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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金臺記[황금대기]

돌지둥[宋錫周] 2023. 8. 29. 11:26

黃金臺記[황금대기]   朴趾源[박지원]

황금대기

出朝陽門。循壕而南。有數丈頹阜。曰此古之黃金臺也。世傳燕昭王築宮。置千金于臺上。招延天下之士。以報强齊。故吊古之士至此。莫不悲懷感慨。彷徨而不能去。嗟乎。臺上之黃金盡而國士不來。然天下之人本無讐怨。而報仇者無窮已時。則未必非此臺之金相仍於天下也。請爲歷數報仇之大者。以告海內之積金多者。秦之時。以金啗諸侯之將而盡滅其國。則蒙氏有力焉。李斯本以諸侯之客。爲諸侯報仇。蒙恬天下之報仇者。玆可以少息矣。旣而趙高殺李斯。子嬰殺趙高。項羽殺子嬰。沛公殺項羽。其金四萬斤。石崇之富有自來。而乃反罵曰。奴利吾財。何其愚也。然轉傳相報。千載至今而其金尙在也。何以知其然也。元魏爾朱兆之亂。城陽王徽齎金百斤。以洛陽令寇祖仁一門三刺史。皆已所拔往投之。祖仁謂其家人曰。今日富貴至矣。乃怖徽云。捕將至。令徽逃於他所。邀於路而殺之。送其首於兆。兆夢徽告云。我有金二百斤。在祖仁家。卿可取之。兆捕祖仁。依夢徵之不得乃殺之。此不乃其報仇者尙在乎。五代時。成德節度使董溫箕金鉅萬。溫箕爲契丹所虜。則衙內指揮使秘瓊。盡殺溫箕家族。瘞之一穴而取其金。晉高祖立。徙瓊爲齊州防禦使。槖其金。道出魏州。范延光伏兵境上。殺瓊悉取之。延光終以金爲楊光遠所殺。光遠爲晉出帝所誅。而其故吏宋顔悉取其金。獻之李守貞。後守貞爲周高祖所破。與妻子自焚。然其金當尙留人間也。何以知其然也。昔有三盜。共發一塚。相謂曰。今日憊矣。得金多。盍沽酒食來。一人欣然而去。沿道自賀曰。天假之便也。與其三分。寧專之。鴆其食而還。二盜突起格殺之。先飽酒食。將兩分之。旣而俱死塚旁。嗟乎。是金也必將宛轉于道左。而必將有人拾而得之也。其拾而得之者。亦必將默謝于天。而殊不識是金者。乃塚中之發而鴆毒之餘。而由前由後。又未知毒殺幾千百人。然而天下之人。無有不愛金者。何也。易曰。二人同心。其利斷金。此必盜賊之繇也。何以知其然也。斷者。分也。所分者金則其同心之利。可知矣。不言義而曰利。則其不義之財。可知矣。此非盜賊而何。我願天下之人。有之不必喜。無之不必悲。無故而忽然至前。驚若雷霆。嚴若鬼神。行遇草蛇。未有不髮竦而卻立者也
 
