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과 여 사랑

長干行[장간행]

돌지둥[宋錫周] 2023. 8. 26. 23:37

長干行[장간행]  崔顥[최호]

 

其一

君家何處住[군가하처주] : 댁은 집이 어디세요? 

妾住在橫塘[첩주재횡당] : 전 橫塘[횡당]에 사는데요.
停船暫借問[정선잠차문] : 배 멈추고 잠깐 묻겠는데, 

或恐是同鄕[혹공시동향] : 혹시 같은 고향 아닌가 싶어서요.

 

其二

家臨九江水[가림구강수] : 우리 집은 九江[구강] 강변이라

來去九江側[내거구강측] : 늘 구강 언저리를 오고 가지요.
同是長干人[동시장간인] : 같은 長干[장간] 사람인데도

生小不相識[생소불상식] :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崔顥[최호, 704-754] : 당나라 汴州[변주] 사람. 

   일찍이 각지를 떠돌아 넓은 지역에 자취를 남겼다

 

남녀 간의 문답이 엇섞이면서 

서로 동향인임을 확인하는 게 시의 전부입니다. 

맨숭맨숭한 내용을 담은 이 노래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우선 여자가 먼저 남자 쪽에 말을 붙인다는 게 예사롭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투를 얼핏 듣고 동향인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앞섰다고는 해도 

선뜻 낯선 남자에게 말을 거는 경우란 흔치 않을 테니까.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橫塘[횡당]에 사는데.’

당돌하게 물어놓고는 스스로도 좀 계면쩍었던지

여자는 서둘러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라 둘러댄다. 

자기 사는 곳까지 스스럼없이 밝히는 여자의 순진함, 

시인에게는 이 발랄하고 대담한 여자가 퍽 인상 깊었을 것이다. 

‘같은 長干[장간]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남자의 뚝뚝하고 덤덤한 대꾸조차도 시인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이런 장면에서 봉건 예교의 가식을 벗어던진

청춘 남녀의 더없이 순박한 모습에 뭉클하지 않았을까.

민가의 최대 덕목은 질박한 언어로 진실을 담는 것.

이는 ‘보여주고 남기기 위한’ 사대부 문인의 과시의 노래와는 구분된다.

이 작품은 4수로 된 연작시 가운데 제1·2수.

시인은 민가풍을 본떠 화려한 진수성찬 대신

수수한 素饌[소찬]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

'남 과 여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贈柔之[증유지]  (0) 2024.11.27
曉起送孫女[효기송손녀]  (0) 2024.07.22
白馬靑娥[백마청아]  (0) 2023.08.04
贈州妓[증주기]  (0) 2023.07.04
送別[송별]  (0)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