梳說示童子[소설시동자] 李慶全[이경전]
얼레빗을 말해 동자에게 보이다.
人之有髮[인유지발]猶馬之有鬣[유마지유렵]
사람에겐 머리털이 있고 말에게는 마땅히 갈기털이 있다
俚語托馬之言曰[이어탁마지언왈]
항간의 속된 말로 馬말을 맡기며 하는 말에 이르길
減一日太[감일일태]增一日梳[증일일소]
하루의 콩을 줄이더라도 하루에 빗질을 더해달라하니
此極言其心之所願[차극언기심지소원]
莫切於梳其鬣也[막절어소기렵야]
이는 그 마음이 원하는 바가 그 갈기를 빗질함이
절실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하는 말이다.
今有人或蓬頭如結席[금유인혹봉두여결석]
지금 어떤 사람이 있어 자리를 짠듯한 쑥대머리에
塵垢如牛矢[진구여우시] : 때와 티끌이 소의 똥 같아
蝨卵緣髮[슬란여발]白如線縫[백여선봉]
머리털엔 서캐가 두르고 실로 꿰맨듯 하얗게 보이니
晝則以網巾繞之[주즉이망건요지]幸人之不見[행인지불견]
낮에는 곧 망건으로 둘러싸 다행히 사람이 보지 못하지만
夜則搔爬竟夜[야즉조파경야]鬢頂爲之瘢瘡[빈정위지반창]
밤이면 곧 한밤중에 마침내 손톱으로 긁어
살쩍과 정수리에 상처 흔적이 생긴다.
猶不知梳而整之[유부지소이정지]
오히려 빗질해 정리함을 알지 못하고
可以人而不如馬乎[가이인이불여마호]
사람으로 써 馬말 같지도 못하는구나.
假有二馬焉[가인유마언]其一[기일] 爲主人之所愛[위주인지소애]
가령 말 두마리가 있는데 그 하나는 주인에게 사랑을 받아
朝夕梳其毛鬣[조석소기모렵]以致光潤可相[이치광윤가상]
아침 저녁 그 털과 갈기를 빗질하여 가히 모양과 빛이 번지르르하고
其一[기일]主人不知愛[주인부지애] 그 하나는 주인 사랑을 알지 못해
但爲載騎而芻秣之[단위재기이추말지]
다만 물건을 싣거나 타고 다니며 꼴이나 먹여 준다.
或牽出於場[혹견출어장]則馬輒臥地而自摩之[즉마첩와지이자마지]
혹 마당에 끌어 놓으면 곧 말은 문득 땅에 누워 스스로 문지른다.
泥土蒙頭背[니토몽두배] 진흙과 흙이 머리와 배를 덮고
尻睢如豚臀[고휴여돈둔] 엉덩이를 보면 돼지 궁둥이 같아
而無復爲馬相也[무위부위마상야] 더 이상 馬말 다운 모양이 없다.
若使馬能言[약사마능언]만약 馬말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면
必訴其痒憫而不願不梳[필소기양민이불원불소]
但加太秣也[단가태말야]
반드시 가려움을 호소하며 불쌍하게 빗질 하지 않고
다만 콩과 꼴을 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리라.
余嘗於多枝洞[여상어다지동] 나는 다지동에서 경험하길
見有己男其名者[견유기남기명자] 그 이름이 기남이란 자를 본 적이 있다.
頭髮如彼[두발여피] 머리와 머리털은 저와 같았으니
而猶伈伈戴笠[이유심심대립]爲縣之書員而行[이현지서원이행]
오히려 두려워하며 삿갓을 쓰고서 고을의 아전이 되어 돌아 다녔다.
余問汝居常月幾梳乎[여문여거상월기소호] 내가 묻길
"너는 살면서 한달에 몇 번이나 빗질을 하는가 ?"
答曰[답왈]吾性勤於梳[아성근어소] 답하길
"저는 부지런히 빗질하는 성품입니다.
每年每一梳[매년매일소]殆無虛年矣[태무허년의] 매년 매양 한번씩 빗질하여
거의 헛되이 지나는 해가 없읍니다."
