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八十種樹[팔십종수]

돌지둥[宋錫周] 2025. 1. 19. 02:09

八十種樹[팔십종수]    沈鋅[심재]

80에 나무를 심다.

 

宋兪. 조선전기 문신)가 70세 고희연을 했다.

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서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그는 10년 뒤에 귤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났다.

 

황흠(黃欽. 이조판서)이 80세에 

관직에서 물러나서 고향에 지낼 때

하인에게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 사람들이 물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그는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서 말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서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네."

 

홍언필(洪彦弼. 중종때 영의정)의 아내는 

평양에 세 번을 갔다. 

어려서 평양 감사였던 아버지 송질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 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을 따라갔는데,

처음 갔을 때에는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에는 그 열매를 따 먹었고, 

세 번째 갔을 때에는 베어서 다리를 만들었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하고

공부도 않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날을 기다린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살아 있으면 나날이 새 날이다.

먼 훗날 가슴 뿌듯한 열매를 그리며 

팔십종수(八十種樹) 하는 마음으로 살자.

 

松泉筆譚[송천필담]

沈鋅[심재, 1722-1784] : 자는 汝章[여장], 

   자호는 松泉居士[송천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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