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溝[금구]奉贈崔上舍[봉증최상사] 璣[기]

金溝[금구]奉贈崔上舍[봉증최상사] 璣[기]

玉峯 白光勳[옥봉 백광훈]

금구에서 최기 상사(생원)에게 받들어 드리다.

 

曉發壺城雨如注[효발호성우여주] : 새벽에 일어나니 호성에는 비가 퍼 붓는 것 같더니

金溝暮雪無行路[금구모설무행로] : 금구에는 저물어 오는 눈에 사람 가는 길도 없구나.

原頭犬吠人居住[원두견폐인거주] : 언덕 머리에는 개가 짖으니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見客家家走閉戶[견객가가주폐호] : 나그네를 보더니 집집마다 달아나 문을 닫는구나.

四顧昏黑行且歎[사고혼흑행차탄] : 사방 둘러보니 캄캄하게 어두워 가다 또 탄식하니

忽見華構重林間[홀견화구중림간] : 문득 화려한 서까래가 겹친 숲 사이로 보이는구나.

奴過鞠躬婢過禮[노과국궁비과례] : 사내종은 몸 굽혀 지나고 계집종은 예가 지나치니

誰意於斯上舍第[수의어사상사제] : 이곳이 아 상사의 저택인 것을 누가 생각했으리오.

上舍亡兄同年友[상사망형동녀우] : 상사(생원)의 죽은 형님이 나이가 같은 벗이었으니

一見視我猶視弟[일견시아유시제] : 내가 견주어 언뜻 보니 오히려 아우를 본것 같구나.

洗足爇衣催上堂[세족설의최상당] : 쌋던걸 불태우고 발을 씻겨 대청 오르길 재촉하니

呼燈相對久嗟傷[호등상대구차상] : 등불 불러서 서로 마주하여 근심을 오래 탄식하네.

存亡追數十年事[존망추삭십년사] : 존재와 멸망이 자주 잇닿으며 십여년을 다스리며

遠行勤苦陳壺觴[원행근고진호상] : 먼 길을 가는 근로와 고생에 술병과 잔을 늘어놓네.

腐儒只慣飽藜藿[부유지관포려곽] : 완고한 선비 다만 익숙해 명아주와 콩잎 만족하며

滿案珍異不敢當[만안진리불감당] : 책상엔 유별나고 진기한게 가득하여 감당치 못하네.

平生少飮醉便起[평생소음취편기] : 평생을 적게 마시니 취하자마자 편안히 일어나고

酩酊爲感情義至[명정위감정의지] : 곤드레 취한걸 느끼게 되니 정과 의리가 지극하네.

櫟社曲中見公心[역사곡중견공심] : 곡원 사당 상수리나무 속에서 공의 마음을 보았고

聽言不覺更已深[청언불각갱이심] : 말 들었어도 깨닫지 못하나 이미 더욱 무성하구나.

就房身似到家安[취방신사도가안] : 방으로 나아가니 몸은 집에 이른것 같이 편안하여

斯須苦樂乃多般[사수고락내다반] : 짧은 동안의 괴로움과 즐거움 도리어 많이 즐겼네.

朝來辭去如不忍[조래사거여불인] : 아침부터 작별하고 떠나려니 참지를 못할 것 같아

鄕山引領尙雲端[향산인령상운단] : 고향 산을 이끌어 차지하니 오히려 구름 끝이구나.

百年有身誰自知[백년유신수자지] : 일 백년을 독차지한 몸을 누가 스스로 알겠는가

今夜更叩何人扉[금야갱고하인비] : 오늘 밤에는 다시 어떤 사람의 사립문을 두드릴까나.

櫟社曲[역사곡]上舍所製[상사소제] : 곡원 사당의 상수리나무는 상사의 처소에서 짓다.

 

金溝[금구] : 전라북도 김제시 금구면

壺城[호성] : 天壺山城[천호산성], 전라북도 익산시 여산면 호산리 천호산에 있던 성.

鞠躬[국궁] : 존경하는 마음으로 윗사람이나 영위 앞에서 몸을 굽힘.

腐儒[부유] : 생각이 낡아 완고하고 쓸모 없는 선비.

藜藿[여곽] : 명아주와 콩잎, 변변치 못한 음식.

酩酊[명정] :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에 몹시 취함, 곤드레만드레 취함.

情義[정의] : 따뜻한 정과 의리.

櫟社曲[역사곡] : 莊公櫟社[장공역사], 장공은 莊子[장자]를 가리키고,

      역사는 神社[역사]에 있는 큰 나무. 莊子[장자] 人間世[인간세]에

      "匠石[장석]이 齊[제] 나라로 가다가 曲轅[곡원]에 이르러서

      土神廟[토신묘]에 있는 참나무를 보았는데,

      그 그늘은 수천 마리의 소를 뒤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 아름이나 되었다." 하였다.

聽言[청언] : 말을 분별해 들음.

斯須[사수] : 매우 짧은 동안, 얼마 되지 않는 매우 짧은 동안.

 

玉峯詩集下[옥봉시집하] 詩○七言古詩[시 7언고시]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9 백광훈(1537-1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