頗有自多意[파유자다의]余聞而哂之[여문이신지]
자못 생각이 스스로 많이 있는 듯하여 나는 듣고 비웃고 말았으나
抑有思焉[억유사언]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此人則人品昏愚[차인즉인품혼우]
이 사람 인품은 곧 어둡고 어리석어
殊不分菽麥[수불분숙맥] 콩과 보리가 다른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고로
不足以人道責也[부족이인도책야] 사람의 도리로 꾸짖을 것이 아니라
只恨平平之人齒於人數者[지한평평지인치어인수자] 다만 한스럽게도
그저 사람 이빨 수를 따지는데 숫자나 채울 만한 평범한 사람들이
猶且懶惰成習[유차라타성습] 오히려 또 게으름과 나태함이 습관을 이루어
日未昏而先寢[일미혼이선침] 해가 지기도 전에 먼저 잠들고
朝已晏而始起[조이안이시기] 아침엔 너무 늦게야 비로소 일어나
俄又促食[아우촉식]冠帶而出[관대이출] 갑자기 밥을 재촉하고
관을 두르고 나간다네.
如此者無非童心未去而然也 [여차자무비동심미거이연야]
이러한 자들은 어린애 같은 마음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그런 행동을 한다.
余家有二童子[여가유이동자]最厭者梳頭也[최염자소두야]
나의 집에 아이가 둘이 있는데 머리 빗는걸 가장 싫어하여
百般勸飭[백반권칙] 여러가지로 힘써 가르쳐도
或月一梳焉[혹월일소언]或旬一梳焉[혹순일소언]
혹 한달에 한 번 빗질하고 혹 열흘에 한 번 빗질한다.
薄言塞責而起[박언색책이기]余未知其意焉[여미지기의언]
허둥지둥 그럴듯이 꾸며 책임을 면해 일어나니 나는 그 속내를 모르겠다.
無乃聰明不足[무내총명부족]
아무래도 총명함이 부족하여
不識其去垢[불식기거구]則頭輕目明[즉두경목명]
利於己而然耶[이어기이연야]
그 때 묻은걸 내버리면 곧 머리가 가볍고 눈이 밝아
자기에게 이로운걸 알지 못함이리라.
抑心不在焉[억심주재언]
鴻鵠將至[홍곡장지]不欲暫時坐席而然耶[불욕잠시좌석이연야]
그게 아니라면 밖에 나가 새 잡을 궁리만 하느라
잠시도 자리에 앉아 있을 마음이 없어 그러는 것일까?
余實憂之[여실우지] 나는 정말 걱정이된다,
欲其氣質之變化[욕기기질지변화]則莫如讀書[즉막여독서]
故勸之勤讀[고권지근독]
아이들의 기질을 바꾸고 싶다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기에,
그래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열심히 하라고 권했다.
若勤勤不已[약근근불이] 만약 부지런하고 부지런하여 그만두지 않는다면
漸入佳境[점입가경]心地稍開[심지초개]精神稍朗[정신초랑]
점입가경으로, 마음의 본 바탕은 조금씩 넓어지고 정신도 조금씩 밝아지리라.
則安知不於異日夜寐夙興[즉안지불어리일야매숙흥] 鷄鳴盥櫛[계명관즐]
그렇게 되면 이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버릇을 들여
닭이 울면 세수하고 머리를 빗을 것이다.
對越靑史[대월청사] 역사적 기록을 마주해 넘기며
益加舜何人之功[익가순하인지공] 순임금은 어떤 사람의 공적인지 이롭게 더하여
而以馬之梳鬣自警[이이마지소렵자경] 馬[말의 갈기를 빗질하며 스스로 경계하여
以己男之昏愚[이기남지혼우]蠢蠢爲戒也哉[준준위계야재]
기남의 어둡고 어리석음에 미욱하고 어리석음을 경계하지나 않을까?
略書示之[약서시지] 대강 써서 보이나니
時癸酉至後一日云[시계유지후일일운] 계유년 동지 하루 뒤에 써서 이르다.
俚語[이어] : 항간에 떠돌며 쓰이는 속된 말.
塞責[색책] : 겉만 그럴 듯하게 꾸며 책임을 면함.
鴻鵠將至[홍곡장지] : 글을 배우면서 마음은 새를 잡는 일 따위를 생각한다는 뜻으로,
마음이 엉뚱한 곳에 있어 일이 몸에 배지 않음을 이르는 말.
漸入佳境[점입가경] : 들어갈수록 재미 있음,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蠢蠢[준준] : 미욱하고 어리석어서 사리를 판별치 못하는 자의 움직임.
石樓遺稿文集卷之一[석루유고문집1권] 說[설]
李慶全[이경전,1567-1644] : 자는 仲集[중집], 호는 石樓[석루]
전라도관찰사, 좌참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아버지는 영의정 李山海[이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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