 허리끈 풀어헤치니
山月照彈琴[산월조탄금] : 산의 달빛이 연주하는 거문고 비추네.
君問窮通理[근문궁통리] : 그대는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묻지만
漁歌入浦深[어가입포심] : 어부의 노래만 포구 깊숙히 드느구나.

 

窮通[궁통] : 성질이 침착하여 생각을 깊이함.

 

‘어부의 노래’라면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난 후 만났던 어부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 어부가 축출된 이유를 묻자 굴원은 ‘세상이 다 혼탁해도 나만은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다 취해도 나만은 깨어 있었기 때문’이라 해명한다. 이때 어부가 배 떠나며 부른 노래,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면 되지’. 맑든 흐리든 상황에 적응해가며 처신할 일이지 까탈스럽게 굴지 말라는 훈계였다.

 

세상사 무심한 채 ‘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는’ 자연 회귀의 삶, 시인은 만년에 들어서야 겨우 ‘고요함’을 찾았다. 젊은 시절 관리 생활에 어지간히 시달렸고, 어떻게 해야 곤궁한 처지를 벗고 영달(榮達)의 길을 가는지를 꽤 고심도 했으리라. 더이상 현실의 간난(艱難)을 헤쳐나갈 계책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 시인은 고향행을 선택한다. ‘곤궁과 영달의 이치’에 노심초사했던 영혼은 ‘돌아온 옛 숲’의 솔바람과 달빛에게서 너끈하게 위로받는다. 친구 장 씨 역시 같은 고민에서 헤매고 있었던 듯 시인에게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물었다.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라는 시인의 대답이 일견 엉뚱해 보이지만, 억지부리지 말고 순리(順理)에 삶을 맡기라는 충고인 것쯤은 친구도 알아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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