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死猶恨[사유한]

돌지둥[宋錫周] 2025. 4. 16. 17:59

死猶恨[사유한] 

죽어도 한이 되다.

 

有稟性怪癖者[유품성괴벽자]

無論親疎遠近[무론친소원근]

凡於婚事[범어혼사]

惟使渠居媒[유사거거모]

則極力强勸[즉극력강권]

期於成婚[기어성혼]

不然則[약불연즉]

必餙出瑕疵[필식출하자]

一直毁婚[일식훼혼]

人皆苦之[인개고지]

 

품성이 괴상한 버릇이 있는 자가

친하고 친하지 않고

멀고 가까운 것을 말할 것도 없이

무릇 남의 혼사에는

오직 자기로 하여금 중매하게 하면

힘을 다해 강하게 권하여

기어코 혼인이 이루어지게 하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트집을 잡아서

한결같이 혼사를 훼방하여

사람들이 모두 이를 괴로워하였다.

 

 

一日[일일]

越村家定婚[문월촌가정혼]

卽發憤攘臂曰[즉발분양비왈]:

"新郞家[신랑가]

有如彼之瑕疵[유여피지하자]

新婦家[신부가]

有若此之瑕疵[유약차지하자]

豈可成婚乎[기호성혼호]

吾當往敗婚也[오당왕패혼야]."

 

 하루는 건너 마을 어떤 집에서

정혼했다는 말을 듣고

곧 흥분하여 팔을 저으며 말하기를

"신랑 집에는 저런 허물이 있고

신부 집에는 이런 허물이 있으니

어찌 성혼할 수가 있는가

내가 마땅히 가서 파혼시키리라."

하고는

 

仍奮身勇往[잉분신용왕]

時[시]冬日猶溫[동일유온]

江氷尙薄[강빙상박]

憤憤之餘[분분지여]

不思履薄之可畏[불사리박지가외]

 

 곧 몸을 떨쳐 용감하게 가는데

때는 겨울이나 오히려 따뜻하여

강 얼음이 오히려 얇았는데

흥분한 나머지

얇은 얼음을 밟는 것이

두려운 일임을 생각지도 않고

 

 

直踏氷而去[직답빙이거]

及至中間氷忽截[급지중간빙홀절]

陷身墮水中[함신타수중]

轉翻漂下[이전번표하]

勢將必至[세장필지]

紛紜搖手[분운요수]

顑顑噴浪曰[함함분랑왈]:

"憤哉[분재]

此婚事可成矣[차혼사가성의]."

 

곧 바로 얼음을 밟아 가다가

중간쯤에 이르러

얼음이 갑자기 깨져서

몸이 물 가운데 빠져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가니

형세가 장차 위험함에 이르자

어지러이 손을 흔들며

파리해진 얼굴로

물을 뿜으며 말하기를

"분하도다

이 혼사는 성사되겠구나."하였다.

 

 

言渠生[언거생]

則必毁其婚[즉필훼기혼]

而死則其婚必成[이사즉기혼필성]

是可恨也[시가한야]

目臨今死[자림금사]

而猶不恨其死[이유불한기사]

惟恨婚事之可成[유한혼사지가성]

此之謂死而[차지위사이]

無悔者也[무회자야]

此人之死[차인지사]

乃爲民除害也[내위민제해야].

 

그 사람이 살아있다면

반드시 그 혼사를 훼방할 것인데

죽으니 그 혼사가 반드시

성사되었다니

이것이 한스럽다는 말인데

눈앞에 죽음을 보고

오히려 그 죽음을

한스러워하지 않고

오직 혼사가 성사됨을

한스러워하니

이는 이른바

죽어도 후회함이 없는지라

이 사람의 죽음은

백성을 위하여

해로움을 제거하였다

할 것이다.

 



'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恨未骨味[한미골미]  (0) 2025.04.23
耘婦放氣[운부방기]  (0) 2025.04.23
爲狐爲魅[위호위매]  (0) 2025.04.08
連誦平安[연송평안]  (0) 2025.03.27
失妙貢物[실묘공물]  (0)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