踰希福嶺[유희복령] 成俔[성현]
희복령을 넘으며.
峻嶺鬱高哉[준령울고재] : 가파른 고개 높고도 울창한데
岧嶢揷霄漢[초요삽소한] : 높고 험준하여 하늘을 찌르네.
一徑緣高岡[일경연고강] : 한 지름길 높은 산마루 두르고
傴僂如魚貫[구루여어관] : 굴고 굽어 물고기 꿴 것 같구나.
東西俱巨壑[동서구거학] : 동쪽 서쪽 골짜기 모두 거칠고
窅黑無涯岸[요흑무애안] : 검고 으슥한 언덕 끝도 없구나.
性命僅毫髮[성명근호발] : 인성과 천명 겨우 가는 털이니
側足誰抵扞[측족수저한] : 쏠린 발은 누가 막아 호위하나.
馬瘏僕亦痡[마도복역부] : 말은 앓고 마부 또한 느른해져
面滴跳珠汗[면적도주한] : 얼굴엔 구슬 땀 솟구쳐 떨어지네.
我行旣已高[아행기이고] : 나는 벌써 이미 높이 갔는데도
皆云猶未半[개운유미반] : 모두 가히 절반도 아니라 일컫네.
鳴鞭策不已[명편책불이] : 채찍 울리며 채찍질 그치지 않고
扶携屢相喚[부휴루상환] : 도와 이끌며 서로 자주 부르네.
卸鞍憩絶頂[사아게절정] : 안장 풀고 막다른 꼭대기서 쉬려니
始覺襟懷散[시각금회산] : 비로소 품은 옷깃 풀린 걸 깨닫네.
顧謂同行人[고위동행인] : 힘써 동행한 사람들을 돌아다보며
撫膺坐長歎[무응좌장탄] : 가슴 누르고 앉아 길게 탄식했네.
寰區多危途[환구다위도] : 이 세상에 위험한 길이 하 많지만
此險天下冠[차험천하관] : 이곳의 험난함은 천하에 으뜸일세.
豈知羈旅中[기지기려중] : 어찌 알았으랴 객지에 머무는 중에
復此蹈憂患[부차도우환] : 다시 이 걱정되는 길을 밟아야됨을.
荏苒風塵顔[임영풍진안] : 세월이 지나며 얼굴엔 티끌이 부니
安得不凋換[안득부조환] : 어찌 시들어 바뀌지 않을 수 있겠나.
冥冥山欲暮[명명산욕모] : 아득하고 그윽히 산은 저물려 하고
翳翳景將旰[예예경장간] : 문득 해는 거의 져서 어둑어둑하네.
吟苦未成章[음고미성장] : 괴로이 읊어도 문장을 이루지 못해
目送西飛翰[목송서비한] : 눈으로 서쪽에 편지를 날려 보내네.
希福嶺[희복령] :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과 동해시 신흥동,
강릉시 옥계면 사이에 있는 고개로 百福嶺[백봉령]으로 불려짐.
霄漢[소한] : 하늘 또는 창천.
魚貫[어관] : 물고기 꿰미. 물고기를 꿴 것처럼 줄을 이룸.
魚貫蟻隊[어관의대], 물고기 꿰미와 줄지어 가는 개미 떼,
사람이 줄줄이 늘어서서 나아가는 모양.
性命[성명] : 인성과 천명을 아울러 이르는 말.
扶携[부휴] : 노인은 부축하고 어린이는 이끈다,
늙은이를 도와 보호하고 어린이를 보살펴 주는 것을 이르는 말.
寰區[환구] : 천지, 곧 나라.
羈旅[기려] : 객지에 머묾, 객지에 머무는 나그네.
荏苒[임염] :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감, 사물이 점진적으로 변함.
翳翳[예예] : 해가 질 무렵의 어둑 어둑한 모양.
成俔[성현, 1439-1504] : 자는 磬叔[경숙], 호 慵齋[용재], 浮休子[부휴자],
虛白堂[허백당], 菊塢[국오], 시호 文戴[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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