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

哀桂娘[애계랑] 許筠[허균]

돌지둥[宋錫周] 2015. 1. 29. 10:58

 

          哀桂娘[애계랑]          許筠[허균]

        계랑[이매창]을 애도하며

 

其一

妙句堪摛錦[묘구감리금] : 글귀는 오묘하고 뛰어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淸歌解駐雲[청가해주운] : 청아한 노래는 머물 던 구름도 흩어지게 했네.

偸桃來下界[투도래하계] :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계로 내려오더니

竊藥去人群[절약거인군] :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무리에서 떠나 갔다네.

 

摛[리] : 퍼질 리, 글을짓다,표현하다.

偸桃[투도] : 동방삭이 仙桃[선도]를 훔쳤다는 고사.

竊藥[절약] : 항아가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먹고 달나라로 도망간 고사.  

 

燈暗芙蓉帳[등암부용장] : 부용꽃 휘장엔 등불이 어둡기만 하고

香殘翡翠裙[향잔비취군] : 비취색 치마엔 향기가 아직 남아있구려.

明年小桃發[명년소도발] : 내년에 작은 복숭아 꽃 필때엔

誰過薛濤墳[수과설도분] : 누가 설도의 무덤에 들리려는지.....

 

薛濤[설도] : 당나라 명기, 음률과 시사에 능하여 시인들과 교류함. 매창을 뜻함.


 

 其二

凄絶班姬扇[처절반희선] : 반희의 부채는 몹시도 처절하고

悲涼卓女琴[비량탁녀금] : 탁녀의 거문고는 슬프고도 쓸쓸하네.

飄花空積恨[표화공적한] : 날리는 꽃잎은 쓸쓸하여 원망만 쌓이고 

蓑蕙只傷心[쇠혜척상심] : 꽃술 늘어진 난초에 짝의 마음은 근심하네.

 

班姬[반희] : 班婕妤[반첩여] 한나라 성제의 후궁, 怨歌行[원가행]을 지어 자신을 한탄함.

卓女[탁여] : 卓文君[탁문군], 사마상여의 후처, 白頭吟[백두음]을 지음.

蓑[쇠] : 도롱이 사, 꽃술 늘어질 쇠.  只[척] : 다만 지, 외 짝, 짝 척.

 

蓬島雲無迹[봉도운무적] : 봉래산의 구름은 자취가 사라지고 

滄溟月已沈[창명월이침] : 바다의 달도 이미 잠기어 어두워졌네. 

他年蘇小宅[타년소소택] : 다른 해에 그대가 되살아난다 해도

柳不成陰[잔류불성음] : 남은 버들로는 세월을 일으키지 못하리라.

 

蓬島[봉도] : 봉래산. 

 

 惺所覆瓿稿卷之二[성소부부고권지2] 詩部二[시부 2]

 

허균의 애계랑 서문

桂生扶安娼也。工詩解文。又善謳彈。[계생부안창야. 공시해문, 우선구탄]

性孤介不喜淫。[성고개불희음]

余愛其才。交莫逆。雖淡笑狎處。[여애기재, 교막역, 수담소압처]

不及於亂。故久而不衰。[불급어난, 고구이불쇠]

今聞其死。爲之一涕。作二律哀之[금문기사, 위지일체, 작이율애지]

계생은 부안 기생이라. 시에 뛰어나고 글도 풀이하며 또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그러나 천성이 고고하고 깔끔하여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재주를 사랑하여 교분이 막역하고 비록 담소하며 가까이 지냈지만,

난잡한 지경에는 이르지 않아 오래 가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그 죽음을 듣고 한 차례 눈물을 뿌리고서 율시 두 수를 지어 슬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