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보름 쇠기.
정초의 첫 '개날'인 上戌日[상술일]에도 콩을 볶으면 가족에게 좋지 않을 뿐더러 개도 잘 자라지 못한다.
콩 볶는 것은 개의 입을 볶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속신에서 개보름쇠기 풍습도 생겨난 것으로 보이며, "개 보름 쇠듯"이란 속담이 보여주듯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지내는 뜻을 압축했다.
개 보름 쇠기
는 정월 대보름에 개에게 먹이를 주면 개에게 파리가 꾈 뿐만 아니라
개가 쇠약해진다고 하여 개에게 저녁밥을 밤늦게 주거나 아예 굶기는 세시 풍속이지요.
요즘에는 우리 지역에서 널리 지켜지지는 않고 있으며, “개 보름 쇠듯 한다.”는
말에서만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대보름날에는 온종일 먹이를 주지 않고 굶기는 이유는
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마르고, 파리가 끼어 더러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개 보름 쇠기
는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柳得恭[유득공 :1749-1807]이 편찬한 京都雜志[경도잡지]에,
“이 날만은 개를 먹이지 않는다. 개에게 먹을 것을 주면 파리가 많이 꾀고 마른다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달이 뜨면 그때서야
“개 비리 씰자. 개 비리 씰자”라고 하면서 빗자루로 개의 등을 쓸어내린 뒤에 밥을 준다네요.
이때 먹는 밥을 ‘더우밥’이라고 하는데,
이웃집에 가서 ‘보름밥’을 얻어온 후 개와 함께 나누어 먹었답니다.
이때 “내 더우 너 먹어라” 하며 개에게 한 번 먹이고 자기도 한 번 먹기를 반복하는데.
사람에게 파는 더위를 개에게도 판다는 것은,
개를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했다는 마음이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