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님들의 역사자료

蟹鷄苦[해계고]

돌지둥[宋錫周] 2024. 6. 29. 06:27

蟹鷄苦[해계고]  李亮淵[이양연]

게와 닭의 괴로움.

 

太守賦一蟹[태수부일해] : 태수가 게 한 마리를 거두라 했는데
未足爲民瘠[미족위민수] : 아직 만족 못해 백성들 여위게 되네.
一蟹爲一鷄[일해위일계] : 게 한 마리가 닭이 한 마리로 되더니
萬鷄凋八域[만계조팔역] : 많은 닭들이 온 나라 빈궁하게 하네.
苟然充王廚[구연충왕주] : 진실로 임금님 부엌 가득 채운다면
耕牛吾不惜[경우오불석] : 밭가는 소라도 나는 아깝지 않다네. 

 

李亮淵[이양연,1771-1853] : 자는 진숙, 호는 臨淵[임연].

   시에 뛰어났고 시풍이 호매격렬하다.

 

게 한 마리로 시작한 수탈이 결국은

만 마리 닭을 討索[토색]질하여

온 나라 백성의 피를 말린다고 적고 있습니다.

위 시는 당시의 수탈 구조를 보여주는데,

임금은 허수아비고 권세에 빌붙은 지방관이

백성을 쥐어짜면 그 아래 吏屬[이속]들이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던

실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조선후기 좌의정을 역임한

洪奭周[홍석주, 1774-1837]는

이 시를 보고 그의 戶役[호역]을 면제해 주었고,

그를 벼슬에 추천했다고 한다.

첫 줄은 태수의 가렴주구(苛斂誅求)다.

지방관이 백성들에게

혹독한 세금을 물리고

재물을 빼앗은 실상을

게 한 마리 바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허나 이는 백성이

수탈에 시달려 수척해져도

그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둘째 줄은 이속들의 수탈이다.

태수가 게 한 마리 바치라고 한 것을

어느덧 닭 한 마리 바치라는 것으로 바뀌고,

결국은 만 마리 닭을 토색질하여

온 나라의 피를 말린다고 했네요.

 

셋째 줄은 임금의 무능이다.

임금은 백성이

어떤 곤경에 헤매는지

알지도 못하고,

권신과 태수와 이속이

한통속이 되어

백성을 수탈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임금이 배를 불린다면

농우라도 아깝지 않겠다는

안타까운 농민의 하소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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