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平康客軒[차평강객헌] 篠叢 洪裕孫[소총 홍유손]
평강 객헌에 차하다.
依俙割據地[의희할거지] : 거의 비슷하게 나누어 의거하던 땅에
狐兔擅爲生[호토천위생] : 여우와 토끼가 멋대로 살며 다스리네.
折礎知宮址[절초지궁지] : 꺾인 주춧돌이 궁궐 터 였음을 알겠고
窿原記土城[융원기토성] : 활꼴의 언덕은 토성인 것을 기억하네.
御溝成澗水[어구성간수] : 대궐의 내는 골짜기 강물을 이루었고
花樹變榛荊[화수변진형] : 꽃피던 나무 가시나무 덤불로 변했네.
處處頹殘瓦[처처퇴잔와] : 이곳 저곳 무너져버린 기와만 남아
仍思百世情[잉사백세정] : 슬퍼하며 오래 세대의 정취 생각하네.
荒蕪多水處[황무다수처] : 매우 거칠어도 강물이 뛰어난 곳에는
麋鹿自群生[미록자군생] : 고라니와 사슴이 절로 무리지어 사네.
襞積人如蝨[벽적인여슬] : 줄지어 쌓인것은 사람이 섞인것 같고
逶迤嶺似城[위이령사성] : 구불 구불한 고개는 성 같이 보이네.
民居無土壁[민거무토벽] : 백성들 사는 집에는 흙 벽도 없는데다
野曠有柴荊[야광유시형] : 들판은 황폐해져 누추한 집만 있다네.
村巷農桑懶[촌항농상라] : 시골 거리엔 뽕나무 농사 게으르고
飢寒適自情[기한적자정] : 굶주려 추워도 정취 스스로 즐기네.
依俙[의희] : 그럴듯하게 비슷함, 彷彿[방불]. 흐릿하거나 어렴풋함,
무엇과 같다고 느끼게 함, 거의 비슷함, --한 듯하다.
割據[할거] : 땅을 나누어 차지하여 세력을 형성함.
御溝[어구] : 大闕[대궐] 안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襞積[벽적] : 옷의 폭 따위를 접어서 줄이 지게 한 것.
柴荊[시형] : 섶과 가시나무로 문을 단 집, 누추한 집.
飢寒[기한] : 굴주리고 헐벗어 배고프고 추움.
篠䕺遺稿[소총유고]下[하] / 詩[시]
洪裕孫[홍유손, 1431-1529] : 자는 餘慶[여경], 호는 篠叢[소총], 狂眞子[광진자].
조선 전기의 시인.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세속적인 영화를 버리고
노자와 장자를 논하며 술과 시로 세월을 보내 청담파로 불렸다.
연산군 때(4년, 1498년 9월) 김종직의 제자였다는 이유로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제주도에 관노로 끌려 갔다가 중종 반정으로 풀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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