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德懋[이덕무]

夢踏亭共賦[몽답정공부]

돌지둥[宋錫周] 2024. 3. 14. 21:17

夢踏亭共賦[몽답정공부]  李德懋[이덕무]

몽답정에서 함께 짓다.

 

戊子六月晦[무자륙월회]余與尹景止[여여윤경지] 秉鉉[병현]

柳運玉[유운옥] 璭[곤], 在先[박재선]

憇于夢踏亭[게우몽답정]刳拾參瓜[고십삼과]

搜在先袖[수재선수]得白牋[득백전]

於竈得煤[어조득매]於溪畔得甆[어계반득자]

詩成而顧無筆[시성이고무필]余拈淡竹莖[여념담죽경]

景止捩韻府敗紙[경지념운부패지]

運玉削酸梨枝[운옥산리지]在先嚼蒲芽[재선작포아]

寫之于荷香蟬音瀑沫之裏[사지우하향선음폭말지리]

子旁參[동자방참]曰甲光[왈갑광]曰鼎大[왈정대]

무자년 6월 그믐에 내가 尹景止[윤경지] 秉鉉[병헌],

柳運玉[유운옥] 璭[운], 박재선(박제가)과 함께

몽답정에서 쉬면서 참외 13개를 깎았다.

재선의 소매를 뒤져 흰 종이를 얻고

부엌에서 그을음을, 냇가에서 질그릇을 얻었다.

시를 짓고 돌아보니 붓이 없기에 나는 솜대 줄기를 뽑아오고

경지는 운목 책의 못쓰는 종이를 꼬고,

운옥은 문배나무 가지를 깎고 재선은 부들 순을 씹어서

연꽃은 향기가 나고, 매미는 울고 폭포는 물을 튕기는 가운데서 썼다.

동자가 옆에 있었으니 甲光[갑광]이와 鼎大[정대]였다.

 

夢踏亭[몽답정] : 창덕궁 후원에 있는 정자.

   정면 네 칸, 측면 네 칸의 팔작 기와 지붕, 익공집, 단청이 특징.

淡竹[담죽] : 솜대. 볏과에 속한 대의 하나.

韻府[운부] : 韻目[운목]을 모아 놓은 책.

 

荷香妙證寂然心[하향묘증적연심] : 연꽃 향기 오묘함 깨달아 마음은 적연한데 
紅鯽搖顋閣瓦陰[홍적요시각와음] : 붉은 붕어는 집 기와 그늘에서 뺨을 흔드네.
古翠寒蕤林滴滴[고취한유림적적] : 묵은 비취색 찬 꽃술 숲에 물방울 떨어지니
天光一線透溪深[천광일선투계심] : 하늘 빛 한 줄기 하늘빛 깊은 산골짝 꿰뚫네.

 

寂然[적연] : 아무 기척이 없이 기괴하고 조용함, 고요하고 쓸쓸함.

 

靑莊館全書卷之九[청장관전서9권] 雅亭遺稿[아정유고] 詩[시]

李德懋[이덕무,1741-1793] : 자는 懋官[무관], 호는 炯庵[형암]·雅亭[아정]·

    靑莊館[청장관]·嬰處[영처]·東方一士[ 동방일사]·信天翁[신천옹].

  조선후기 관독일기, 편찬잡고, 청비록 등을 저술한 유학자. 실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