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十種樹[팔십종수] 沈鋅[심재]
80에 나무를 심다.
宋兪. 조선전기 문신)가 70세 고희연을 했다.
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서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는 10년 뒤에 귤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났다.
황흠(黃欽. 이조판서)이 80세에
관직에서 물러나서 고향에 지낼 때
하인에게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 사람들이 물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그는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서 말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서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네."
홍언필(洪彦弼. 중종때 영의정)의 아내는
평양에 세 번을 갔다.
어려서 평양 감사였던 아버지 송질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을 따라갔는데,
처음 갔을 때에는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에는 그 열매를 따 먹었고,
세 번째 갔을 때에는 베어서 다리를 만들었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하고
공부도 않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날을 기다린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살아 있으면 나날이 새 날이다.
먼 훗날 가슴 뿌듯한 열매를 그리며
팔십종수(八十種樹) 하는 마음으로 살자.
松泉筆譚[송천필담]
沈鋅[심재, 1722-1784] : 자는 汝章[여장],
자호는 松泉居士[송천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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