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어머님 !
오늘은 지난주 일요일에 빻아놓은 메주 가루에다 찹쌀 가루를
고추가루와 함께 치대어 고추장을 담게 되었습니다.
엿기름[보리 싹] 다린 물을 걸러 내고
찹쌀 가루에 곱게 빻아 놓은 고추가루 버무려
마눌님과 땀을 쏟아가며 치대어 놓구보니
울 엄니 하시는 말씀
" 아가 {울 마눌} 엊그제 쌀 빠면서 찹쌀가루에다 쑥가루 니가 넣었냐 ?"
며느리
"예에 ? 아니오 어머님께서 불린 쌀에다가 쑥 넣어서 주셔서 그대로 빠앟잖아요 ?"
.....
사건의 발단은
울 어머님께선 남에게 베푸시는 것이 즐거움이신지라
작년 봄에 뜯어 놓은 쑥을 버리기 아까우신지라
고추장에 들어갈 찹쌀 가루를 빻으실 때 멥쌀을 함께 빻아
쑥 버무리 하실 요량으로 찹쌀과 멥쌀을 같은 날 물에 불려 놓으셨다가
방앗간에 가시면서 멥쌀과 찹쌀을 구분하지 못하시고
찹쌀속에 쑥을 넣어 쑥버무리 가루를 내시고
모처럼 주말에 자식들 온다고 쑥버무리를 쪄 놓으니
찹쌀 쑥떡이 탄생하게 되었네요.....
어 ?
그러면 지금 고추장에 버무려 넣은 것이 찹쌀 가루가 아닌 멥쌀가루 ?
해서 오늘 버무린 고추장은 멥쌀 고추장이 되었네요.....
항아리, 옹기에 퍼 담으면서 흘린 고추장 핥아 먹다
진 땀 뻘 뻘 흘렸습니다.....
울 엄니
그래도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입증하시려
남아있는 쌀가루로 지짐이 판에 기름 두르시고 쌀가루 반죽 부쳐 내 보신들
영락없는 찹쌀가루 지짐이 탄생하였으니......
" 얼래 ? 멥쌀이 찹쌀 돠 버련네......"
암튼 멥쌀 고추장도 맛은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