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

楓嶽記所見[풍악기소견]

돌지둥[宋錫周] 2015. 7. 7. 08:10

 

          楓嶽記所見[풍악기소견]     栗谷 李珥[율곡 이이]

        풍악산[가을 금강산]에서 본대로 기록하다.

 

吾生賦性愛山水[오생부성애산수] : 나는 선비의 성품을 길러 산수를 사랑하니 

策杖東遊雙蠟屐[책장동유쌍랍극] : 대쪽 지팡이 밀랍바른 나막신 한쌍에 동으로 유람하네.

世事都歸掉頭中[세상도귀도두중] : 근처를 정돈한 가운데 세상 일 모두 맡기고 

只訪名山向楓嶽[지방명산향풍악] : 오직 명산을 찾아 풍악으로 향하네.

 

初沿石川得小逕[초연석천득소경] : 처음엔 석천을 따르다 좁은 길에 이르러

漸見鳥道通山麓[점견조도통산록] : 천천히 나아가니 산과 산기슭으로 통하는 험한길이 보이네.

林閒有寺知不遠[림한유시지불원] : 숲에는 품위있는 절이 있어 오래 된것을 드러내지 않고 

靑煙起處疏鐘落[청연기처소종락] : 푸른 연기 이는 곳에 종소리 멀어져 쓸쓸하구나.

 

行行日暮路窮時[행행일모로궁시] : 가다가 보다가 날은 저물고 때마침 길이 다하니

蒼檜蕭森露朱閣[창회소섬로주각] : 푸른 노송나무 쓸쓸한 삼림에 붉은 누각이 나타나네.

僧房寄臥不成夢[승방기와불성몽] : 스님 방에 의지해 잠드니 꿈을 이루지 못하고 

隔窓終夜聞飛瀑[격창종야문비창] : 밤이 다하도록 창 넘어 폭포 떨어지는 소리 들리네.

 

平明粥熟木魚動[평명죽숙목어동] : 해가 돋아 밝으니 죽이 익어 목어는 흔들리고

一庭緇髠羅千百[일정치곤라천백] : 수많은 승복입은 승려들이 온 뜰에 늘어서네.

我時出門問前途[아시출문문전도] : 내가 문을 나서며 앞 길을 물으니

有僧指點靑山北[유승지점청산북] : 아는 스님이 가르키는 점은 푸른산 북쪽이라네.

 

褰衣披草不辭勞[건의피초불사로] : 옷을 걷고 풀을 헤쳐가는 고달픔을 핑게대지 않고

欲使淸風駕兩腋[욕사청풍가량액] : 양 겨드랑이 멍에매어 바람으로 하여금 서늘하게 하려하네.

藤蔓蔽日入洞深[등만폐일입동심] : 등나무 덩굴이 햇볕을 가리는 깊은 골짜기에 드니

石角拘衣知路窄[석각구의지로착] : 드러나는 길은 비좁고 돌 뿌리는 옷을 당기네.

 

直上高峯始豁然[직상고봉시활연] : 직접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비로소 환하고 시원하여

萬境森羅收不得[만경삼라수부득] : 일만 경계가 우뚝솟아 늘어서 거두어 손에 넣지 못하겠구나.

風聲水響浩難分[풍성수향호난분] : 바람소리 물소리 진동하니 광대하여 분간하기 어렵고

幾道飛泉喧衆壑[기도비천훤중학] : 길은 위태롭고 폭포는 많은 골짜기에 떠들썩하구나.

 

擡頭東望眼力盡[대두동망안력진] : 머리를 들어 동쪽을 바라보니 시력은 최고에 달하여

茫茫大洋連天碧[망망대해연천벽] : 아득하고 망망한 대양은 푸른 하늘에 이어져있네.

逍遙便作物外人[소요편작물외인] : 멀리 노닐며 편안히 행하니 세살물정의 바깥 사람이라

洗盡胸中塵萬觓[세진흉중진만구] : 가슴속 매우 많은 티끌을 다 씻어 버렸네.

 

忽驚蘭若在林端[홀가란야재림단] : 갑자기 숲 가에 절이 있어 놀라게하여

往扣禪扉聲剝啄[왕고선비성박탁] : 가서 선방 사립문 당기니 똑똑 두드리는 소리나네.

