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

溪堂前方塘[계당정방당]微雨後作[미우후작]

돌지둥[宋錫周] 2023. 11. 30. 15:11

溪堂前方塘[계당정방당]微雨後作[미우후작]

退溪 李滉[퇴계 이황]

계당 앞 네모난 못에 이슬비 내린뒤 짓다.

 

小塘雨絲絲[소당우사사] : 작은 못에 가는 실같은 비가 내려

淸晨獨來憩[청신독레게] : 맑은 새벽에 홀로 돌아와 쉬어보네.

窓虛可坐臨[창허가좌림] : 창은 비어서 가히 대하여 앉아보니

地淨無塵翳[지정무진예] : 땅은 깨끗하여 가린 티끌도 없구나.

靄靄雲氣垂[애애운기수] : 자욱하니 구름 기운이 드리우고

微微波紋細[미미파문세] : 어렴풋하니 작은 물결만 가늘구나.

蒼苔濕滿嵌[창태습만감] : 푸른 이끼는 산골짝 가득 축축하고

碧草霑委砌[벽초점위체] : 푸른 잡초와 쌓인 섬돌이 젖어있네.

餘霏洗水面[여비세수면] : 남은 안개비가 물 표면을 씻어내고

一鑑寒潑眥[일감한발자] : 하나의 거울 차고 사납게 흘겨보네.

度鳥忽遺影[도조홀유영] : 건너온 새 갑자기 그림자를 남기고

游魚新得計[유어신득계] : 노닐던 고기는 새로 살길을 깨닫네.

夙昔抱沖素[숙석포충소] : 예로부터 본디 겸허하게 받들면서

生平不狎世[생평불압세] : 한 평생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네.

蒙泉有活源[몽천유활원] : 어리석은 샘에 생존의 근원이 있고

果育希晩歲[과육희만세] : 과감히 행해 덕을 길러 만년 바라네.

題詩豈夢占[제시기몽점] : 제목을 쓴 시로 어찌 꿈을 점칠까

觀書儻天契[관서당천계] : 책을 읽으니 하늘의 약속 빼어나네.

何況後夜來[하황후야래] : 하물며 밤에서 아침이 돌아오니

風月更光霽[풍월갱관제] : 천풍 명월에 더욱 광풍제월이구나.

 

靄靄[애애] : 안개, 구름, 아지랑이 등이 많이 끼어 있는 모양.

微微[미미] : 뚜렷하지 않고 매우 희미함, 보잘것 없이 썩 자질구레함.

夙昔[숙석] : 좀 오래된 옛날.

蒙泉[몽천] : 周易[주역]에 山下出泉[산하출천]蒙[몽] 君子以[군자이]果行育德[과행육덕]

   산 아래 물이 나오니 몽이오, 군자가 이로써 과감히 행하여 덕을 쌓는다.

晩歲[만세] : 晩年[만년].

題詩[제시] : 題[제]를 달아 시를 씀.

觀書[관서] : 默讀[묵독], 소리내지 않고 글을 읽음.

何況[하황] : 이것도 이러한데, 더군다나의 뜻. 하물며.

後夜[후야] : 밤중으로부터 아침까지의 일컬음. 밤중으로부터 아침까지의 근행.

光霽[광제] : 光風霽月[광풍제월],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

  마음이 넓고 活[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

 

退溪先生文集卷之二[퇴계선생문집2권] 詩[시]

한국고전번역원ㅣ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ㅣ1989

李滉[이황 : 1501-1570] : 본관은 眞城[진성], 자는 景浩[경호],

  호는 退溪[퇴계], 退陶[퇴도], 陶搜[도수].

  주자성리학을 심화, 발전시킨 조선의 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