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울 엄니 !

돌지둥[宋錫周] 2014. 3. 9. 23:04

에구 어머님 !

 

오늘은 지난주 일요일에 빻아놓은 메주 가루에다 찹쌀 가루를

고추가루와 함께 치대어 고추장을 담게 되었습니다.

 

엿기름[보리 싹] 다린 물을 걸러 내고

찹쌀 가루에 곱게 빻아 놓은 고추가루 버무려

마눌님과 땀을 쏟아가며 치대어 놓구보니

 

울 엄니 하시는 말씀

" 아가 {울 마눌} 엊그제 쌀 빠면서 찹쌀가루에다 쑥가루 니가 넣었냐 ?"

며느리

"예에 ?  아니오 어머님께서 불린 쌀에다가 쑥 넣어서 주셔서 그대로 빠앟잖아요 ?"

.....

 

사건의 발단은

울 어머님께선 남에게 베푸시는 것이 즐거움이신지라

작년 봄에 뜯어 놓은 쑥을 버리기 아까우신지라

고추장에 들어갈 찹쌀 가루를 빻으실 때 멥쌀을 함께 빻아

쑥 버무리 하실 요량으로 찹쌀과 멥쌀을 같은 날 물에 불려 놓으셨다가

방앗간에 가시면서 멥쌀과 찹쌀을 구분하지 못하시고

찹쌀속에 쑥을 넣어 쑥버무리 가루를 내시고

모처럼 주말에 자식들 온다고 쑥버무리를 쪄 놓으니

찹쌀 쑥떡이 탄생하게 되었네요.....

 

어 ? 

그러면 지금 고추장에 버무려 넣은 것이 찹쌀 가루가 아닌 멥쌀가루 ?

 해서 오늘 버무린 고추장은 멥쌀 고추장이 되었네요.....

 

항아리, 옹기에 퍼 담으면서 흘린 고추장 핥아 먹다

진 땀 뻘 뻘 흘렸습니다.....

 

울 엄니

그래도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입증하시려

남아있는 쌀가루로 지짐이 판에 기름 두르시고 쌀가루 반죽 부쳐 내 보신들

영락없는 찹쌀가루 지짐이 탄생하였으니......

 

" 얼래 ?   멥쌀이 찹쌀 돠 버련네......"

 

암튼 멥쌀 고추장도 맛은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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