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藜杖[청려장] 洪裕孫[홍유손]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
讎書天祿日將西[수서천록일장서] : 글 교정한 하늘 녹봉에 문득 해는 서쪽으로 가고
金櫃玉函鎭幄犀[금궤옥함진악서] : 금 장식 궤에 옥으로 만든 함 굳은 장막 진압하네.
半夜眞人來太乙[야반진인래태을] : 한 밤중에 참된 사람이 태을성에 돌아와서
一吹爛焰出扶藜[일취란염출부려] : 한번 태운 고운 빛에 명아주 부여잡고 나서네.
分明照盡蠅頭字[분명조진승두자] : 분명히 파리 머리 만한 작은 글자 모두 비추고
掀覽無餘蠆尾題[흔람무여채미제] : 치켜들어 볼 여가도 없어 전갈 꼬리처럼 쓰네.
杜撰舛訛歸正義[두찬천와귀정의] : 두묵의 글처럼 말이 그릇 되다 정의로 돌아오니
斯文萬古有階梯[사문만고유계제] : 오랜 세월 이 학문은 순서와 절차가 넉넉하구나.
天祿[천록] : 하늘이 태워준 복록
眞人[진인] : 참된 도를 깨달은 사람,
道敎[도교]의 깊은 眞義[진의]를 닦은 사람.
太乙[태을] : 천지 만물이 나고 이루어진 근원.
蠅頭[승두] : 파리의 머리, 매우 작거나 가는 것을 비유함.
蠆尾[채미] : 전갈의 꼬리, 行書[행서]에 전갈의 꼬리처럼 날카로운 필법.
杜撰[두찬] : 杜默[두묵]의 작품. 오류가 많거나 典據[전거]가 분명치 않은 작품.
舛訛[천와] : 말이나 글자가 어그러져 잘못 됨.
正義[정의] :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바른 뜻, 바른 의리.
斯文[사문] : ‘이 학문, 이 道[도]’라는 뜻, 유학의 도의나 문화.
유학자를 높여 이르는 말.
階梯[계제] : 사다리, 일이 되어 가는 순서나 절차.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적당한 형편이나 기회.
篠䕺遺稿[소총유고]下[하] / 詩[시]
洪裕孫[홍유손, 1431-1529] : 자는 여경, 호는 소총·광진자.
조선 전기의 시인. 노자와 장자를 논하며 술과 시로 세월을 보내 청담파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