空庭寥寂一鳥鳴[공정요적일조명] : 텅빈 적료한 뜰에 한마리 새가 울고

門外溪淸難濯足[문외계청난탁족] : 문 밖의 시냇물이 맑아 발 씻기도 어렵구려. 

 

更尋幽逕傍危巖[갱심유경방위암] : 다시 아득한 길을 찾아 바위에 다가서니 위태롭고

引手攀蘿屢攲側[인수반라루기측] : 담쟁이덩굴 손으로 당겨 의지해도 여러번 기울어 쏠리네.

崎嶇上下得小菴[기구산하득소암] : 험하고 가파른 산 아래 작은 암자에 이르니

四面芳草無人迹[사면방초무인적] : 사방의 꽃다운 풀엔 사람의 자취도 없구나.

 

峯巒削立怪欲飛[봉만삭립괴욕비] : 깍아 세운 산과 등성이 날아가려는 듯 괴이하고

雪色嵯峨迥無極[형색차아형무극] : 눈 빛으로 우뚝솟은 높은산들 끝이 없이 멀구나.

靑天去地不盈尺[청천거지불영척] : 푸른 하늘은 한자에도 미치지 않게 땅을 거두어 들이고

頭上星辰手可摘[두상성진수가적] : 머리 위의 별들은 손으로 딸것만 같네.

 

雲來雲去何所見[운래운거하소견] : 어느 곳을 보아도 구름이 가고 구름이 오고

階下千峯靑又白[계하천봉청우백] : 섬돌 아래 많은 봉우리들 푸르고 또 희구나.

雷聲殷殷俯可[뇌성은은부가청] : 천둥소리 크고 격렬하여 가히 고개를 숙이고 들으니

知是人閒風雨作[지시인건풍우작] : 사람들 등한함에 비바람 짓는 것을 비로소 알겠구나.

 

排門忽見入定僧[배문홀견인정승] : 문을 밀어 여니 문득 선정에 든 스님이 보이고

鍊得身形瘦如鶴[연득신형수여학] : 단련하여 이루어진 몸 형상은 메마른 학 같구나.

欣然見我不相語[흔연견아불상어] : 기쁘고 반가워 서로 말이 없는데 

淨埽禪牀留我宿[정소선상류아숙] : 선상을 깨끗이 쓸고 나를 붙잡아 묵게하네. 

 

凌晨蹴我見出日[능신축아현출일] : 심한[이른] 새벽 나를 차며 일출을 소개하니

驚起開窓遙送目[경기개창요송목] : 놀라 일어나 문을 열고 멀리 배웅하듯 보았네.

東方盡入紅錦中[동방진입홍금중] : 동쪽 하늘은 붉은 아름다움 속에 들어 극에달하니

不辨朝霞與海色[불변조하여해색] : 아침 노을과 더불어 바다 색을 분별하지 못하겠네. 

 

須臾火輪涌扶桑[수유화륜용부상] : 마침내 잠깐 태양이 동쪽 바다에서 솟아오르니

照破乾坤一夜黑[조파건곤일야흑] : 하늘과 땅에 비추니 하룻 밤 검은빛은 남김이 없구나.

僧言此地最奇絶[승언차지최기절] : 스님 말씀이 이 곳이 가장 기이하고 뛰어나니

世閒何翅仙凡隔[세한하시선범격] : 세상일 막아 잠시 선계와 속계를 나누었을 뿐이라네.

 

嗟余俗緣磨不盡[차여속연마부진] : 아 나는 세속의 연을 다 갈아내지 못하여

不能棲此全吾樂[불능서차전오락] : 이곳에 살아도 나의 즐거움 온전하지 못하겠구나.

他年勝遊如可續[타년승유여가속] : 다른 해에도 즐겁게 즐김을 계속 할 수있도록 

寄語山靈須記憶[기여산령수기억] : 산의 신령이 반드시 기억하길 부탁 드리네.

 

栗谷先生全書券一[율곡선생전서권1] 詩上[시상] 1814년 간행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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