朝陽門[조양문]을 나서 못을 따라 남쪽에 두어 길 되는 허물어진 둔덕이 있으니,
여기가 곧 옛날 黃金臺[황금대]이다.
세상에 전하는 말에,
“연 소왕이 여기에다 궁전을 짓고, 천금을 축대 위에 놓고,
천하의 어진 선비들을 맞이하여 당시의 강한 齊[제]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다.”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옛 일을 슬퍼하는 인사들은 여기에 이르면 비창한 회포를 참지 못하고
감개가 무량하여 거닐면서 좀처럼 발길을 돌리지 못하곤 한다.
아아, 슬프도다. 축대 위의 황금은 없어졌건마는 國士[국사]는 오지 않는구나.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란 본래부터 아무런 원수가 없으면서도
원수를 갚으려는 자는 그칠 때가 없고 본즉
이 축대 위에 놓였던 황금이 반드시 그대로 온 천하에 깔리지 않음은 아니리라.
나는 여기에서 지난 역사상에 모든 원수를 갚던 중에서
가장 큼직한 사건을 역력히 들어서 천하에 가장 황금을 많이 쌓아 놓은 자에게 외쳐 고하련다.
秦[진] 때에 황금으로써 제후들의 장수에게 먹여서 그 나라를 멸망시킨 것으로 보아서는
蒙恬[몽염, 진 시황 때의 명장]을 가장 유력하게 쳐 주어야 할 것이다.
李斯[이사, 진 시황 때의 정치가]는 원래 제후의 문객으로
제후를 위하여 몽염을 복수하였으니, 천하에 복수자는 여기에 와서 좀 멈칫해졌다.
얼마 뒤에 趙高[조고]는 이사를 죽였고, 子嬰[자영]은 조고를 죽였으며,
項羽[항우] 項籍(항적. 羽(우)는 자]는 자영을 죽였고, 沛公[패공]은 항우를 죽였는데,
패공이 항우를 죽일 제 황금 4만 냥이 들었고,
石崇[석숭, 晉의 부호가]의 이와 같은 많은 재물도
생겨난 데가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타고난 재물인 듯이,
“이놈이 내 재물을 탐내는가.”
라고 욕질을 하였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리인가.
그러나 재물이란 구르고 굴러 서로 원수를 갚으면서
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금덩이가 아직도 어디고 그대로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 줄을 알 것인가.
元魏[원위]의 爾朱兆[이주조, 장수인데 반란을 일으켰다]의 난리 때
城陽王[성양왕] 徽[휘]는 황금 백 근을 가지고 있었는데,
洛陽令[낙양령] 冦祖仁[구조인]의 一門[일문]에서 난 세 刺史[자사]는 모두
자기가 발탁해 준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서 의탁하였다.
그러나 조인은 집안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에 와서 우리 집의 부귀는 지극하다 할 수 있지마는 저 휘 때문에 걱정이야.”
하고는, 휘를 잡으러 오는 장수가 장차 이를 것을 알고,
휘를 다른 장소로 도망하라고 꾀인 뒤, 길에서 그를 맞아서 죽여 버리고는
그 머리를 兆[조]에게로 보냈다. 조의 꿈에 죽은 휘가 와서 이르기를,
“내게 황금 2백 근이 있어 조인에게 맡겼으니 빼앗아 가지도록 하여라.”
하기에, 조는 조인을 잡아서 꿈에 시킨 대로 금을 받으려고 했으나,
이를 얻지 못하고 조인을 죽여 버렸다.
이것을 본다면 황금의 복수자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五代[오대] 때에 成德 節度使[성덕절도사] 董溫箕[동온기]는 황금 수만 냥을 가지고 있었는데,
온기가 거란에 포로가 되자 아문 안에 指揮使[지휘사]인 秘瓊[비경]이
온기의 한 가족을 한몫으로 다 죽여 한 구덩이에 파묻고 그 금을 빼앗았다.
晉[진]高祖[고조, 후진의 石敬瑭(석경당)]가 왕위에 오르자
비경이 齊州[제주]防禦使[방어사]가 되어 부임하게 되어서는
그 금을 싸 가지고 魏州[위주] 길로 나오는데,
范延光[범연광]이 국경에 복병을 했다가 경을 죽이고 금을 몽땅 빼앗았다.
연광은 또 이 금으로 인하여 楊光遠[양광원]에게 살해를 당하고
광원은 晉[진]出帝[출제, 石重貴(석중귀)]가 목을 베어 죽였다.
그리하여 광원의 부하 관리인 宋顔[송안]이 그 금을 죄다 털어다가 李守貞[이수정]에게 바쳤다.
수정은 뒤에 周[주]高祖[고조]에게 패하여 처자와 함께 불에 타서 자살했으니
그 금은 아직도 응당 인간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 줄을 알 수 있을까.
옛날에 도적 세 명이 함께 남의 무덤 하나를 파서 금을 도적질하고는 저희들끼리 이르기를,
“오늘은 피곤하니 돈을 많이 벌은 판에 어찌 술 한 잔 사 오지 않겠어.”
하매, 그 중 한 명이 선뜻 일어나 술을 사러 가면서 가는 도중에 스스로 마음속으로 축하하기를,
“하늘이 시키는 좋은 기회로구나. 금을 셋이 나누는 것보다는 내가 독차지하는 것이 좋겠지.”
하고는,
술에 독약을 타 가지고 돌아오자 남아 있던 도적 둘이 갑자기 일어나서
그를 때려 죽이고는 먼저 주식을 배불리 먹고, 금을 반분하려고 했더니
얼마 못 되어 둘이 함께 무덤 곁에서 죽고 말았다.
아아, 슬프도다.
이 금은 반드시 길 옆에서 굴러 다니다가 또 다시금 딴 사람이 주워 얻게 되었을 것이요,
이렇게 주워 얻은 자는 가만히 하늘에 감사를 드리면서도
이 금이 무덤 속에서 파내어졌고, 독약을 먹은 자들의 유물이며,
또 앞사람 뒷사람을 거쳐 몇 천 몇 백 명을 독살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음은 무슨 까닭일까.
《易經[역경]》에 이르기를,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그 이로움은 금이라도 끊는다.”
고 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이런 도적을 전제한 말이리라.
어째서 그럴 줄을 알겠느냐. ‘끊는다’는 말은 ‘가른다’는 말이다.
가른다는 것이 금일진대 마음을 합치는 것도 잇속이라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리를 말하지 않고 잇속이라고 했은즉,
불의의 재물인 것도 넉넉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적질이 아니고 무엇이랴.
원하건대 천하의 인사들은 돈이 있다 하여 꼭 기뻐할 것도 아니요,
없다고 하여 슬퍼할 것도 아니다.
아무런 까닭 없이 갑자기 돈이 앞에 닥칠 때는 천둥처럼 두려워하고,
귀신처럼 무서워하여 풀섶에서 뱀을 만난 듯이
머리끝이 오싹하여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熱河日記[열하일기]  黃圖紀略[황도기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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