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여름

嘲權貴[조권귀]

돌지둥[宋錫周] 2021. 7. 14. 08:42

嘲權貴[조권귀]   成汝學[성여학]
時李爾瞻求見公詩[시이이첨구견공시]公作此詩以絶之[공작차시이절지]

권세와 부귀를 조롱하며.

때마침 이이첨이 공의 시를 보고자 하였는데 공이 이 시를 지어서 거절하였다.

 

綠蘿深處夜迢迢[녹라심처야초초] : 푸른 쑥이 짙어진 곳의 높이 까마득한 밤에 
一枕翛然萬慮銷[일침유연만려소] : 무심한 베개 하나에 온갖 생각들이 사라지네. 
遠岫雲生還掩月[원수운생환엄월] : 먼 산봉우리 구름 일어 달빛 가리고 돌아오며
小溪潮滿欲沈橋[소계조만욕침교] : 작은 시내에 밀물 가득 차 다리가 잠기려 하네. 
身無簪組貧猶樂[신무잠조빈유락] : 벼슬 없는 몸이지만 가난해도 오히려 즐겁고 
腹有詩書賤亦驕[복유시서천역교] : 시와 글 마음에 많아도 천하게 여기며 경시하네. 
怊悵曉來金井畔[초창효래금정반] : 새벽 되자 금빛 우물 어그러짐 슬퍼 한탄하고
碧梧秋氣又蕭蕭[벽오추기우소소] : 벽오동의 가을 기운이 더욱 쓸쓸하고 시끄럽네. 

 

權貴[권귀] : 권문귀족의 준말.

翛然[유연] : 자유자재한 모양, 무심함, 사물에 얽매이지 않음.

簪組[잠조] : 簪紱[잠불], 높은 벼슬자리.

怊悵[초창] : 근심하는 모양, 실의한 모양, 마음에 섭섭하게 여김.

 

鶴泉先生集卷之二[학천선생집2권] 七言律詩[칠언율시] 

 

成汝學[성여학 : 1557-?], 시에 뛰어나 당시 대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벼슬을 하지 못하고 궁핍한 삶을 살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위 시는 제목에서 보이듯 이이첨이 성여학의 시를 구해 보려 하자

   이를 거절하며 지은 작품이다.

   이이첨이 누구인가?

   광해군 대의 실력자로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몰고

   인목대비를 폐위시킬 정도로 정국을 좌우했던,

   그야말로 권세와 지위를 가진 권귀이다.

   그의 눈에 들기만 한다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일 텐데

   무엇 때문에 그의 관심을 거절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