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

乞食[걸식]

돌지둥[宋錫周] 2023. 3. 2. 20:33

乞食[걸식]     陶潛[도잠]

 

飢來驅我去[기래구아거] : 굶주리어 오니 나를 몰아서 내쫒고

不知竟何之[부지경하지] : 마침내 어찌 가야할지 알지 못하네.

行行至斯里[행행지사리] : 가고 가다가 이 마을에 이르렀어도

叩門拙言辭[고문졸언사] : 문을 두드려 말 꺼내기 옹졸하구나.

主人解余意[주인해여의] : 주인께서 나의 생각을 깨닫고서는

遺贈豈虛來[유증기허래] : 음식을 주시니 온것이 어찌 헛될까.

談諧終日夕[담해종일석] : 날이 저물도록 담소하며 어울렸고

觴至輒傾杯[상지첩경배] : 잔을 내주니 번번히 잔을 기울였네.

情欣新知歡[정흔신지환] : 진실로 받들어 새로 사귐이 즐거워

言詠遂賦詩[언영수부시] : 말하며 읊다가 드디어 시를 지었네.

感子漂母惠[감자표모혜] : 빨래하는 아낙 은혜에 감동한 남자

愧我非韓才[괴아비한재] : 내 한신의 재주가 없으니 부끄럽네.

銜戢知何謝[함집지하사] : 마음에 품고서 어찌 알아서 갚을까

冥報以相貽[명보이상이] : 저승에서라도 서로 전해 갚으리라.

 

漂母[표모] : 빨래하는 아낙네.

   韓信[한신]이 불우한 젊은 시절에

   빨래터 아낙으로부터 밥을 얻어 먹은 故事[고사]

 

陶潛[도잠], 도연명, 365-427]이

만년에 지은 시로

'乞食[걸식]'이라는 제목처럼

실제로 밥을 구걸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곤궁했던

그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술을 좋아한다는 데서

유래한 별명도 부지기수다.

李白[dlqor]은 술의 신선,

蘇軾[소식]은 술의 친구,

陸放翁[육방옹]은 술 미치광이,

죽림칠현의 劉伶[유령]은

술의 귀신으로 불린다.

 

도연명은 술의 성인이다.

그는 술을 열렬히 칭송했는데

그가 남긴 약 130여 수의 시 중

절반 정도에는

술에 관한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의 네 구절은

시 속의 시로서

자신을 잘 대접해준

주인의 고마움을

'빨래터 아낙의 은혜

漂母惠[표모혜]'에 비유하였는데,

이는 韓信[한신]이

불우한 젊은 시절에

빨래터 아낙으로부터

밥을 얻어 먹은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한신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의 개국 공신이 된 뒤에

그 아낙을 찾아가 千金[천금]을 주어

은혜를 갚았다.

도연명 자신은

한신과 같은 재능이 없어서

그처럼 은혜를 갚을 길이 없지만,

죽어서 저승에 가서라도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그러한 도잠의 다짐은

막다른 지경에 이른

시인의 유일한 해결책이자

자기 위안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연명의

충실한 계승자 왕유마저도

이 시에 대해서는

‘세상 물정을 외면한 채

큰 것을 망각하고

작은 것을 고수한’ 탓이라며

못마땅해했다네요.

 

아무튼 도연명은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은둔자, 전원시인의

최고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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