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찰밥 훔치러 가자

돌지둥[宋錫周] 2016. 2. 18. 04:56

어린 시절 !

정월 대보름이라는 !

어린 아해들만의, 아주 특별한 명절이 있었습니다.

 

낮 동안은  물논의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즐기다가,

해가 어수룩 넘어 갈 무렵엔

구멍을 듬성 듬성 뚫어 놓은 깡통에 불을 사르고, 마른 나뭇가지를 넣어 숯불이 될 수 있도록,

허공에 돌려대며 불놀이 준비에 열중하다가, 어느덧 불통에 화력이 충만되면,

회전하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젖 먹던 힘까지 다 들여 힘차게 불통을 하늘 높이 던져 버립니다.

 

여기 저기서 일제히 솟아오른 불 깡통에서,

빠알간 불똥이 폭죽 놀이하듯 쏟아져 내리고.......

어린 가슴 속에 희열을 만끽한 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동네 사랑방으로 옹기 종기 찾아 듭니다.

 

바깥에서 뛰놀다보니 허기진 배는 꼬르륵 소리치고,

그제야 식탐들이 발동하여 찰밥 훔치기 공모가 시작 됩니다.

 

지역적으로 할당하여, 김치 독에서 김치와 동치미를 훔쳐오는 무리와,

고구마 통가리에서 고구마 훔쳐와서 군 고구마 굽는 무리 등 등.....

 

찰밥 훔치기 !

 

여자애들은 집집마다 돌아 다니며 찰밥을 얻어서,

자기네들 끼리 골방에 모여서 키득거릴 때쯤,

사내녀석들은 깜깜한 부엌으로 몰래 기어 들어가,

솥 뚜껑을 밀거나 당기면, 쇳 소리가 나므로 요령껏 힘주어 불끈 들고선,

어림 짐작으로 밥솥 안을 한 손으로 더듬거려 찰밥을 찾아야 합니다.

 

근데 요런 밉상 맞는 짓들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어느집은 나무로 만든 쥐를 잡는 덫의, 압력 스프링을 약하게 하여 솥안에 넣어 두었으니.....

 

긴장감에 오금 저려가며 솥 뚜껑 열고 더듬는 순간 ,

따ㅏ악 ! 

소리를 듣기도 전에 손가락이 끊어지는 통증이 전신에 밀려오구ㅠㅠㅠㅠㅠㅠㅠ

 

솥뚜껑 내 동댕이 치고는 걸음아 나 살려라

냅다 줄행랑을 치고 나서야, 손가락 통증에 울음보가 터집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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