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士奴壅癖[사노옹벽]

돌지둥[宋錫周] 2023. 2. 23. 08:40

 

士奴壅癖[사노옹벽] 

선비 종의 옹벽

 

一士與兩友鼎坐[일사여량우정좌]

士曰[사왈]

"人皆有一癖[인개유일벽] 

盍各言之[합각언지." 

一友曰[일우왈] 

 

한 선비가 두 벗과 함께 앉았는데, 

선비가 말하기를,

사람들은 모두 다

한 가지 버릇이 있으니, 

각자 말해보자."

하니, 한 벗이 말하기를,

 

"吾有一癖[오유일벽]

方春花時[방춘화시] 

與少年數輩[여소년수배]

臂膺而出[비응이출]

 

"나에게 한 가지 버릇이 있는데, 

바야흐로 꽃피는 봄에

소년 몇 사람과 함께

팔을 잡고 나가서,

 

立於山頂[입어산정] 

放散鈴盧[방산령로] 

搜起華蟲彩羽[수기화충채우]

斑爛者반란자]

飛出於林間[비출어림간] 

則金眸劍翎[즉금모검령] 

捷若驚電[첩약경전] 

把捉繡領於[파착수령어]

靑崕碧溪之邊[청애벽계지변]

 

산꼭대기에 서서

방울을 단 사냥개를 놓아 흩으려, 

꿩을 불러 날게 하여

빛나는 깃을 찬란하게 하고 

숲 사이에서 날아오니

금빛 눈동자 칼 살깃이 

빠르기가 번개불과 같아서, 

수놓은 목을 푸른 언덕과

푸른 시냇가에서 잡다가,

 

 

於是三嗅而進[어시삼후이진] 

再擎於鞲[재경어구] 

此吾癖也[차오벽야]." 

 

이에 세 번 냄새 맡고 나아가며

다시 들어올려 깎지 끼는 것이

나의 버릇이요."하니, 

 

 

 

一友曰[일우왈]

"吾亦有癖[오역유벽] 

傾千金買一駿[경천금매일준] 

身鳳臆[용신봉억] 

霧鬣風鬃[무렵풍종] 

耳如[이여]比竹[차죽]

 

한 친구가 말하기를

"나 역시 버릇이 있으니, 

천금을 기울여 한 준마를 사서

용의 몸에 봉의 가슴에

안개처럼 바람처럼

말갈기 날리며

귀는 비죽과 같고,

 

 

目如長庚[목여장경] 

絡之以金羈[낙지이금기] 

侈之以玉鞍[치이사옥안] 

手把珊瑚寶鞭[추파산호보편] 

馳騁繡陌香街[치빙수맥향가] 

此吾癖也[차오벽야]." 

 

눈은 샛별과 같고

금으로 된 고삐를 들고

옥으로 된 안장으로 치장하여, 

손에는 산호보배를 박은

채찍을 들고, 

향내 나는 거리를

누비듯 달리는 것이

나의 버릇이요."하니, 

 

士曰[사왈]

"吾有一癖[오유일벽]

異乎兩友之撰[리호량우지선]."

兩友曰[양우왈]:

"何謂也[하위야]?"

 

선비가 말하기를

"나에게도 한 버릇이 있으니, 

두 벗의 것과는 다르지요."하니,

두 벗이 말하기를,

"무엇을 말합니까?"하니,

 

 

 士曰[사왈]

"吾有奴[오유노]妻甚美[처심미] 

信所謂淤泥之白蓮

[신소위니지백련]

糞壞之玉花[분괴지옥화]

對之心迷[대지심미]

思之[사지]神越[신월], 

更深人靜之處[갱심인정지처] 

斗轉參橫之時[두전참횡지시]

 

선비가 말하기를 

"나에게 종놈이 하나 있는데, 

그의 처가 아주 아름다워

정말 이른바 진흙 속의 흰 연꽃이요, 

똥무더기 속의 구슬과 같은 꽃이라

그를 대하면 마음이 혼미해지고

생각만 해도 정신 아득해져서

다시 사람을 깊고 조용한 곳과

밤 깊어 별들이 움직일 때,

 

潛與[잠여]講歡[구환] 

則此樂難言[즉차락난언] 

此吾癖也[차오벽야]." 

有士奴窃聽之[시유사노절청지] 

遞前而告曰[체전이고왈] 

"主之於小的[주지어소적] 

誠壅癖也[성옹벽야]." 

盖壅癖[개옹벽]俗語[속오]

切悶之辭[절민지사], 

兩友[양우]聞之[문지]捧腹[봉복].

 

몰래 함께 즐거움이 얽히면, 

이 즐거움은 말로하기 어려우니, 

이것이 나의 버릇이요."한데

이때, 

선비의 종이 몰래 엿듣고는, 

앞에 나와 고해 말하기를,

소인에게 주인님은

진실로 옹벽이옵니다."하니, 

대개 세속 말로

몹시도 답답하단 말이라

두 벗이 듣고 배를 안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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